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곧 합의”, 생일이니 이겼다 해줍시다 [트럼프 스톡커]
2026.06.13 12:00
“협상 곧 타결”→“강력 보복”→“폭격 취소”
14일 제네바 거론...지난해 생일 땐 열병식
이란, MOU 또 선제 공개...“비열한 사람들”
“돈 먼저” vs “핵 포기 우선”...여전히 이견
네타냐후는 뒤늦게 놀라...시장만 연일 요동
“2~3일 내 협상 타결”→“불가피하게 보복”→“더 강하게 공격”→“인프라도 공습”→“폭격 취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까지만 해도 기자들에게 “매우 훌륭한 합의를 이루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며 “(협상 타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틀이나 사흘 정도”라고 말하며 종전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다 9일 트루스소셜에 “8일 밤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순찰하던 최첨단 아파치 헬기 1대가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는 보고를 방금 받았다”며 “미국은 불가피하게 이 공격에 대응해야만 한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9일 오전 상승 출발했던 뉴욕 증시는 단 몇 시간 만에 줄줄이 하락 반전한 채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어제(9일) 이란을 강하게 때렸고 오늘(10일) 더욱 강하게 또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정말 합의에 가까워졌고 이란이 해야 할 일은 단지 문서에 서명하는 것뿐”이라며 “협상이 완전히 끝났는데도 이란이 시간을 자꾸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발전소·교량에 대해 공습을 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0일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이 소식에 2%에 가깝게 급락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11일 트루스소셜 메시지는 종전 합의 기대를 한 번 더 꺾는 내용이었다. 시장은 이를 4월 7일 휴전 협상 이후 최대 위기로 해석했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고작 5시간 만에 자신의 말을 또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다시 글을 올리고 “이란과의 논의가 최고지도부까지 올라가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에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오늘(11일) 저녁에 예정됐던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다”며 “논의 내용과 최종 쟁점은 세부 사항까지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튀르키예, 파키스탄,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이집트 등 당사자들 모두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포고문 서명식에서도 “우리는 방금 이란과 전쟁에 관한 훌륭한 합의를 했다”며 “문서 최종 조율 단계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며칠 안으로 마무리될 것이고 서명식은 아마 이번 주말 유럽에서 열릴 것”이라며 “나는 참석하지 못하겠지만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2% 안팎의 높은 상승률로 화답했다. 8~11일 국제 유가도 당연히 큰 폭으로 요동쳤다.
14일 제네바 서명식 거론...트럼프, 지난해 생일엔 대규모 열병식 개최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12일 더 구체화된 종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말(13∼14일)이나 월요일(15일)에 MOU 체결 서명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미국 공군 ‘C-17’ 수송기 4대가 관련 장비를 나르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며 서명식 장소로 스위스 제네바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도 미국과 이란이 이르면 14일 제네바에서 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든 살 생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946년 6월 14일 미국 뉴욕 퀸스에서 태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의 79번째 생일에는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처럼 워싱턴DC에서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열기도 했다.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한다는 게 형식적인 명분이었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를 전국적으로 촉발한 기폭제가 됐다.
종전 합의가 15~17일 프랑스 휴양지 에비앙레뱅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과 맞물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하며, 에비앙레뱅은 제네바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협상 중재역을 맡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이날 X에 “최종 합의문에 도달했다”고 자신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메흐르 통신에 “잠정 합의안에 대한 승인은 내부 조율 단계에 있고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전국 생중계 TV 연설에서 “미국과의 합의가 최종 단계에 들어갔고, 최고지도자와 국가안보회의를 포함한 이란 최고지도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알렸다. 이란의 강경 매체 파르스통신은 “의사 결정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며 “양해각서 서명식이 14일 제네바에서 열린다는 일부 서방 언론과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란 매체, 이번에도 MOU 내용 선제 공개...“미군 철수, 동결자산 해제, 경제 재건 지원”
이란 매체들이 전한 MOU 세부 내용은 이렇다. 12일 메흐르통신은 MOU가 14개 항으로 구성됐다며,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영구적인 전쟁 중단 △이란 내정 불간섭과 주권을 존중하겠다는 약속 △30일 내 미국의 해상 봉쇄 완전 해제 △이란 주변 지역에서 미군 철수 △30일 내 호르무즈 해협 재개 △석유·석유화학 제품, 파생 상품에 대한 제재 유예와 금융자산 동결 해제 △미국과 동맹국들의 3000억 달러(약 450조 원) 이상 규모 이란 재건 계획 제시 △이란 핵문제, 미국의 1·2차 제재,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 철회 등 최종 합의를 위한 60일간의 협상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이란의 약속 재확인 △협상 기간 미군의 중동 증파 중단, 새로운 제재 부과 중지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란 동결 자금 해제와 관련해서는 60일간의 협상이 시작되기 전 120억 달러(약 18조 원)를 먼저 풀고, 나머지 120억 달러는 협상 기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MOU에 반영됐다. 양국은 최종 합의는 UN 안보리 결의를 통해 승인하도록 했다.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두 나라는 이란 동결자금의 절반 해제와 석유 제재 유예, 해상 봉쇄 해제를 먼저 실행한 뒤 60일간의 최종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협상의 의제는 고농축 우라늄의 처리와 제재 해제, 이란의 경제 재건으로만 제한된다.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과 이른바 ‘저항의 축’ 지원은 제외하기로 했다. 저항의 축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 친(親)이란·반(反)이스라엘 군사 세력을 뜻한다.
이란 국영 IRNA통신도 MOU 초안을 단독 입수했다며 이란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는 내용은 없다고 보도했다. IRNA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이란이 보유하고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끝내는 게 MOU의 핵심 목적이라고 전했다. 단계적 동결자산 해제 방식, 60일간의 협상 의제 등 IRNA통신이 밝힌 MOU 내용도 메흐르통신이 보도한 것과 일맥상통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이란 국영TV 대담 프로그램에서 “미국과의 핵 협상은 다음 단계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제안된 잠정 합의안이 이행되지 않는 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미국의) 해상 봉쇄는 완전히 해제되어야 한다”며 “농축 우라늄을 처리할 유일한 방법은 이란 내에서 희석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의회 의장은 X에 “한 번 맺은 약속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미국에 촉구했다.
친헤즈볼라 성향 일간지 알 아크바르는 12일 MOU에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 중단도 명시됐다고 보도했다. 알 아크바르는 “합의안에는 레바논 전역에 대한 모든 군사적 공격 중단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 남부 영토 포기, 이스라엘군의 신속한 철수 계획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돈 줘야 협상” vs “핵 포기해야 돈 지급”...“전쟁 끝났다”고 홍보했다가 “비열한 사람들” 비난
이 당국자에 따르면 MOU에는 서명 즉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미국은 호르무즈 개방에 맞춰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포함한 중동 지역의 포괄적인 평화협정도 MOU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MOU 내용 공개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란을 제압해 핵 포기를 끌어냈다’는 서사를 부각하기에 그 내용이 너무 조잡한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가짜뉴스에 흘린 조건들은 서면으로 합의된 것들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한 그들의 나약하고 한심한 성명을 포함해 이란이 말한 것은 진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다루기에 정말 비열한 사람들”이라며 “이란과는 선의의 협상 같은 건 아예 없다”고 비난했다. 밴스 부통령도 이날 X에 “해협 재개방과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종식을 위한 잠재적 합의에 관한 허위 정보가 많다”며 “이란이 그저 합의에 서명하거나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서 자금이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썼다.
CNN에 따르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저녁 전화로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공화당 경선 결선 투표까지 진출한 버트 존스 조지아주 부지사의 유세에 참여해 “여러분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오늘(11일) 이란과의 전쟁을 끝냈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절대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했고 이것이 합의 내용의 95%”라고 홍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외 분쟁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유럽 동맹국들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 이후에 매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 미국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태도에 재차 실망감을 드러냈다.
영문도 모른 네타냐후는 SNS 보고 놀라...주가·유가·달러화·채권 등 금융시장만 연일 요동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성명을 내고 “내가 이스라엘의 총리로 재임하는 한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사안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한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고 역설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X에서 “레바논, 시리아, 가자지구의 안보 구역에서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헤즈볼라 측이 MOU에 담았다는 내용과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막바지까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은 또 다시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예고했다가 갑자기 철회한 11일에는 달러화 가치가 갑자기 0.3% 하락해 지난달 6일 이후 최대 내림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중동 전쟁 이후 지금까지 1.6% 상승한 상태다.
국제 유가는 중동 분쟁 해소 기대에 12일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37% 내린 배럴당 87.33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3.23% 하락한 배럴당 84.88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3월 5일, WTI는 4월 17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미국과 이란이 아직도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는 가운데 과연 트럼프 대통령 생일 때까지 MOU가 체결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 이란 매체가 공개한 합의문 초안대로라면 종합적인 핵 협상이 뒤로 밀린 탓에 공화당 등 미국 내에서도 합의 반대 여론이 재차 조성될 수도 있다. 공개된 MOU 내용이 맞다면 이는 합의의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유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