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생산거점 보니…수도권·충청 집중, 해외도 변수[호남반도체공장 불씨②]
2026.06.13 15:00
호남 공장설은 후공정 중심…전공정보다 부담 낮아
최태원 "일본도 후보지"…해외 거점 재편도 주목
[서울=뉴시스]박나리 기자 = 정치권과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공장 추진설(說)이 확산하는 가운데, 양사의 기존 생산 거점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 기흥·화성·평택과 충남 온양·천안에,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주요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존 국내 반도체 생산 거점은 경기 기흥·화성·평택과 충남 온양·천안으로 나뉜다.
기흥은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화성과 평택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전공정 중심의 핵심 생산기지다.
특히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을 담당하는 메가팹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향후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을 통해 수도권 남부 반도체 벨트를 더 확장할 계획이다.
후공정은 충남 온양과 천안이 맡고 있다.
온양은 기존 패키징·테스트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천안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패키징 설비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를 국내 핵심 생산축으로 삼고 있다.
이천은 본사와 D램 생산, HBM 관련 후공정이 결합된 주력 거점이다. 청주는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에서 D램과 HBM 관련 투자가 더해지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차세대 메모리 전공정 생산기지로 조성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대규모 메모리 생산 라인을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청주에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전용 팹인 P&T7도 짓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맞춰 전공정부터 패키징·테스트까지 이어지는 생산 체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호남 공장 추진설에서 우선 거론되는 시설은 전공정 팹보다 후공정 패키징 공장이다.
전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핵심 제조 단계로 대규모 용수와 전력, 초정밀 클린룸, 협력사 생태계가 필요하다.
반면 패키징은 전공정을 마친 칩을 쌓고 연결해 최종 제품 형태로 완성하는 후공정으로, 상대적으로 입지 선택 폭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삼성전자가 주요 전공정 팹을 경기권에 두면서도 패키징 시설은 충청권에 운영하는 것처럼, 후공정은 전공정보다 생산 거점 분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방 유치론과 맞물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일본을 신규 반도체 생산 거점 후보지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반도체 생산기지 재편 논의가 해외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이외 지역에서의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을 "훌륭한 후보지"로 꼽았다.
일본이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전력 환경 등 제조 공정에 필요한 생태계를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안 되면 해외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력과 용수, 부지, 인력 등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 공장을 짓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최 회장의 발언은 국내 비수도권 투자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호남 등 지방 반도체 공장 유치를 촉구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효율성과 인프라, 인력 확보 여부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해외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텍사스 테일러에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시안에는 낸드플래시 전공정 생산기지, 중국 쑤저우에는 패키징·테스트 거점을 두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삼성전자의 베트남 반도체 테스트·패키징 시설 투자 가능성도 전하고 있다.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늘면서 후공정 일부를 해외 거점으로 분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생산기지, 충칭에 후공정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는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국내 이천·청주와 해외 인디애나를 잇는 패키징 거점을 통해 HBM 등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려는 행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외 생산기지 확대 논의를 국내 생산기반 대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반도체가 국가핵심기술이자 기술안보와 직결된 산업인 만큼 국내를 기본축으로 두되, 공급망 안정성과 고객 대응, 현지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 전략적 해외 거점을 병행 검토하는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처럼 첨단 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이고 기술안보 측면에서도 제도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국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맞고, 추가적으로 전략적 포인트를 삼아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외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의 발언도 당장 국내 투자를 줄이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중심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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