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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의 앵커칼럼] 미래가 묻는다

2026.06.12 21:51



역사에는 부침이 있습니다. 뜨겁게 타올랐다가 사라지고, 사라진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다른 얼굴로 돌아옵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학생운동만큼 극적인 부침을 겪은 것도 드뭅니다.

"호헌철폐 독재 타도."

일제 때인 1926년 6·10 만세운동부터 1960년 4·19의거, 1980년대 민주화운동까지 학생들은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향해 늘 맨 앞에 섰습니다.

"모든 민주주의의 정치사는 자유의 투쟁사다"
"양심은 부끄럽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서울대 문리대의 4·19 선언문처럼 우리 대학은 불타는 시대정신과 순결한 양심을 대표해 왔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급진화되면서 대학은 전장에 가까웠습니다.

화염병이 날고 최루탄이 자욱했죠. 거리의 구호가 강의보다 더 크게 들렸습니다. 이후 학생운동은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민주화를 이루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공산권이 붕괴하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 많던 화염병이 자취를 감췄고, 대학은 비로소 상아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6·10민주항쟁 39년을 맞은 지난 10일,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참정권을 훼손했다"고 규탄한 겁니다.

"우리는 1인 1표 대의민주주의를 쟁취했습니다. 그런데 39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다시 참정권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투표용지 부족을 단순한 행정착오로 보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절차적 공정을 훼손"한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쟁화하는 것은 극도로 꺼립니다.

부정선거론 같은 극단적 주장에 거리를 둔 거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번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과거 학생운동의 정치 시위라기보다 하나의 '주권자 운동'처럼 보입니다.

2030세대가 이끈 송파구 참정권 집회도 그랬습니다. 거대한 조직도, 진영도 없었습니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소셜 시티즌 (social citizen)'들이 주축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중시하는 공정과 상식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기준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게 비출 수도 있어 보입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과거 역사보다 미래의 꿈을 더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대학생들의 새로운 목소리에 깊이 귀 기울이고,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6월 12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미래가 묻는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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