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인은 못 보는 1㎜ 기생충...AI가 찾는다[벌통을 열다]
2026.06.13 06:01
[파이낸셜뉴스]농촌진흥청이 꿀벌 폐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생충인 '응애'를 인공지능이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 AI가 벌통 속 벌들 사이에 숨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병해충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13일 농진청에 따르면 'AI 기반 꿀벌응애 자동 검출장치'는 벌집판을 넣으면 영상을 촬영한 뒤 알고리즘이 꿀벌에 붙은 응애를 자동 탐지하는 현장형 진단장치다. 기존에는 양봉인이 벌통을 열어 눈으로 찾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반면 검출 장치는 촬영-분석-결과 표시 과정을 일체화해 벌집판 1장 당 검사시간을 30초 수준으로 줄였다. AI 모델 학습과 현장 검증을 통해 꿀벌응애 탐지 정확도 97.8%를 확보했다.
AI는 크기 1~1.5mm 응애가 꿀벌 몸체, 벌집 배경, 그림자와 겹쳐 보이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작동된다. 향후 벌통 온습도, 위치정보, 기상자료, 월동피해 예측모델과 연계하면 응애 조기진단에서 방제 의사결정, 봉군 건강관리, 지역 단위 병해충 위험 예측으로 확장할 수 있다. 검출장치는 꿀벌응애 피해를 줄이는 단일 장치를 넘어, 데이터 기반 스마트양봉 전환을 앞당기는 기술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응애 조기진단은 꿀벌에게 가장 큰 위협인 '월동폐사'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농진청에 따르면 검출장치를 전국 양봉장에 적용할 경우 봉군 폐사율을 25% 수준에서 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피해 방지 효과는 연간 8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안정적인 꿀벌 봉군 관리는 벌꿀 생산뿐 아니라 과수·시설원예 작물의 화분매개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작물 생산 기반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김수배 농업연구사는 "농가가 벌집판을 넣으면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실용기술을 목표로 개발했다"며 "특히 검사시간을 줄이고 객관적인 진단값을 제공해 늦게 발견해서 방제를 놓치는 문제를 줄이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 기술이 꿀벌응애 방제의 출발점이 되고, 양봉농가가 데이터에 근거해 봉군을 관리하는 스마트양봉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벌통을 열다]는 '벌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자가 직접 양봉(養蜂)을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기후위기 시대 농업과 먹거리는 인간이 겪어보지 못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국내 농업 총생산량의 35%는 화분매개 곤충이 필요한 만큼 인간은 벌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벌통 속 작은 세계를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벌 관련 정책과 연구자, 양봉농가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벌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벌통을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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