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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 의혹 이란은 때리고, 核 증강 북한엔 침묵… 이익만 좇는 강대국들 ‘이중잣대’ [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2026.06.13 09:00

<35> ‘돈’이 되는 ‘선택적’ 핵 묵인

美, 핵개발 증거 없이 이란 공습
자국 방산·에너지 기업 등 수혜
종전 후 대규모 재건사업도 노려

北 핵무력 강화엔 美中러 묵인
中, 美와 전략경쟁 ‘완충지대’화
러는 우크라 전선에 군수 공급망
美도 동아시아 무기 판매 활로

이스라엘 70년간 ‘핵 모호성’ 정책
‘핵탄두 90여기’ 공식 인정은 침묵
주변 아랍국가들 핵개발 저지 명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틀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8일 공개한 ‘2026 연감’에서 “국가권력의 수단으로 핵무기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인도·파키스탄·북한·이스라엘 등 9개 핵보유국 모두 지난해에 핵전력을 증강했고, 전 세계 핵탄두 총량 1만2,187기 중 즉각 발사가 가능한 고도경계태세 탄두는 2,100~2,200기에 달한다.

연감 공개 즈음에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외면했다. 대신 시진핑은 군사분야 협력까지 거론했다. SIPRI가 추정하는 북한 핵탄두는 1년 새 50기에서 60기로 늘었다. 반면 중동에선 이란의 핵위협을 명분 삼아 미국·이스라엘이 전격적으로 시작한 전쟁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 발발 당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제법에 근거해 핵주권을 주장한 이란은 초강대국의 포격을 맞았고, 직접적인 핵무력 강화에 나선 북한은 또 다른 초강대국의 전략적 동반자가 됐다. 이 역설의 답은 국제법이나 외교 원칙이 아니라 ‘돈’의 흐름에 있다. 이란의 핵은 누군가의 이익을 침해했고, 북한의 핵은 누군가의 이익을 강화했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의 핵은 처음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수익성 있는’ 이란 악마화



지난 2월 말 미국은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이란을 전격 공습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수뇌부를 살해하고 핵심 군사시설을 파괴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미군기지를 겨냥했다.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4월 6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아살루예의 석유화학단지 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있다. X 캡처


하지만 전쟁 직전 협상 과정에선 “합의가 손에 닿을 거리에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이란이 핵 포기 반대급부로 미국의 원전산업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추가 원자로 건설을 제안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란이 미국 에너지산업의 이해를 직접 건드리는 경제적 유인을 제안했음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을 감행한 건 애초부터 협상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을 거란 해석을 낳는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월가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록히드마틴과 RTX(레이시온)가 최대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실제로 RTX의 1분기 매출은 221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겼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록히드마틴은 4월에만 66억 달러 상당의 패트리어트미사일 증산과 C-130J 수송기 납품 계약을 수주했다. 방산뿐만이 아니다. 유가 급등으로 미국 셰일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됐고,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에 대비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계약 문의도 급증했다. 게다가 전쟁이 끝나면 2003년 이라크전 이후 핼리버튼을 비롯한 에너지·건설 분야 미국 거대기업들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재건 공사를 사실상 독식했던 구조가 다시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우디와 UAE 등 친미 성향의 걸프 왕정들은 이란의 보복 미사일이 날아들자 미국의 방공 시스템을 적극 사들였다. 미국 입장에선 이란의 위협이 걸프 왕정들을 최첨단 무기 구매 시장으로 유지하는 핵심 기제였던 셈이다. 2024년 기준 세계 5위 무기 수입국인 사우디의 미국산 무기 의존도는 70%를 넘는다. ‘위협’이 사라지면 무기 시장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전쟁 목표가 이란의 위협을 ‘관리 가능한’ 수준에 묶어 두되 중동 전역의 재건시장 확대일 거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상 메달을 목에 건 합성 사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그를 축하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 X 캡처


이란 악마화의 수익 구조는 단기적 전쟁 특수에 머물지 않는다. 이란을 ‘불량국가’로 규정하는 서사는 역내 친미 왕정체제를 정당화하고, 미국 주도의 안보 질서 유지 비용을 분담하게 만드는 토대다. 이란의 핵주권 주장이 국제법에 근거한 것일지라도 이 수익 구조를 흔드는 순간 협상의 여지는 사라진다. 전쟁은 외교의 실패가 아니라, 외교가 수익성을 잃었을 때 선택되는 수단이 됐다.

‘살려둬야 돈이 되는’ 북핵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경제 성공담의 주인공은 북한”이라고 썼다. 과장이 섞였지만 빈말은 아니다. 2024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년 만의 최대치인 3.7%였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무기 판매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북한이 대러시아 무기 판매 수입이 GDP의 40% 규모인 1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의 연간 수출 총액의 최대 100배를 포탄·미사일 수출로 벌었고, 농업·제조업·서비스업을 합산한 수준을 전쟁 특수 하나로 채운 것이다. 여기엔 1만5,000명 이상의 파병 대가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유엔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는 여전하지만, 어느 강대국도 철저한 집행 의지는 없다. 중국에 북한은 미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필수적인 ‘완충지대’다. 북한의 핵이 불편하더라도 체제 붕괴와 비할 바가 아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에 찬성하고서도 구멍을 묵인해온 이유다. 북중 월간 교역량은 최근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김정은·시진핑 회담에서의 ‘전략적 동반자’ 격상은 그 묵인의 공식화다.

러시아에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레버리지이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을 유지하는 중요한 군수 공급망이다. 러시아는 북한이 재고 한계로 2024년 하반기부터 포탄 공급을 절반 가까이 줄이자 그 빈틈을 자체 생산으로 메워야 했다. 이는 북한의 군사 역량이 강해질수록 러시아가 받을 수 있는 반대급부가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북핵 해결에 적극 협력할 이유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지난달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군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가장 역설적인 건 미국이다. 공식적으로는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내세우지만, 북한의 핵 위협은 미국이 동아시아에 값비싼 최첨단 무기를 판매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한국의 F-35·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 일본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도입과 방위비 배증, 대만의 F-16V 업그레이드와 하푼 대함미사일 확충 등은 모두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전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 중재자’로서의 명분을 원하고, 김정은은 그 틀 안에서 핵보유국 지위의 실질적 승인을 얻으려 한다. 미국의 모순적인 접근법으로 인해 사실상 김정은은 “잃을 것이 거의 없는 게임”(세종연구소)을 하고 있다.

‘오래된 면제부’ 이스라엘 핵



이스라엘은 약 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리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돌핀급 잠수함의 핵순항미사일, F-35I·F-15I에 탑재 가능한 공대지 핵미사일까지 갖춘 3축 핵전력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이고 IAEA 사찰도 거부한다. 그런데도 국제사회의 제재는 전혀 없다. 핵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핵 모호성 정책’으로 70년을 버텼다. 인도·파키스탄은 핵 개발로 제재를 받다가 나중에 풀렸고, 이란은 핵 개발 ‘의혹’만으로 전장이 됐다. 반면 이스라엘의 핵은 처음부터 묵인됐다. 서방의 노골적인 이중잣대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스라엘의 핵 묵인은 무엇보다 미국·이스라엘 방산 거래 구조와 맞닿아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산 무기의 핵심 고객이면서 독자적인 개조·운용 권한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다. 이스라엘은 자체 개발한 스텔스 연료탱크를 얹고 자국 유도무기를 장착한 F-35I ‘아디르’를 이번 전쟁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쟁 와중에 미국산 최첨단 전투기 추가 구매도 공언했다.

이스라엘이 핵 모호성 정책을 유지하는 건 주변 아랍 국가들이 핵 개발의 명분을 갖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란이 핵주권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스라엘의 핵이다. 이스라엘 핵은 묵인하면서 이란 핵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모순적인 입장은 외견상 핵 모호성에 의해 봉합된다.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핵을 인정하지 않는 한 미국도 ‘공식적으로’ 이중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게 된다.

위선이 제도로 정착하면서 실질적 효과도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핵은 중동에서 ‘건드릴 수 없는 선’으로 기능한다. 미국은 실질적인 핵 보유로 중동 정치의 결정적 행위자가 된 이스라엘을 통해 중동을 관리하고 무기를 팔고 비확산 레토릭도 유지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차이는 핵 보유 여부가 결코 아니다. 핵을 ‘가진’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지배 구도를 강화하는 반면 핵을 ‘추구하는’ 이란은 잠재적으로 그 구도를 흔든다. 결국 비확산의 기준은 “누가 핵을 가지면 우리의 이익이 침해되는가”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란은 폭격을 받았고, 북한은 놀라운 경제 성공담의 주인공이 됐고, 이스라엘은 전쟁 중에도 첨단무기를 사들인다. SIPRI는 “핵 군축 노력이 역전되고 있다”고 경고하지만, 핵 군축을 이끌어야 할 강대국들 모두가 이 역전의 수혜자다. 지금의 핵 질서는 ‘원칙 있는 비확산’이 아니라 ‘이익에 따른 선별적 묵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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