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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보러 왔다가 찜질방 신세…관광대국 꿈꾸는 한국의 민낯

2026.06.13 10:00

[오유진 기자 ooh@sisajournal.com]

공연·국제행사 열릴 때마다 객실 동나고, 가격은 급등
관광객 유치 집중한 사이 숙박 공급은 수년째 제자리걸음


인도네시아인 자야(30대)는 2022년 방탄소년단(BTS)의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공연 티켓을 구하는 일도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당시 자야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숙소였다. 그는 "홍콩, 태국 등 여러 해외 콘서트를 가보았지만, 숙소를 구하지 못해 이틀간 찜질방에서 지냈던 부산에서의 기억이 악몽으로 남았다"고 회고했다.

4년이 흐른 올해 자야는 BTS 부산 콘서트를 보기 위해 다시 부산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공연 공지 직후 예약했던 시내 비즈니스호텔은 한 달 전 만실을 이유로 예약을 취소했고, 가까스로 한국 지인의 도움을 받아 6인실 게스트하우스를 구했다. 그는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숙박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바가지 논란이 벌어지는 등 더 심해졌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잘 곳 없는 부산이 한국의 제2 도시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작 이들을 맞이할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BTS 부산 콘서트는 물론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023년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등 대형 국제행사 때마다 숙소 부족 문제가 반복되면서 한국 관광산업의 구조적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TS의 공연을 앞두고 6월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그랜드조선 호텔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미디어 전광판에 행사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메가 이벤트마다 반복되는 숙박난

실제로 BTS 공연이 예정된 6월 둘째 주 부산 주요 특급호텔은 사실상 예약이 끝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웨스틴조선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그랜드조선 부산, 아난티 코브 등의 예약률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호텔 업계가 통상 10% 안팎의 예비 객실을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만실이다.

중저가 숙박시설은 가격이 급등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BTS 공연이 열리는 주말 숙박 요금은 직전·직후의 주말 대비 평균 2.4배, 최대 7.5배까지 뛰었다. 이에 부산시는 대학 기숙사와 청소년수련원, 종교시설 등을 활용해 임시 숙박시설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러 와서 기숙사나 수련원에 묵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대규모 관광객 방문으로 숙박 대란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전북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당시에도 대규모 참가자를 수용할 숙박시설이 부족해 대학 기숙사와 공공시설, 기업 연수원 등이 대거 동원됐다.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경주 지역 호텔만으로는 각국 대표단을 수용하기 어려워 포항에 크루즈선 2척을 정박시켜 숙박시설로 활용해야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경주는 국제공항이 없고, 대규모 대표단을 동반해 이동하는 외국 귀빈과 기업 총수들을 수용할 만한 최고급 호텔도 부족하다"며 "K팝의 발상지인 한국은 경주 APEC을 문화적 뿌리를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하려 했지만, 많은 방문객에게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을 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고 어디서 머물 것인가였다"고 꼬집었다.

전국 곳곳에서 숙박난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 숙박 인프라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방한 관광객이 당시 장기간 끊기고, 내수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전국 숙박시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서울에서도 이 시기에 밀레니엄 힐튼 서울,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쉐라톤 서울 팔레스 강남 등 유명 호텔들이 영업난을 견디지 못하고 오피스나 주거시설 등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K콘텐츠 열풍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미스매치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6만44실 규모였던 서울 관광숙박업 등록 객실 수는 지난해 6만2057실로 3.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1% 증가했다. 관광객 증가 속도를 숙박시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한 3000만 명 목표, 숙박 대책은 어디에?

일각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로 꼽힌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이들이 머물 숙박 인프라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감사원이 지난해 실시한 문화체육관광부 정기 감사에서는 숙박시설 수급 분석이 부실하게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서울시는 올해 외래관광객 숙박시설이 공급 초과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반면, 문체부는 공급 부족을 예상하는 등 상반된 진단이 나왔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2016년 만료된 이후 민간에서는 호텔 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공급이 크게 줄었다"며 "정부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이처럼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면서 숙박시설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현재 숙박시설 가동률은 포화 상태에 가까워졌고, 객실 단가 역시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돌파에 이어 2030년 3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최소 5~10년이 소요돼 단기간 내 공급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태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 지역 숙박시설 건축허가와 착공, 준공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현재의 공급 부족 현상은 202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호텔 공급 확대가 어려운 만큼 외국인도시민박업과 공유 숙박 규제를 현실에 맞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관광특구 등 외국인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공유 숙박 실거주 의무 완화와 유휴시설 활용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 공급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과거 숙박시설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한 국가와 도시의 관광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메가 이벤트에 급급해 숙박시설을 임시방편으로 투입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장기 체류와 재방문을 이끌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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