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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깜빡이' 켠 한은…"7월 금통위에서 처리할 듯"

2026.06.12 14:20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7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방향으로 차선 변경을 하려고 깜빡이를 켰다”는 말이 나온다.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행 연 2.5%에서 0.25%포인트 높아진 2.75%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신 총재는 이날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72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통화정책은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에 직면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그러한 상충이 크지 않다”며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총재는 2주 전 금통위 회의 기자회견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표현이 ‘적절한 시기’에서 ‘늦지 않게’로 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른 시기에 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 중동 전쟁 장기화에 물가 3%대 상승


신 총재가 빠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물가 때문이다. 신 총재는 “중동 전쟁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며 “높아진 가계의 기대 인플레이션과 기업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도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1% 상승했다.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가격 변동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를 뜻하는 근원물가는 2.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신 총재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인해 금리를 인상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민·취약계층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겠지만, 이는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판단도 빠른 금리 인상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신 총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신 총재는 “국내 경제는 반도체 경기의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른 세수 확충, 소득 개선 및 투자 확대 등으로 내수도 회복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성장·물가·금융안정 상황은 통화 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보다 1.8% 상승했다. 물가 영향을 뺀 명목 GDP는 10.5% 증가했다. 1976년 1분기(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1일(현지 시각) 독일 서부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로존 통화정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CB, 금리 인상 신호탄 쐈다...일본-미국도 인상 전망

주요 국가들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현지 시각) 예금 금리를 연 2%에서 2.25%로 올렸다. 2년 9개월 만의 인상으로,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주요 7개국(G7) 중 첫 인상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인상 이유에 대해 “중동 전쟁이 물가 상승 압력을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16일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엔화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일 “물가 상승 위험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 인상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이 금리를 0.75%에서 1%로 인상할 수 있다. 일본이 1%대 금리를 기록한 것은 1995년 이후 약 31년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한국 시각 18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신호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4.2% 상승해 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FOMC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2%를 넘기면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한국은행이 7월에 금리를 인상하면 향후 인상 폭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내 2~3회를 전망했는데, 최근에는 4회 인상도 언급되고 있다. 금리에 대한 시장의 심리를 보여주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3.8%로, 기준금리(2.5%)와의 차이는 1.3%포인트다.

금통위원이 예상하는 6개월 뒤 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은 5월 점도표를 보면, 10개는 두 차례 인상(3%)에 찍혔다. 7개는 한 차례 인상(2.75%), 2개는 세 차례 인상에 찍혔다. 최소 1번에서 2~3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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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준 기자 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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