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만 믿다간 후회" 소설로 듣는 부동산과외
2026.06.12 17:04
부동산 신간 내자 베스트셀러
전세만료 앞둔 무주택 주인공
내집마련 고수에게 수업 받아
"매수·매도 타이밍 알수없어
2023년초 안오른 집은 주의"
요즘 같은 시대에 도저히 만나기 힘든 귀인은 바로 '전세금 안 올리는 집주인'이 아닐까.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6년이라면? 그는 귀인을 넘어 성인(聖人)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인 무주택 세입자 '초보라'는 집값이 치솟아도 무신경했다. 그러다 일이 벌어진다. 집주인의 문자 한 통 때문이었다. '집주인이에요. 계약 만기죠? 전세 계약을 월세 계약으로 바꿔야 할 것 같아요.' 머리가 멍해지던 찰나, 카페에서 만난 친구가 한마디를 건넨다. "나, 이 집 샀어."
신간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가 출간됐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집필한 송희구 작가의 신간이다. 소설 형식을 빌려 쓴 이 책의 제목이 '교과서'인 것은 왜 집을 사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살지를 일러주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수 내지 고수에겐 다소 쉬운 편이지만, 기초를 되새기고 기본을 다져 가는 매력이 있다.
문자를 받은 초보라의 친구가 산 집은 '필스테이트 59㎡'였다. 매매가는 8억5000만원쯤 됐다. 연봉도 비슷했던 녀석이 언제 돈을 모았나 하는 자괴감이 가득할 때, 초보라는 카페 'IPJI'에서 우연히 멘토 '초고수'를 만난다. 초고수는 초보라에게 미션을 준다. 가볍게 시작된 부동산 수업은 점차 실전으로 이어진다. 초고수가 일러준 기본기는 이랬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것. 오르리라는 기대감은 악조건 속에서도 집값을 끌어올리고, 떨어지리라는 두려움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단, 누구도 '낮은' 가격에 대한 판단은 금물이다. 현재 시장가가 낮은 건지 높은 건지를 누구도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쓴다.
송희구 지음, 서삼독 펴냄, 2만3000원
"부동산은 예측이 아니라 선택과 대응의 영역이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밀도는 높아진다. 저자의 식견이 드러나는 대목이 여럿인데 그중 하나는 이렇다. GTX는 생각보다 호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 GTX는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지만 GTX역이 중심지로부터 지리적으로 멀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역까지 가는 시간, 내린 후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면 '강남까지 20분'이란 문구는 홍보에 불과하다. 그래서 책은 '사람들이 많이 타는 역이 아니라 많이 내리는 하차역에 주목해야 한다'고 쓴다.
책은 '학군'에 대한 정의도 명확히 한다. 자사고 진학률, 서울대·의대 진학률은 의미 있는 자료다. 그러나 학군의 본질적 가치는 아니다. 상위권 학생들의 성과만 반영된 결과지, 전체 학생에게 우수한 교육 환경이 제공되는 건 별개의 문제여서다. 극소수의 결과가 과대 포장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라고, 학군의 진정한 가치는 '어느 대학에 몇 명 갔다'는 수치로만 평가될 수 없다고 책은 말한다.
매수를 희망하는 무주택자에겐 '사는' 타이밍이, 매도 계획을 세운 유주택자에겐 '파는' 타이밍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책은 이에 대해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지고, 언제 하락장이 올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이어 '내가 살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단, 전국 집값이 다 오르는 시장은 경계하라고 책은 강조한다. 시장이 정상적인 국면일 땐 '에르메스 같은 아파트'만 오르고 '립밤 같은 아파트'는 평상시와 변화가 없다. 그러다 '립밤 아파트'까지 오른다면 그건 거품 국면이다. 즉, 전국 구석구석까지 동반 상승하면 그때가 고점 신호란 것. 여기서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2023년 초부터 전혀 반등을 하지 않은 그래프를 가진 아파트들은 주의해야 한다'고도 전한다.
'갈아타기'는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자산 업그레이드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현재 매도 시점 가격의 최소 1.5배 이상'이 되는 상급지로 가야 훗날 자산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또 단지 내 갈아타기는 투자 관점에선 비효율적이라고도 책은 세밀하게 지도한다. 저자의 다음 문장은 유의하며 읽을 만하다.
"확신을 기다리다가 타이밍을 놓친다. 시장은 늘 애매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며 완벽한 확신을 주지 않는다. 완벽한 근거란 존재하지 않는데, 이를 찾으려다 기회를 흘려보내게 된다. 모든 장점을 가진 집은 없다." 참고로, 이 책은 최근 예약판매와 동시에 전 분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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