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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들 '참교육' 하자고요?…촉법소년의 진짜 얼굴

2026.06.14 05:01

촉법소년 악랄한 이미지 뒤엔…정신질환·가정환경 문제
법무부, 소년 재범률 낮추려 '시설 밖' 관리·감독 고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캡처

잠시 운전자가 내린 사이 승용차를 탈취한 녀석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가까스로 잡았더니 순진한 얼굴로 "촉법"이란다. 작년에 맞춘 교복이 이제야 몸에 맞는 듯한 중학교 2학년. 알고 보니 녀석들은 '어쩌다 혹해서' 사고를 치는 아이들이라기엔 너무 영악했다. 성분도 알 수 없는 마약을 친구들에게 다이어트 약이라며 먹이고, 차츰 중독 시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6화에 나온 촉법소년들의 모습이다. 어른만큼 영악하고, 어른보다 순수하기 때문에 더 악랄할 수 있다는 설정의 촉법소년 캐릭터들은 형사처벌 연령 하향 또는 폐지 주장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방문한 안산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 중인 촉법소년들은 미디어가 그리는 모습과는 차이가 컸다.
 

다수 촉법소년, 정신질환·가정환경 복합…첫 범행한 '학생'

지난 4월 6일 국내 유일 여성 소년 전담 심사원으로 문을 연 안산소년분류심사원엔 만 10~13세 촉법소년 11명이 위탁돼 있다. 전체 위탁 소년 93명 중 12% 수준이다. 가장 어린 위탁 소년은 만 12세, 초등학교 6학년이고, 나머지는 만 13세로 중학교 1~2학년에 재학 중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이 소년분류심사원에 오게 된 계기는 '중범죄'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직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가출 등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어 선제적 조치하게 된 우범소년과 기존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가 야간 외출금지 등 규정을 어겨 위탁된 사례가 다수였다. 폭력행위나 소년법 위반, 절도 등이 각 1~2명으로 뒤를 이었다.
 
촉법소년 11명 중 5명(45%)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관찰 대상인 전체 촉법소년의 정신질환 비율은 약 30%다. 보호관찰 대상인 전체 범죄소년(만 14~18세)의 정신질환 진단 비율이 22.3%인 점을 고려하면 촉법소년, 특히 현재 안산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여아들의 질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이다.
 
촉법소년 11명의 절반 이상은 부모 양쪽의 보살핌을 온전히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기도 했다. 범죄소년의 경우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는 비중이 40%로 촉법소년보다 덜했다. 만 10~13세 연령에 우범 영역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경우 '작심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보다는 신체·정신적 질환과 가정환경의 문제가 겹쳐져 자연스럽게 정상 생활권 밖으로 밀려난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 법무부가 보호처분 촉법소년의 실태를 전반적으로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유형은 '비행경력이 적은 학생들에 의한 절도범죄'로 나타났다. 석철우 안산소년분류심사원장은 "다수 촉법소년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자극적인 비행내용보다는 무인점포에서의 반복 절도나 가정에서 보호자가 통제력을 상실해 제도권의 도움을 받으려 오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의 '흉폭화' 근거로 성폭력 범죄가 늘어난 점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법무부는 이 역시 딥페이크 또는 학교폭력과 연계된 신체접촉 등에 대해 소송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동하 법무부 소년범죄예방팀장은 "촉법소년의 사회적 관계 요인이 범죄소년보다 좋지 않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것"이라며 "비행단계 소년의 범죄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가가 개입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 아이들에겐 확 달라진 환경

촉법소년에 대한 엄벌 여론엔 아이들이 죄를 짓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범행을 반복한다는 우려가 섞여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교도소에 수감되거나 노역을 하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뿐 구치소 성격의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거나 이후 소년보호재판을 거쳐 소년원 송치 처분도 받는다.
 
특히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은 아이들에겐 구치소·교도소만큼이나 충분히 위압감을 주는 공간이다. 새로 지어진 안산소년분류심사원은 벽과 문 색상을 밝은 노랑색과 초록색, 분홍색 등으로 부드럽게 표현했지만, 실제 수용된다면 소년들의 자신의 달라진 처지를 확연히 인식할 만큼 엄격한 규율이 함께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소년들은 연령과 범죄 양태, 성행 등에 따라 1인실부터 4~6인이 수용되는 다인실까지 다양하게 수용되는데, 수용거실은 인원 수에 따라 크기만 다소 다를 뿐 모두 매우 협소한 고시원 형태였다. 수용거실 내부에 하나씩 달린 화장실 문 앞에는 '샴푸린스 지급 X, 비누로만 목욕!!!, 머리감기 포함'이라는 A4용지 크기의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작은 정수기와 간이책상, 수건걸이대, 간혹 보이는 로션과 색상 없는 립밤 외엔 특별한 소지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모님과 만나는 면회장에도 반입가능 물품은 '부모님 편지, 안경, 입술보호제(투명), 도서, 처방전을 첨부한 의약품, 법원 심리시 입을 옷'에 한정된다는 경고가 곳곳에 게시돼 있었다.
 
아이들은 입원과 동시에 신상조사와 환경조사, 심리검사를 거치고 인권교육·피해자공감교육·진로교육을 받는다. 한 주간의 신입 교육기간이 지나면 강절도·성비행·마약예방교육과 인성교육을 3주 이상 받게 된다.
 

영원히 가둘 수 없는 아이들…법무부, '참교육' 이후 고민

"가능하면 교도소에 잡아넣어보라"고 경찰과 선생님을 약올리는 촉법소년들. 현행법상 교도소를 보낼 순 없지만 교권보호국은 체험학습 명목으로 아이들을 김천소년교도소에 보낸다. 어른 무섭지 않았던 아이들은 소년교도소에선 '최약체'로 전락하고, 그만 내보내달라며 눈물로 호소한다. 

드라마 속 촉법소년들은 소년교도소에서 자신들의 몇년 후를 연상케 하는 형님 범죄자들로부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응보적 '참교육'을 받게 된다. 그럼 여기에서 끝일까? 눈물엔 반성이나 재범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녹아있을까?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은 물론 교도소에도 아이들을 영원히 가둬둘 수 없다는 점에서 법무부는 소위 '참교육' 그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2~13%로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3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시설 밖 관리·감독을 위주로 정책을 다시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부터 서울과 광주, 안산 세 곳에서 시범운영 중인 소년전담 시범운영기관은 기존에 성인과 소년들이 한데 섞여있던 보호관찰소를 소년 중심으로 개편했다. 신달수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 소장은 "보호관찰 현장에서 26년간 일하면서 가장 크게 우려했던 지점이 소년과 성인이 같은 보호관찰소에서 마주쳐 어울리고, 더 중한 범죄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보호관찰 기간은 아이들이 다시 정상적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간인 만큼 안산보호관찰소는 상담실과 대기실 등을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로 꾸몄다. 보호처분 받은 소년이 스스로를 '범죄자'로 낙인찍지 않도록 함으로써 재기를 도우려는 것이다.
 
법무부는 전국 가정법원 소재지 18곳을 중심으로 기존 청소년비행예방센터를 소년전담기관으로 개편해 소년의 특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처우를 적용할 방침이다. 사건이 경찰에 접수됐을 때부터 소년이 재정착하는 단계까지 학교와 지역사회 관계자 등이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영국의 소년비행예방팀(YJS)이 모델이다. YJS는 최근 10년간 소년사법체계 진입자 수를 78% 낮춘 성공사례로 주목받았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YJS 수준의 협업엔 아직 못미치지만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핫라인을 구축하는 형태로 구상하고 있다"며 "학교전담경찰(SPO)부터 학교와 지자체 등 정보의 허브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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