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외면한 최임위, 언제까지 직무유기할 건가
2026.06.12 18:30
배달라이더·가전기기 방문점검원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무산됐다.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운 도급제 노동자는 실적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탓에 최저임금법상 별도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동안 공식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는 고용노동부가 법에 규정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처음 요청하면서 기대감을 주기도 했지만 결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지난해보다 진전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최저임금 사각지대에서 방치된 채 갈수록 늘고 있는 도급제 노동자의 현실이 우려스럽다. 최임위는 도대체 언제까지 직무유기를 할 것인지 묻게 된다.
노·사·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는 지난 11일 5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표결을 진행했다.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안건은 부결됐다.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이 각각 찬성·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권한 1명을 제외한 공익위원 8명 중 6명이 반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라 하더라도 일하는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할 최저임금제의 공백 상태가 이어지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캐스팅 보트인 공익위원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공익위원 다수가 사용자 측 손을 들어준 결과인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게 ‘공익’인지 공익위원들은 자문해보길 바란다.
정부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심의 과정에서 노동부가 도급제 노동자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올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노동부는 직접 실태조사를 하는 대신 연구용역 발주에 그쳤고,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도 단순 설문조사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노동부의 부실한 기초작업은 공익위원들이 도급제 노동자 관련 통계 부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는 빌미가 됐을 공산이 크다. 심의를 요청하면서도 심의자료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이중적 행태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질문에 “이제는 ‘모두의 최임위’로 가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최임위의 부결 사태를 보면서 ‘모두의 최임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임위와 노동부는 내년 최저임금 심의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서둘러 도급제 노동제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전문위원회 구성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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