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멈추면 가스 잠궈줄게"…카타르, 이란과 '비밀 거래' 추진 의혹
2026.06.13 14:37
카타르 "의혹 근거 없어…분쟁 종식 방해 의도" 강하게 부인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과 이란 간의 핵심 중재자 역할을 해온 카타르가 '라스라판' 천연가스 시설을 공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란과 비밀 회담을 추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맞서 카타르, UAE 등 친미 성향 걸프국들 내 미군 기지와 민간 시설에 무차별 보복 공습을 가했다.
중동과 서방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LNG 수출국인 카타르는 전쟁 초기 세계 최대의 LNG 처리 시설이 있는 라스라판 산업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이란에 접근해 상호 호혜적인 합의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이란이 라스라판 단지를 타격하지 않는 대신, 카타르가 일방적으로 가스 생산을 중단해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켜 미국과 이스라엘에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카타르가 이란에 접촉을 시도한 사실은 이란 지도자들의 통신 감청을 통해 포착됐다.
한 지역 당국자는 카타르가 가스 공급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도록 돕겠다고 약속하는 동시에,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조건"에 대한 이란의 확약을 구하는 등 사실상의 '비밀 거래'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카타르가 이란에 "우리를 타격하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쟁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다른 나라들도 이란의 보복 공격을 억제할 방법을 모색했으나 카타르의 시도가 더 노골적인 것으로 인식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카타르는 전쟁 사흘째 라스라판에 대한 뚜렷한 군사 공격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운영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이유로 라스라판을 폐쇄한 바 있다. WP는 카타르 당국이 당시 암묵적 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이 사우스파르스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자 보복으로 라스라판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라스라판 시설이 큰 피해를 당했고, 카타르는 연간 LNG 수출량의 17%(약 1280만 톤)를 수출할 수 없게 됐다.
미국 당국자들은 중앙정보국(CIA)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카타르의 이란 접촉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목표를 약화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티미 데이비스 전 주카타르 미국대사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고, 올해는 이란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카타르가 수년간, 특히 가자 사태 이후 채택해야만 했던 생존 모드가 있으며 지금도 그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전 대사는 카타르가 명시적인 대가성을 가지고 이란에 접근했을지는 의문이지만, 카타르의 비상 계획이 "이란에 긍정적일 수 있고 분쟁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타르는 WP의 질의에 이란과 비밀 합의를 추진한 적이 없다며, 라스라판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에너지 시설에서 인명 피해 위험을 확인한 카타르군의 위협 평가"에 기반했다고 반박했다.
카타르 당국은 이러한 의혹이 "분쟁 종식을 중재하기 위해 진행 중인 노력을 방해하고, 카타르의 평판을 훼손하며, 카타르와 미국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약화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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