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면 장사 없다? 공급 줄어도 장사 없어
2026.06.13 00:35
부동산 인사이트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1년을 기점으로 주택 공급량의 대표 선행지표인 인허가는 물론이고 후행지표인 착공·준공도 추세적으로 감소세에 있다. 주택 공급 통계에는 인허가에서 분양과 착공, 준공과 입주, 미분양, 철거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절차마다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택 공급의 첫 단추는 인허가 절차다. 사업자가 주택 건설을 위해 시·도지사 또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업계획에 대해 승인을 받는 절차를 의미한다.
주택 건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는 필수다. 다만 인허가 물량이 반드시 분양과 착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는 임기 초반 전국 270만 가구(연평균 54만 가구) 인허가 계획을 발표했지만, 인허가 물량이 실체화되는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약 18%는 준공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를 지난 정부의 270만 가구 인허가 계획에 대입하면 약 48만 가구는 허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시장 환경 변화나 지역 여건에 따라 착공과 준공에 도달하는 비중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서울처럼 사업성이 우수한 지역은 인허가받은 물량의 90% 수준가 실제 준공에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두 번의 공급 대책을 통해 차별화한 목표를 수립했다. 수도권 중심으로 140만 가구(9·7 대책과 1·29 대책 중 약 1만 가구 중첩) 착공 계획이 그것이다. 착공 혹은 분양 절차는 인허가된 물량 중 주택법에 따라 모집공고가 승인된 주택을 말한다. 분양이 끝나면 공사가 시작되므로 일반적으로 동시 이행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즉, 분양과 착공은 주택 경기의 선행지표로 앞으로의 준공·입주 대상에 대한 사전 선별이 가능하다. 따라서 추정치에 가까운 인허가 통계와 달리, 분양은 모집공고에 따라 청약 접수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단지이므로 실제 입주까지 연결된다. 아파트 기준 보통 입주까지 3~4년가량의 공사 기간이 소요되는데, 공사 기간에는 실제 거주용 공급량은 아니므로 ‘분양권·입주권’ 용어로 시장에서 통용된다.
시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미분양 주택은 분양과 입주의 경계점 어딘가에 위치한다.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건설 중이거나 건설된 주택 중 재고로 남아있는 형태를 말한다. 준공 전, 준공 후 등에 따라 ‘악성’ 여부를 따지는데 분양 후에도 3~4년 동안 주인을 만나지 못한 주택이라면 일반적으로 악성으로 분류된다. 청약 경쟁이 치열하고 미분양이 없는 사업장이어야 최초 분양가에 프리미엄이 형성되기 때문에 지역별 양극화에 대한 판단 지표로 유용하다.
분양 혹은 착공 이후 3~4년 뒤 이뤄지는 준공·입주는 모집공고 등을 통해 분양된 주택이 실물로 확정되는 시기다. 이 때문에 다른 통계와는 달리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주요 언론에서 올해부터 1~2년 뒤까지 아파트 입주 물량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전·월세와 같은 임대차 시장은 물론 매매 가격 형성 과정에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준공·입주 이후의 주택은 일정한 소요 시간이 지나면 철거·멸실 절차에 들어간다. 때에 따라 태풍·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멸실되는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은 안전과 노후도(아파트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후부터) 문제로 철거한다. 정부와 서울시, 국토부 모두 신속한 행정 처리를 약속한 재건축과 재개발 정비사업도 철거 이후에는 다시금 인허가 절차에 따라 착공 과정에 들어간다. 결국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주택 생애주기는 40~50년 정도에서 반복된다고 볼 수 있다.
공급 절차의 다양한 의미를 이해했다면 이러한 공급지표를 통해 발생할 일을 예측할 수 있다. 물론 공급만으로 모든 가격 데이터의 변동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급량이 너무 많거나 혹은 너무 적으면 어떤 식으로든 매매와 임대차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 전망에 있어 혹자는 “공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한다. 그 이유는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조정 트리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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