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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름 가진 채 만나는 교집합"…무지개로 물든 서울 도심

2026.06.13 15:56

남대문로 일대 70여 개 부스 운영…무지개 깃발 든 참가자들 발길
개신교 단체, 행사장 인근서 '퀴어축제 규탄 집회'…"동성애 반대"
13일 오후 제27회 서울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인근에서 참가자들이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2026.6.13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윤지오 수습기자
"부모님께 아직 성적 지향을 인정받지 못해서 연락을 못 하고 있는데…여기서 허그(포옹)를 받으니 있는 그대로 포용 받는 기분이에요"

토요일인 1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제27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현장. '성소수자부모모임' 부스에서 프리허그를 받은 20대 여성 고운(활동명)은 부모모임 활동가의 품에 안겨 잠시 눈물을 보였다.

레즈비언인 고운을 안아 준 60대 여성 디딤돌(활동명)에겐 동성애자 아들이 있다. 디딤돌은 "프리허그는 성소수자들이 부모에게 받고 싶었던 마음"이라며 "이들이 용기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서 청계천로를 잇는 퀴어축제 행사장 일대에는 70여 개 부스가 차려졌다. 행사장 일대는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커다란 프라이드 플래그를 몸에 두른 참가자, 무지개색 원피스를 입은 참가자, 무지개 모양 페이스페인팅을 한 남성 커플, 무지개 깃발을 어깨에 두른 외국인 등이 웃고 떠들며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무지개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에이섹슈얼(무성애) 깃발도 곳곳에서 펄럭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배지를 옷과 가방에 달거나 팔찌, 티셔츠 등 굿즈를 착용한 채 행사장을 누볐다.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운영하는 부스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오색 팔찌를 채워주는 행사가 진행됐다. 팔찌를 받으려는 참가자 10여 명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부스에서 팔찌를 채워주던 시경 스님은 "부처님을 보러 왔다. 오늘 참가하신 분들이 다 부처님 아니겠느냐"며 "불교의 깨달음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환대와 목회적 돌봄을 연구하는 개신교 퀴어 연대 단체 '한국 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와 영광제일교회는 함께 부스를 운영하며 '축복 기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한 명씩 부스 안으로 들어가 축복을 받았다.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는 "예수님의 사랑은 모두를 향한 환대와 포용이라고 생각해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제27회 서울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2026.6.13 ⓒ 뉴스1 최지환 기자


혼인평등 캠페인 조직인 '모두의결혼' 부스 앞에서는 김 모 씨(35)가 여자 친구와 함께 '동성지합 만복지원'이라고 적힌 족두리를 쓰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들은 3년째 교제 중인 레즈비언 커플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이 안 되지 않느냐"며 "오늘은 소속감을 느끼고, 결혼을 원하는 퀴어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는 겉돈다는 느낌이 없다"며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은 '교집합: 다름을 연결로'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올해 슬로건에 대해 "교집합은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차이를 지우는 것도 아니다"라며 "각자 다름을 가진 채로 서로 만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남대문로와 우정국로 일대 행사장을 출발해 종로와 을지로, 시청 일대를 거쳐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도심 행진을 진행한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를 위한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예배를 하고 있다. 2026.6.13 ⓒ 뉴스1 이광호 기자


한편 퀴어축제 행사장 인근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대규모 맞불 집회가 열렸다.

을지로입구역 인근 행사장 입구 맞은편에는 일부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트럭을 세우고 찬송가를 틀었다. 이들은 "동성애는 죄"라고 반복해 외치거나 '동성애·동성혼 척결', '한국 동성애로 망한다' 등이 적힌 현수막과 손팻말을 내걸었다. 다만 눈에 띄는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개신교 단체인 '거룩한방파제'도 이날 오후 1시부터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약 800m 떨어진 세종대로 일대에서 퀴어축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퀴어축제 반대', '차별금지법 절대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동성애 반대", "동성애 합법화 시도를 막아 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대 집회 연단에 오른 한 목사는 퀴어축제를 겨냥해 "일부 퀴어축제에서 선정적 복장과 성적 표현 논란이 반복돼 왔다"면서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광장이 음란과 과격함으로 물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집회 참가자들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주장하며 숭례문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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