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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볼모 잡은 레미콘 노조… 거세지는 노봉법 후폭풍

2026.06.13 00:06

레미콘운송노조 노조원들이 9일 서울 건설회관 앞에서 열린 ‘건설사의 불공정거래 철폐 촉구 총력 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수도권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의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일부 업체들이 직영 차량을 활용해 레미콘 출하를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의 방해로 무산되기까지 했다. 레미콘은 생산 당일 운반·타설이 이뤄져야 하는 자재여서 공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 품질 저하로 재시공이 불가피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레미콘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 것은 반도체를 볼모로 삼아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미 수도권 레미콘 출하량은 평시 대비 10% 수준으로 감소해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공기 지연도 현실화하고 있다.

레미콘 노조는 운송단가 6% 인상과 수도권 통합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앞서 레미콘 노사는 운송단가 5.5% 인상에 잠정 합의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는 이번 파업의 목적이 단순한 운송단가 인상에 그치지 않음을 시사한다. 노조는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2·3조) 시행에 따른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 확대를 지렛대로 특수고용직인 레미콘 기사들의 노동자성과 노조의 교섭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적 판단이 아직 끝나지 않은 사안이다.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이 레미콘 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원청 건설사를 넘어 발주사인 반도체 업체까지 압박하는 방식의 파업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특수고용직과 하청 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필요하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까지 멈춰 세우는 것은 과도하다. 이번 기회에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마련해 하청 노조를 둘러싼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특수고용직 노조의 단체행동과 관련한 제도적 보완책도 국가 핵심 산업과 필수 사업장을 중심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레미콘 운송 산업의 구조적 문제인 차주와 운송기사 간 지입 중심의 거래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노동권 보장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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