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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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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내로남불이 2030 분노에 불붙였다 [이동수의 세대 진단]

2026.06.12 11:00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드러낸 민주·진보 진영의 '선택적 정의' 논란
스타벅스엔 분노, 선관위엔 미온적…엇갈린 대응이 키운 불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진행된 재선거 요구 집회는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기존 정치 세력이 아닌, 평범한 청년들이 중심이 돼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다. 집회에는 무대도 진행자도 없었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재선거"를 외쳤을 뿐이다. 6월7일 저녁부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윤 어게인' 세력이 늘어나며 동력이 약화하긴 했지만, 어찌 보면 이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구심점 없는 집회는 외부 세력의 개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알려진 대로 이번 사태는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등 몇몇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청년층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들끓었고 투표소 항의 방문을 인증하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6월3일 밤부터는 대학마다 현 상황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게시됐다. 참정권 침해는 연령·성별을 불문하고 발생했다. 그런데 분노를 표출한 건 주로 청년들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올림픽공원으로 나서게 한 걸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6월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청년층 분노, 참정권 침해에만 국한된 것 아냐

사실 이번에 나타난 청년층의 분노는 참정권 침해에 국한된 게 아니다. 사건을 이해하려면 5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방선거 보름 전이던 이때, 스타벅스에서 사달이 났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탱크 데이' 이벤트가 발단이었다. 홍보물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케 하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며 스타벅스를 비판했고, 장관들은 부처 차원에서 불매를 선언했다. 스타벅스와 진행했던 정부의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즉각 해임되고 회사 차원에서 두 차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여권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는 스타벅스를 비판하는 글로 도배됐다. 고(故) 최진실씨 딸 최준희씨는 신혼여행차 방문한 미국에서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민 다수가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이벤트는 분명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장관, 지지층까지 나서 특정 기업을 때려댈 일이냐는 반론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5·18을 모욕·폄훼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이때까지는 이 격정적인 대응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그런데 6월3일 여권이 보여준 모습은 사뭇 달랐다. 투표 종료 직전 불거지기 시작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출구조사가 발표된 뒤부터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하필 지역도 국민의힘 우세 지역이 많았다. 야권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정부·여당의 반응은 놀랍도록 차분했다. 청와대는 "선관위가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 역시 야권의 재선거 요구에 "(답변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당시만 해도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걸로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여당의 반응이 전해질수록 청년층의 원성도 점점 커졌다. 핵심은 내로남불. 인터넷에선 '보수 정권, 진보 우세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어도 이렇게 나왔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권 지지자들 또한 이번 사안에 대해선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는데, "투표하지 못한 사람의 표를 모두 합해도 결과에는 지장이 없다"거나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개입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2030 세대가 분노한 데는 이 부분이 크게 작용한 걸로 보인다. 일개 기업의 잘못에는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면서, 정작 자신들이 불리한 국면에 놓이니까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된 일에도 권한을 따지며 흐린 눈을 한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와 비슷하게 전개되는  측면도

이번 사건은 조국 사태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 사건 그 자체보다 정치인과 지지자들의 이율배반적 대응이 청년층의 이탈을 키웠다는 점에서다. 조국 전 혁신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이던 2019년 8월9일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지명된 직후부터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대·고려대·부산대 등에선 조국 규탄 집회가 열렸다. 보수진영은 공정을 강조하며 청년층의 분노를 자극했다. 그런데 사실 이때만 해도 2030 세대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나 정당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공정성 시비도 결국은 명문대 학생들 사이의 논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다수 평범한 청년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와 다름없었다. 만일 이때 조국 전 대표와 민주·진보 진영이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여론 지형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사과와 반성이 아닌 검찰 개혁으로 흘렀다. 민주당 정치인들과 지지층은 서울 서초동으로 집결해 '조국 수호'를 외쳤다. 청년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왜 자신들이 잘못해 놓고 그 화살을 검찰에 돌리느냐는 것이다. 여권과 검찰의 갈등은 해를 넘기며 한층 격화했다. 2030 세대에서 무당층이 증가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은 예상보다 격렬했다. 그래서인지 사건 당일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정부도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7일 선관위 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추진을 요청했다. 또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 구성도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사안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특히 분노하는 2030 세대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50 세대 간의 갈등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층 골이 깊어진 양상이다. 청년들이 올림픽공원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자 여권의 일부 오피니언 리더는 이를 극우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준동으로 매도했다. "비상계엄 때는 가만히 있던 청년들이 이럴 때만 분노"한다고 힐난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청년들이 극우화했다는 진단과 함께 "탱크로 진압해야 한다"거나 "몽둥이를 들어야 한다"는 비난도 따랐다. 이와 같은 주장은 지지층으로부터 꽤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게 언제부터 극우의 어젠다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여권이 '탱크'를 동원하고 '몽둥이'를 들자고 할수록 청년층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거라는 사실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나타난 분노도 결국은 그간 반복된 민주·진보 진영의 '선택적 정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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