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 위해 추어탕집 차린 아버지 오해선 씨 "아들의 숱한 시련, 전화위복됐다" [2026 월드컵 홍명보호]
2026.06.12 19:23
4년 전 "최종 명단 27명이면 좋겠다" 생각
극과 극 상황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
아들 뒷바라지 위해 추어탕집 운영
"보양 위해 매일 추어탕 먹였다" 웃음
"4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극과 극의 상황이잖아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입니다."
오현규(25·베식타시)의 아버지 오해선(57)씨의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가장 크고 격한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외친 하루였다.
오현규는 12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후반 35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과달라하라의 한 호텔에서 만난 오씨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현규가 '등번호 없는 선수'로 대표팀에 동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최종엔트리가 27명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돌아보면 그때의 경험이 오늘 같은 순간을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오현규의 축구 인생은 ‘순탄’과는 거리가 멀었다. 4년 전 '예비 선수 동행'은 아쉬운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다.
매탄중 2학년 때 왼쪽 상완골이 부러져 6개월을 쉬었고, 매탄고 1학년 때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다시 9개월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한창 성장기에 찾아온 연이은 부상은 오현규에게도, 오혜선씨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색하지 않았다. 오씨는 "당시 현규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했다"며 "어차피 시간이 생긴 만큼, 독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의미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훈련이나 경기에서 잘 풀리지 않았던 장면도 다시 떠올려 보라고도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정신적 응원에만 그치지 않았다.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경기 남양주에 직접 추어탕집을 차려 아들의 보양에 힘썼다. 그는 "자영업을 해야 현규를 따라다닐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데, 마침 고향인 전북 남원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추어탕이 떠올랐다"며 "동시에 건강식이다보니, 하루도 빠짐없이 반강제적으로 (추어탕을) 먹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유럽 진출의 꿈까지 이룬 오현규지만, 그는 얼마 전 또 한 번의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슈투트가르트 입단이 유력했으나, 메디컬 테스트 문제로 계약이 무산됐다. 그러나 오씨는 이마저도 성장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는 "사실 (계약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성장을 할 수 있는데, 준비가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베식타시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더욱 단단해졌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 차례 시련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경험은 체코전 역전 결승골의 자양분이 됐다. 오현규는 경기 전 38도의 고열에 시달렸지만, 이를 이겨내고 끝내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오씨는 "사실 열이 났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경기 후 축하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제야 아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팀을 위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니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아들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현규가 아낌없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왔다”며 "오늘 조금이나마 그 마음을 전한 것 같아 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저는 늘 현규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축구 선수가 돼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현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수인 것 같습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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