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들고 키우고…中 Z세대, '감정소비' 열풍[세계는Z금]
2026.06.13 07:18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실용성보다 감정적 만족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기존에는 생활 편의를 위한 제품 구매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즐거움과 취향·정서적 만족까지 고려한 소비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느린 삶이 오히려 힐링"…확산하는 '감정 소비'
AI생성이미지
중국 장강일보에 따르면 최근 3D 프린터와 LP 턴테이블, 반자동 커피머신 등 이른바 '감성 가전'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한시 우창구의 한 IT 회사에서 근무하는 류 씨 또한 지난해 말 3000위안(약 67만원)이 넘는 스마트 식물 재배기를 구매했다. 이 기계는 조명과 온도, 수분을 자동 조절해 상추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소형 실내 재배기다.
류 씨는 "작은 실내 농장 같은 느낌"이라며 "샐러드 한 접시를 만들기엔 부족한 양이지만, 매일 씨앗이 싹트고 잎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야근 후 집에 돌아오면 배달 음식을 먼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채소가 얼마나 자랐는지부터 확인하게 된다"며 "'느린 삶'을 체감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마트에서 완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직접 물건을 만들며 즐거움을 얻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우한시의 또 다른 20대 직장인 린스리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액세서리 보관함과 책장 수납대를 직접 제작했다.
그는 "예전에는 수납함이 필요하면 마트에 있는 비슷비슷한 제품을 그냥 샀다"며 "지금은 원하는 스타일을 직접 만들 수 있어 결과물을 볼 때마다 '이건 온전한 내 것'이라는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 빠르고 편리하게 완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 소비 방식이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가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는 랜덤박스(블라인드 박스), 향수, 디퓨저, 굿즈 등 정서적 만족감을 높여주는 소비 전반이 주목받고 있다.
스트레스받자…정서적 위안 찾는 中 젊은층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픽사베이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감정 소비'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단순히 가격이나 실용성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경험과 정서적 만족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중국 사회 전반의 심리적 스트레스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중국 도시 거주민의 73.6%가 '아건강(?健康·의학적인 진단은 없으나 건강하지 못한 상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청년층의 97%는 스트레스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안정에 대한 수요가 감정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마오쯔쥔 화중과기대 교수는 Z세대와 젊은 가정을 중심으로 단순한 기능보다 '경험'과 '스토리'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3D 프린터가 인기인 이유는 효율성이 아니라 '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서도 비슷한 흐름…'필코노미' 주목
이러한 현상은 중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기분과 만족감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6'은 감정(feel)과 경제(economy)를 결합한 '필코노미'를 올해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며, 감정이 소비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감정 소비는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리서치 플랫폼 픽플리가 지난 4월 전국 20~50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7%가 월 1회 이상 감정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주 1회 이상 감정 소비를 한다는 응답 비율은 30대가 28.3%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27.3%로 뒤를 이었다. 반면 50대 이상은 14.0%로 가장 낮아 젊은층과 약 2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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