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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집값이 바꾼 2030의 선택

2026.06.13 00:18

결혼·출산 긍정 인식 확산에
출산율 0.9명 회복 기대 커져

함께 집 사기 위해 결혼한다는데
혼인도 소득에 따른 양극화 우려

주거 안정 없인 저출생 못 막아
자산 형성 기회주는 대책 필요

강영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결혼은 빨리 할 거예요. 지금부터 사람을 만나서 늦어도 30대 초반에는 결혼하려고요.”

최근 만난 20대 후배들의 최대 관심사는 결혼이었다.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가 많고, 본인 역시 늦게 하거나 안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고 집도 사는 것. 이를 서둘러 해야 하는 당연한 과정으로 여겼다.

이런 생각을 하는 20·30세대가 늘어난 덕인지 한국 혼인율과 출산율은 동반 상승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3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생아는 1년 전 동기보다 14.8% 늘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도 0.95명으로 같은 기간 0.12명 증가했다. 올해 전체로도 합계출산율이 0.9명을 넘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얘기를 들은 세계적 석학이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평가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했다.


20·30세대는 왜 결혼을 결심하게 됐을까. 역설적으로 높은 집값이 원인이었다. 후배들이 결혼을 결심한 데는 혼자 벌어서는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했다. 그럴 만하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2억3833만원으로 1월보다 1억1833만원(10.56%) 상승했다. 월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으니 혼자로는 힘들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들은 자기만큼 돈을 벌고 재산을 모은 사람과 결혼하고 각자 부모에게 약간씩 지원받아 집을 사는 것이 결혼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했다.

결혼을 한다니 다행이라고 여기기엔 함정이 있다. ‘나만큼 벌고 모은 사람’이라는 것은 ‘집을 사는 데 보탬이 되는 사람’이어야 결혼 상대로 고려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집을 살 수 있는 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결혼을 할 수 없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정말 부동산을 우선순위에 둘까. 이에 대한 대답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청년의 표심으로 잘 드러났다. 서울 427개 행정동 중 20·3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동일수록 오세훈 서울시장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20·30세대 남성뿐 아니라 여성 사이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 외곽 중저가 시장에서 매매가와 함께 전·월세 가격이 오르며 부담이 커진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청년이 생존과 직결된 주거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치인의 패배로 귀결됐는지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우려는 이런 불안이 반복되고 구조화될 때 우리는 다시 ‘인구학적 자살’(demographic suicide)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는 풀기 어려운 문제도 답을 찾은 경험이 있어서다. 후배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이들이 결혼을 통한 임신과 출산, 육아가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점이었다. 불과 10년 전 친구들이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거나 육아휴직 때문에 승진을 포기하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정부는 30대 초반 인구 증가와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 일부 정책적 효과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동수당,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 등 지원이 늘며 양육비 지출이 줄었다.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편해지고 있다. 2015년 14만 명이던 육아휴직자는 2022년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출생아는 43만8000명에서 24만9000명으로 줄었으니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의 증가율은 더 높은 셈이다.

물론 지금의 출생률 반등은 인구구조적 혜택을 보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이끄는 것은 에코붐 세대(1991~1996년 출생자)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저출생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명료하다. 청년에게 기성세대처럼 ‘내 집 마련’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고 중산층으로 진입할 기회, 정직하게 일하고 돈을 벌 기회,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고 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청년층 전체가 안심하고 미래를 꿈꾸도록 판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뒤 우리가 마주할 인구 성적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참혹할 수 있다. 겨우 찾아온 기회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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