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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1100%? 잘 만든 공포영화가 ‘천만 관객’ 부럽지 않은 이유

2026.06.13 07:00

영화 '여고괴담'은 1998년 개봉해 이후 6편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크게 흥행하며 한국 공포영화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씨네2000 제공


당신이 잘 몰랐던 공포영화<1>


시절은 어두웠다. 전 해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지 고작 6개월 남짓 지났다. 부도로 회사들이 잇따라 쓰러졌고, 대량 해고가 이어졌다. 외채 상환을 위해 전국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이 펼쳐졌다. 전국을 덮친 경제불황으로 웃는 이보다 우는 이가 더 많던 1998년 5월 30일 한국 공포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흥행을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유명 배우라고는 조연을 맡은 이미연 하나 뿐이었다. 대부분 신인 배우였다. 박기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다. 제작비는 6억 원 남짓. 당시 평균 제작비가 10억 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예산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상영 첫 주 서울에서만 관객 18만 명을 모았다. ‘역대 한국영화 최다 관객 기록에 도전장’이라는 예측 기사(한겨레신문 1998년 6월 5일자 13면)가 나올 정도로 놀라운 수치였다. 상영을 거듭할수록 관객은 불어났다. 고교생, 특히 여고생이 영화에 열광했다.

'여고괴담'은 김규리를 비롯해 신인급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스타 등용문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씨네2000 제공


영화가 흥행 조짐을 보이자 사회가 반응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들이 교사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제작사 씨네2000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영화 ‘여고괴담’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흥미는 더욱 커졌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여고괴담’이 서울에서 모은 관객 수만 62만 명이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구축되기 전이라 전국 집계는 아예 불가능했다. 당시 씨네2000 관계자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전국에서 400만~500만 명 정도가 본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여고괴담’은 IMF 외환 위기로 움츠러들었던 한국 영화계에 희망봉 같은 영화였다. 한국 공포영화 역사에서 새 이정표를 만들기도 했다. 이전까지 한국 공포영화는 현대극과 거리가 멀었다. 옛날 배경에 소복 입은 귀신이나 구미호 같은 초현실적 존재가 나오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고괴담'은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6편인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까지 만들어졌다. 케이티알파 제공


‘여고괴담’은 흥행을 바탕으로 이후 속편이 이어졌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2021)까지 6편이 만들어지며 신인 등용문 역할을 했다. ‘여고괴담’의 상업적 성공으로 한국 영화계는 ‘가위’(2000)와 ’장화, 홍련’(2003), ‘알포인트’(2004) 등 현대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제작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여고괴담’이 한국 영화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지 28년. 국내 극장가는 최근 들어 공포영화의 음습한 기운에 휩싸이고 있다. ‘노이즈’가 관객 170만 명을 모으며 지난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9위에 오른데 이어 올해는 ‘살목지’가 관객 323만 명을 기록하며 공포영화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불황기 공포영화가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들은 왜 공포영화에 매료되는 것일까.

제작비 대비 흥행 가능성 커

상영 중인 '살목지'는 '왕과 사는 남자' 못지않게 실속을 챙긴 영화다. 쇼박스 제공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이 찾은 영화는 ‘왕과 사는 남자’다. 1,689만 명이 봤다. ‘명량’(2014·1,761만 명)에 이어 관객 수 기준 역대 흥행 2위다. 극장 매출액은 1,630억 원이다. 역대 최고치다. ’왕과 사는 남자’의 제작비는 105억 원(마케팅비 등 제외)이다. 극장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제작비 대비 수익률은 1,550%다. 제작비보다 15배 많은 돈을 극장에서 벌어들였다.

사극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보다 보통 1.5배에서 2배 제작비가 더 많이 든다. 100억 원 정도 쓰면 중급 규모 영화로 분류되는 요즘 추세를 감안했을 때 ‘왕과 사는 남자’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든 영화다. 큰돈 들이지않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니 한국 영화 흥행사에서 자주 오래 언급될 만하다.

영화 '살목지'. 쇼박스 제공


‘왕과 사는 남자’의 성취에 가려져 있으나 올해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영화가 또 하나 있다. ‘살목지’다. 323만 명이 본 ‘살목지’는 극장에서만 333억 원을 벌었다. 제작비가 30억 원이니 수익률이 1,100%다. 1,000만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화려한 숫자에 가려져 그렇지 놀라운 성과다. ‘살목지’는 올해 흥행 순위로 따지면 ‘군체’(11일 기준 491만 명)에 이어 3위다. 제작비 170억 원이 들어간 ‘군체’는 극장 매출 519억 원(11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군체’의 수익률(11일 기준 301%)이 ‘살목지’를 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살목지’가 ‘군체’보다 더 실익이 큰 영화라 할 수 있다. ‘살목지’는 기이한 소문이 떠도는 저수지로 일하러 간 촬영팀이 겪는 설명 불가 상황이 빚어내는 공포로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노이즈’는 제작비가 35억 원이었다. 극장 매출이 167억 원이었으니 극장 기준 수익률이 477%다. ‘살목지’에 비하면 실속을 보지는 못 했다. 하지만 지난해 흥행 8위(189만 명)인 ‘하이파이브’의 극장 기준 수익률(제작비 150억 원 추정, 극장 매출 175억 원)이 116%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성과임을 알 수 있다.

할리우드 공포영화도 강세

제작비 35억 원의 '노이즈'는 극장에서 170만 명의 관객을 모아 쏠쏠한 흥행 재미를 보았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살목지’와 ‘노이즈’의 사례가 보여주듯 공포영화의 강점은 적은 제작비다. ‘파묘’(2024) 처럼 큰돈(140억 원)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도 하나 대부분 제작비 100억 원을 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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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11233600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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