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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실엔 교권보호국 없나"... '참교육' 열풍이 던진 뼈아픈 질문

2026.06.13 10:51

[주장]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사회, 그 뒤엔 무기력해진 학교가 있다요즘 가장 뜨거운 화제작, 드라마 <참교육>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누군가는 현실을 잘 고발했다고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무리한 설정이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 학부모, 학생은 물론이고 드라마를 본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스틸컷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투둠, 6월 1~7일 기준)에 따르면 공개 첫 주 64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부문 1위에 올랐고, 한국을 포함한 48개국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한 국내 화제작을 넘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내용은 거칠다. 교권이 무너진 가상의 대한민국에서 교육부 산하 '교권보호국' 감독관들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교권 침해 학부모를 강력하게 제압한다. 당연히 논란도 크다. 원작 웹툰 시절부터 따라붙은 "체벌 미화", "사적 제재 정당화"라는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폭력으로 폭력을 해결하는 방식은 위험하고 교육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핵심을 놓친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왜 지금 사람들은 이 거칠고 비현실적인 판타지에 열광하는가.

흥행의 비밀은 폭력이 아니라 대리만족이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은 주먹 그 자체가 아니다. 현실에서 공적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누군가 단번에 해결해 주는 장면에 대한 대리만족이다.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법 바깥의 강력한 해결사에게 끌린다. 홍길동이 그랬고, 수많은 영웅 서사가 그랬다. <참교육>에 대한 열광도 서글프지만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를 한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걱정하며, 학교는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민원과 소송, 사후 행정 처리에 매달린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교권보호국'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폭력 때문이 아니라 보호받고 싶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오늘날 학교의 무기력은 교사 개인의 유약함이나 학생 개인의 일탈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이다. 학교에는 학생을 보호하고 교육활동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문제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소수의 학생과 학부모를 실질적으로 제지하고 교육활동을 보호할 권한은 충분하지 않다.

학교는 일반 행정기관이 아니지만 악성 민원에는 일반 행정기관보다 더 취약하게 노출돼 있다. 정보공개청구, 국민신문고 민원, 반복적 전화와 방문, 아동학대 신고까지 학교를 마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반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실질적 불이익은 크지 않다. 결국 학교는 교육보다 방어에 익숙해지고, 교사는 지도보다 회피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가장 위험한 붕괴다.

특히 교원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문제는 학교 현장의 체감 위기를 극대화한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접수된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69.3%에 대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냈고, 수사가 완료된 사건의 95.2%는 불기소 또는 불입건으로 종결됐다. 물론 진짜 아동학대는 단호하게 조사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적 맥락이 있는 사안까지 곧바로 형사절차로 넘어가 교사의 삶을 흔드는 구조라면 제도는 보완될 필요가 있다.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교사는 이미 깊은 상처를 입는다. 수개월 동안 조사를 받고, 직위해제 압박을 느끼고, 동료와 학부모의 시선을 견디며, 다시 교실에 서는 일조차 두려워진다. 법적으로 무죄여도 교육자로서의 삶은 이미 흔들린 뒤일 수 있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활동보호위원회'로 높여야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스틸컷
ⓒ 넷플릭스

현실의 대안은 드라마 속 폭력적 해결사가 아니다. 교육 문제를 교육의 맥락에서 먼저 판단할 수 있는 공적 안전판이다. 현재 교육지원청 단위로 운영되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지역교육활동보호위원회'로 확대·개편하고, 위상과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교권 침해 여부만 판단하는 기구가 아니라 교육활동 중 발생한 갈등과 교원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사안까지 교육적 맥락에서 1차 심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교육감이 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출하는 제도가 있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수사기관이 '참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참고가 아니라 수사 절차에 앞서는 선(先) 심의로 격을 올리자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 법률 전문가, 아동보호 전문가가 함께 교육활동의 정당성과 학생 보호 필요성, 학부모 문제 제기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은 교사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학대는 더 정확하게 가려내고 정당한 교육활동은 더 확실하게 보호하자는 제안이다.

이 논의가 학생 인권을 약화시키자는 주장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학생 인권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보호, 취약계층 학생의 권리, 학생의 존엄은 어떤 경우에도 후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는 학교를 살릴 수 없다.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도 안전하게 배울 수 있다. 교육활동 보호는 교사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권을 지키는 최소 조건이다.

<더 글로리>가 학교폭력의 참혹함을 드러냈다면, <참교육>은 그 폭력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시스템의 무능을 드러낸다. 이 드라마를 자극적인 오락거리로 소비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대중의 열광을 "폭력이 통쾌하다"는 반응으로만 해석해서도 안 된다.

그 안에는 "제발 학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 달라"는 사회적 신호가 담겨 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보여주기식 사업과 화려한 구호보다 학교의 기본 기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학생을 보호하고, 교사를 보호하고,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 보호 체계를 실질화해야 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매를 들고 나타나는 영웅은 현실에 없다. 있어서는 안 된다. 사적 제재가 정의처럼 보이는 사회는 이미 공적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참교육> 같은 드라마가 더 이상 현실감 있게 소비되지 않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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