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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다 가문의 합종연횡은 왜 실패했나 [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보는 경영’]

2026.06.12 21:01

(46) 반복게임과 ‘포크 정리’


다케다 가쓰요리의 마지막 전투를 묘사한 에도 시대 목판화. 우타가와 쿠니츠나 작. 에도-메이지 시대, 일본 국립국회도서관(National Diet Library) 소장.
“미카와(三河) 병사 1명은 오와리(尾張) 병사 3명에 맞먹고, 고슈(甲州) 병사 1명은 오와리 병사 5명에 맞먹는다.” 일본에서 역사를 이야기할 때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 미카와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통치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본거지다. 오와리는 그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고개를 숙이고 섬겼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본거지다. 그리고 고슈는 후지산의 북쪽 지역인데,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이라는 유명한 영주의 본거지다. 이 말은 오다 노부나가가 일본의 절반을 군사적으로 평정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통치자가 됐지만, 군사적으로 제일 강했던 사람은 다케다 가문이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던 다케다의 군대는 어째서 일본 통일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다케다 신겐의 아들인 가쓰요리의 시기에 멸망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미리 결론을 말하면 다케다가 멸망한 것은 외교 정책의 실패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은 전국을 통치하는 인물이 없었고 수백 명의 영주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영주들은 대립하기도 했지만 동맹을 맺기도 했는데, 다케다 신겐은 이웃의 강력한 영주 두 사람인 이마가와 요시모토, 그리고 호조 우지야스와 동맹을 맺었다.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다케다 신겐의 누이와 결혼했고 호조 우지야스의 딸은 다케다 신겐의 며느리가 될 정도로 결혼을 통해 동맹의 결속을 다졌다.

이 동맹을 바탕으로 다케다 신겐은 남쪽을 걱정하지 않고 북쪽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문제는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죽음이었다.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작고 미약한 영주라고 생각했던 오다 노부나가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사망했던 것이다. 이 패배로 이미가와 가문의 군사력은 이미 많이 약화된 상황이었다. 이때 다케다 신겐은 어떻게 했을까? 동맹을 도와 이마가와 가문의 원수인 오다 노부나가와 싸웠을까? 아니다. 오히려 이마가와 가문의 영토에 쳐들어갔고 이미 약해진 이마가와의 군대는 믿었던 다케다 신겐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멸망하게 된다.

다케다가 이마가와를 공격해 멸망시키는 모습을 본 호조 우지야스는 당연히 배신감을 느꼈고 다케다와 동맹을 파기한다. 그리고 나서 호조 우지야스는 다케다 신겐의 적이었던 우에스기 겐신(上杉 謙信)이라는 다른 영주와 새로운 동맹을 맺고 다케다 신겐을 압박했다.

그런데 우에스기 겐신은 불교에 귀의한 독특한 성향의 군주로,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식도 낳지 않았다. 호조 우지야스가 우에스기 겐신과 결혼을 통해 동맹을 굳건히 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호조 우지야스는 자신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을 우에스기 겐신의 양자로 들여보냈는데, 이 인물이 우에스기 가게토라(上杉景虎)이다.

그런데, 다케다에게 다행스럽게도 호조 우지야스가 얼마 후 병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우지야스의 아들인 우지마사가 새로이 호조 가문을 이어받았다. 우지마사는 다케다 겐신이 동맹을 깬 것은 잘못이지만, 멀리 있는 우에스기 가문과의 동맹보다 이웃에 있으면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다케다 가문과 동맹이 훨씬 이득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케다 신겐과 새롭게 영주가 된 호조 우지마사는 동맹을 맺는다. 얼마 뒤 다케다 신겐도 병으로 사망하고 아들인 가쓰요리가 새로운 영주로 취임한다.

이 시기가 되면 작은 영주였지만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전사시켰던 오다 노부나가의 세력이 크게 성장해서 다케다와 호조 가문보다 강해진다. 그래서 다케가와 호조는 힘을 합해 오다 노부나가 세력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때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는데 바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우에스기 겐신도 병으로 사망한 것이다.

물론 우에스기는 호조 가문으로부터 가게토라라는 양자를 받아들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에스기의 양자는 가게토라뿐만 아니라 자신의 누이의 아들, 즉 조카인 가게카쓰(上杉景勝)도 있었다. 우에스기 가문은 가게토라를 지지하는 세력과 가게카쓰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내란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호조의 지원을 받는 가게토라가 유리하다고 예상됐다. 가게토라의 친형이었던 호조 우지마사가 도우려 했으나 두 영토 간에 높은 산이 있었고 마침 겨울이라 눈이 많이 내린 탓에 호조가 직접 가게토라를 돕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호조는 자신의 동맹국이면서 우에스기의 영토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다케다 가쓰요리에게 가게토라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동맹국인 호조의 요청에 응해 가쓰요리가 우에스기의 영토로 쳐들어가면서 가게토라가 쉽게 우에스기의 새로운 영주가 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죽을 위기를 맞은 우에스기 가게카쓰가 다케다 가쓰요리에게 많은 황금과 영토를 주면서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던 것이다. 약속을 깨고 동맹국을 공격해 멸망시킨 부친 다케다 신겐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케다 가쓰요리는 황금과 땅을 받고 군대를 철수시킨다. 믿었던 다케다 가쓰요리가 철수하자 호조의 아들이었던 가게토라는 전투에서 패하여 죽고 우에스기의 새로운 영주는 가게카쓰가 된다.

동맹인 다케다 가쓰요리의 배신으로 친동생인 가게토라가 사망하자 호조 우지마사는 분노했다. 다케다 가문과 동맹을 파기했을 뿐 아니라 다케다 영토로 쳐들어간다. 서쪽에서는 이미 세력이 강해진 오다 노부나가가 다케다의 영토로 진격하고 있었는데, 동쪽의 호조 가문도 다케다 영토로 쳐들어오자 다케다 가문은 일순간에 멸망하게 되고 다케다 가쓰요리는 할복 자살한다.

나중의 일이지만 동맹을 깨고 배신한 다케다 가쓰요리를 멸망시킨 호조 우지마사는 강력한 오다 노부나가와 직접 국경을 마주하는 신세가 된다. 이전에는 호조의 영토와 오다 노부나가의 영토 사이에 다케다 가문이 있어 직접 오다 노부나가와 싸울 일이 없었는데 순망치한의 상황이 됐던 것이다. 결국 다케다 멸망 8년 후 호조 우지마사는 오다 노부나가의 부하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처참하게 패배하고 역시 할복 자살을 한다.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강력한 군사 대국인 진(秦)나라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서 다른 6개국이 맺었던 동맹이 합종(合從)이다. 6개국이 합종을 해 진나라에 대응하자 강대국인 진나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 진나라가 연횡(連衡)이라는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6개국 동맹을 이간질해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진나라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게 된다. 일본의 다케다 가문과 호조 가문도 결국 합종에 실패해 멸망했다.

게임이론에서 반복게임을 통한 협력을 분석한 포크 정리(Folk Theorem)에 따르면, 동맹이 깨지는 이유는 동맹의 구성원들이 장기적인 동맹의 가치와 단기적인 개인의 이익을 놓고 항상 고민하기 때문이다. 다케다 가문도 장기적으로는 동맹을 유지하는 게 좋은 것을 알면서도 단기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지 못했다. 현재 자신이 희생해 동맹을 도와줘도 미래에 자신이 필요한 경우 동맹이 자신을 도와줄지 확신이 없었을 것이다.

호조 가문의 행동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동생인 가게토라를 직접 자신이 도와야 하는 상황에서 동맹인 다케다 가문에는 황당할 수 있는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돕지 못하는 자기 동생을 다른 누가 도울 수 있겠는가. 그리고 호조에 다케다 가문은 강력한 오다 가문을 막아주는 역할이 가장 중요했는데, 눈앞의 복수에 급급하다 파국을 자초했다. 포크 정리의 관점에서 보면 동맹 관계는 도움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 자세가 있어야 유지할 수 있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3호(2026.06.10~06.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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