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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7년 지연된 수도권 송전망 … 반도체 만들 4GW 전력 막혔다

2026.06.12 17:57

핵심 송전망 54개 중 20개 지연
동해안~동서울 직류송전망
통과지역 주민 100% 합의에도
하남시 "고전압 새 설비 위험"
신장성·동두천CC도 줄연기
지하·해저에 건설하는 송전망
비용 들어도 사회적편익 클수도




지난해 4월 충남 당진시 송악읍 서해대교 인근. 국내 전력망 건설 역사상 최장기 지연 사례로 꼽히는 '북당진~신탕정' 송전망이 21년 만에 준공식을 열었다. 가동한 지 1년 뒤다. 2003년 첫 삽을 뜬 지 강산이 두 번 변하고서야 거둔 결실이다. 당초 2012년 준공을 목표로 했던 해당 사업은 지역 주민의 거센 민원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지연에 막혀 기나긴 시간 동안 표류했다. 착공 시점조차 계획보다 2년 뒤처진 2014년에야 확정될 만큼 전력망 구축을 둘러싼 대표적 갈등 사례로 꼽힌다.

12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전자파 괴담'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항의에 송전망 건설 사업이 막혀 있다. 송전망은 복수의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 주민의 민원이 쏟아진다. 송전망을 통과하는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더라도 변전소·변환소 등 관련 시설이 들어설 지역의 주민이 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54개 송전망 건설 사업 중 현재 20개 사업이 표류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안~동서울 초고압 직류 송전망(HVDC)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5월 79개 경과 마을 전 구간에서 주민 합의를 마쳤다. 하지만 하남시가 동서울 변환소 증설 사업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2019년이었던 준공 시점이 무기한 밀리고 있다. 동서울변환소는 동해안에서 생산된 초고압 직류 전기를 가정, 공장에서 사용 가능한 교류 전기로 변환해주는 핵심 설비다. 송전망이 모두 건설되더라도 동서울변환소가 증설되지 않으면 전력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게 된다. 해당 송전망은 동해안 지역의 신한울 등 원자력 발전소와 대규모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 수요가 밀집된 서울·수도권,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용인·이천 지역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송전 용량만 한국 표준 원전 4기급인 4GW다.

하남시와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하남시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 및 변환설비 증설 사업 인허가 불허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를 냈다. 당시 행정심판위원회는 한전의 청구를 인용해 불허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해당 사업은 옥외에 있는 변전소 시설을 옥내화하고여유 용지에 변환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하남시는 지난해 4월 변전소를 지하로 넣는 옥내화에 대해서만 인허가를 승인했다.

하남시는 주민 동의 없이는 추가 인허가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남시 관계자는 "옥내화와 달리 변환소는 없던 시설이 새로 들어오는 사업"이라며 "주민들은 더 높은 전압의 신규 설비가 들어오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을 정부와 협력해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해남~신장성 송전망 건설 사업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사업의 핵심 부분인 신장성 변전소 건설은 당초 2021년 4월 준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목표 시점은 내년 9월로 6년 이상 밀렸다. 지역 주민들이 장성군에 집단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반대해서다. 동두천CC~양주 송전망 건설 사업 역시 준공 시점이 7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이 사업 역시 지역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왔다.

전국 곳곳의 송전망 건설 사업이 미뤄지면, 경제적 피해 역시 함께 커지게 된다.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수요지에 제때 공급할 수 없게 된다. 하남시의 변환소 증설 허가가 늦어지면서 발전 제약으로 인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만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변환소 증설 없이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방법이 없다. 반면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21년 만에 준공되면서 연간 3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건설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지상에 설치되는 가공 송전선로 대신 지중이나 해중으로 추진하는 부분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가공 송전선로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지중·해중 송전선로 건설로 인해 늘어나는 비용 간 편익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건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주민들이 찬성하는 지중·해중 방식을 택해 공사를 1~2년 만에 빨리 끝내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인근에서 소비할 수 있는 '지산지소형' 체계를 갖추는 게 해법이란 의견도 나온다. 송전망 대부분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목적인데, 이로 인해 앞으로도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유경 기자 /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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