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병사
병사
‘AI 경계체계’ 시대에…최전방은 왜 아직도 ‘손에 손잡고’ 경계하나[박성진의 국방 B컷](59)

2026.06.12 15:09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군 지도부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주일석 해병대사령관, 곽광섭 해군참모차장, 김성민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손석락 공군참모총장,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최전방 일반전초(GOP) 경계병력을 2만2000여명에서 6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경계작전 방식을 ‘선형 개념’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감시 체계 도입과 함께 ‘지역 벨트 개념’으로 바꿔 최전방 경계병력을 지금보다 73%가량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보수 진영은 “경계병력 감축은 이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가 자진해서 최전방 경계병력을 줄이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선택이냐? 휴전 상태의 한반도에 맞지 않는 궤변일 뿐”이라며 비판했다. 일부 보수 언론도 가세했다. 그러자 안 장관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6000명’은 단계별 작전성 검토를 거쳐 2040년쯤 계획 중인 목표치”라고 해명성 설명을 내놓았다. 안 장관은 “2027년까지 과학화 시스템 성능개량과 시범운용을 거쳐 1단계(2031년), 2단계(2035년)를 거쳐 미래 경계 체제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계작전을 선형에서 지역 벨트 개념으로 바꾸는 개념은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안인 ‘국방개혁 2020’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참여정부의 개혁안이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최전방 경계임무는 2020년에 벌써 과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GOP 경비여단이 맡고 있어야 했다. 안 장관이 밝힌 2040년쯤이라는 목표 시기는 참여정부의 계획보다 20년이나 늦춰지는 것으로 만시지탄이다. 오히려 실시 시기를 최소한 2040년보다는 10년 이상 앞당겨야 한다. 군에서 중·장기계획으로 검토한다는 얘기는 ‘안 하겠다’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방개혁안이 담고 있는 경계작전 개념의 변화가 더딘 데는 합동참모본부의 책임이 크다. 특히 합참 작전본부와 예하 작전부, 지상작전을 주도하는 작전1처와 합동작전과(합작과) 등 소위 ‘현행작전 라인’은 경계작전 변화에 소극적이다. 이들은 북한군의 기습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6·25전쟁 이후 70년 이상 묵은 경계작전에서의 변화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왔다. 그러다 보니 전방 10개 사단 병력 대부분이 경계근무에 묶여 정작 장병들의 교육훈련과 임무 숙달은 뒤편으로 밀려나 있는 게 대한민국 육군의 현실이다.

한미연합훈련을 하면서 전시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선형 방어를 할 경우 한국군 인명 피해는 5일 만에 10만명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 포병의 사정권을 고려해 만들어 놓은 페바(FEBA) 방어 개념도 북한군 장사정포가 수도권까지 위협하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맞지 않다. 병력의 희생만 키울 뿐이다. 군은 전시가 되면 페바 알파 방어에만 최전방 병력의 약 40%가 희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군은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첨단무기와 감시장비를 갖춰왔다. 그렇다면 그만큼 경계병력이 줄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계작전을 책임지는 지휘관들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성향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합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가령 최전방에 CCTV를 포함한 근거리 및 중·장거리 첨단 감시 장비가 배치되면 그만큼 경계병력이 줄어야 하지만,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들은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할 경우가 생길까봐 관련 병력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군의 최고 작전 제대인 합참 차원에서의 명확한 운용지침이 없어서다.

합참의 지침이 없으면 전방 군단의 상급부대인 지작사령부 차원에서라도 첨단장비 사용에 따른 병력 운용의 가이드라인을 예하부대에 내려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할 수 있는 책임소재 논란에서 서로가 벗어나려는 태도 때문이다.

지난 5월 11일 경기 화성시 한국지역난방공사 동탄지사에서 열린 ‘2026년 수도군단 대침투 종합훈련’에서 육군 수도군단 예하 제51보병사단 장병들이 미상의 자폭드론 공격으로 인한 폭발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내부에서는 현행 경계작전을 책임지는 합참 합작과가 정작 전방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이 생겨도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최전방 요새화에 나선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에 접근해도 군단별로 대응이 제각각이었다. 합참 차원에서의 명확한 매뉴얼 대응 지침이 없다 보니 전방 2개 군단은 경고방송을 하고 1개 군단은 하지 않았다. MDL의 정확한 경계선을 놓고 한국군이 과거부터 유지해온 기준선과 북한군이 내세우는 기준선, 유엔군사령부(UNC)의 기준선 등이 다르다 보니 생긴 문제였다. 정부에서 불필요한 남북 간 군사 갈등을 피하려고 하는 현실에서 합참은 MDL 대응 작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최전방 군단사령부에 내려보냈어야 한다.


합참에는 최전방 경계작전 등을 관할해야 하는 지상작전과(지작과)가 없다. 한미연합사령부에도 지작과가 있지만 합참에는 조직이 없다. 대신 육·해·공 작전을 총괄하는 합작과가 지상작전도 관할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합작과장은 육군 대령이다. 육군이 합작과를 통해 해·공군을 통제하고, 지상작전에서 불리한 상황이 생기면 합작과는 지작과가 아니라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경계작전에 실패하면 예하부대만 책임을 질 뿐이다.

합참에서 현행작전을 하는 장교들과 장차작전을 하는 장교들, 그리고 작전을 기획하는 장교들이 ‘따로국밥’처럼 노는 것도 잘못된 구조다. 그러다 보니 작전 기획과 현행·장차작전을 두루 아우르는 보병 간부가 드물다.

진급 우선순위도 ‘현행작전’ 장교가 우선이다. 보병 작전직능 장교 가운데서도 합참 합작과 라인은 진급이 거의 보장되는 ‘성골 라인’으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합작과 총괄장교(중령)를 마치고 일선 부대 연대장(대령)에 진출했다가 합작과장(대령)으로 돌아오면 장군 진급 1순위다. 합작과장 출신들은 나중에 합참 작전부장(소장)과 합참 작전본부장(중장)을 역임하는 게 일반적 코스다. 현 합참 작전본부장도 합작과장 출신인 강현우 중장이다.

합참 합작과는 현행작전과 전작권 전환 대비를 한다는 이유로 인력이 다른 부서의 2배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진급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통상 합참 과장이 지휘하는 부서에는 육사 한 기수에서 1명이 총괄장교로 배치된다. 그러나 합작과에는 육사 한 기수에서 총괄 장교와 총괄 보조 장교 등 2명이 배치돼 총괄 보조 장교도 대령 2차 진급을 보장해주는 게 관행이었다.

합작과는 정작 육·해·공 작전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바다에서의 문제는 해군작전사령부가, 하늘에서의 문제는 공군작전사령부가, 지상의 문제는 지상작전사령부가 우선 대응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합작과를 검찰 특수부와 비유하기도 한다. 검찰 특수부도 인사 혜택을 최우선으로 받으면서 기소한 사건이 문제가 생기면 대검 지시로 절차를 담당한 형사부 검사에게 책임이 미뤄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방개혁안이 업그레이드됐지만, 정작 ‘손에 손잡고’식 휴전선 경계작전이 바뀌지 않은 데는 합참의 현행작전 만능주의에 그 뿌리가 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병사의 다른 소식

병사
병사
15시간 전
다케다 가문의 합종연횡은 왜 실패했나 [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보는 경영’]
병사
병사
19시간 전
'강제 팔굽혀펴기' 육군 15사단 가혹행위, 군 수사 주체 상향
병사
병사
21시간 전
월드컵 출전국 국가 AI 분석해보니…"가장 미움받는 나라는 스페인"
병사
병사
1일 전
[시간들] 병 계급은 줄이고 별 자리는 그대로 둘 것인가
병사
병사
1일 전
이라크 공군, 동부지역 폭격으로 IS 지도자와 병사 살해 밝혀
병사
병사
1일 전
'이등병' 사라지나…2040년 한국군이 마주할 현실[한반도 GPS]
병사
병사
1일 전
군 ‘인구 절벽’ 후폭풍…육군 수도군단, 수방사에 흡수 검토
병사
병사
3일 전
2040년까지 간부 중심 軍개편…간부 40→63%·병사 60→37%
병사
병사
2026.05.22
주독미군 감축하는 트럼프 “폴란드에 5000명 추가 파병 예정”
병사
병사
2026.05.22
주독미군 줄이더니…트럼프 “폴란드에 5000명 추가로 보낸다”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