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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계엄만큼 위험한 장동혁의 부정선거 음모론 [하헌기의 콘텍스트]

2026.06.12 13:00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민심은 '윤 어게인' 심판, 張은 '전국 재선거'로 당권 버티기
'친윤 원내대표' 뽑은 제1야당…자정 능력 상실하며 극우화


윤석열은 공화정에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독을 풀었다. 전자는 12·3 내란이다. 후자는 부정선거 음모론 유포다. 군사 쿠데타는 공화정의 외피를 물리적으로 파괴한다. 선거에 대한 신뢰 훼손은 공화정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든다. 전자는 공화국 주권자의 힘으로 막아냈다. 후자는 여론에 의해 공론에서 기각됐다.

문제는 제1야당이었다. 대한민국은 공화국의 수호자들이 승리했다. 그런데 제1야당 내에선 아니었다. 공화국의 수호자들이 소수파였다. 공화국의 적들에 해당하는 이들이 승리했다. 그래서 '윤 어게인'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이들이 아직도 당 지도부다. 말하자면, 정당 자체가 극우화된 상태인 셈이다. 이 정당이 이 상태로 덩치가 커지면 헌정 위기는 지속된다. 사법으로는 형이 선고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12·3이 청산되지 않은 상태로 권력을 위임받을 수도 있는 상태, 이것은 12·3에 대한 역사적 합의를 훼손한다. '편향된 사법부가 헌법이 보장된 비상대권을 사용한 윤석열을 탄압했지만, 우리 국민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음을 선거를 통해 확인받았다' 따위의 말을 늘어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헌정 위기를 다시 초래할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월5일 잠실7동 투표함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도착,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부실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

그럼에도 필자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날까지도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애초에 장동혁 지도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당원 80%, 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때문이었다. 지지율이 꺾이고 선거에서 진 상태로 저 룰을 계속 유지할 순 없을 것이라고 봤다. 결국 집권하기 위해서는 일반 유권자의 압력에 따라 당이 변해야 한다. 따라서 장동혁 지도부 퇴진도 시간문제라고 봤다. 실제 보수 지지층 중 다수는 극우적으로 동원되고 조직되길 거부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조차 격전지가 되어버리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고, 장동혁 지도부는 국민의힘 내에서도 배척되고 있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규 분포로 들어오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리라 예상했다.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개표가 시작되고 얼마 후 뉴스에서 본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아홉 글자는 아주 섬뜩하게 다가왔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자칫하면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름을 붓겠다 싶었다. 극우의 세계관이란 '원래 우리가 가졌던 권리를 부당한 방식으로 빼앗기고 있다. 고로 저 부당함을 공격해 몰아내고, 잃어버린 세상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에선 난민, 이민자, 소수자 문제로 발현되기도 한다. 한국은? 몇 개의 이슈가 있지만 가장 큰 덩어리는 정치 지형 변화 자체에서 발현된다. '본래 우리 것이었던 나라 자체를 부당한 방식으로 좌파들한테 빼앗겼다. 고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되찾아와야 한다'는 식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그렇게 발현되고, 극우 정치에 가장 대표적으로 동원되는 기제다.

실제 한국은 항상 보수 우위 사회였다. 진보가 늘 소수였다. 오랫동안 진보에선 선거 때마다 '단일화' '선거연대' 등이 가장 큰 화두였다. 집권할 때는 진보 대연합을 넘어 심지어 보수에도 손을 내밀어야만 했다. DJP 연합이나 정몽준과의 단일화가 대표 사례다. 그렇게 안 하면 이길 방법이 없었다. 자연히 헤게모니 자체를 보수가 쥐고 있었다. 그들이 주류였고 기득권이었다. 보수 입장에서는 이는 일종의 권리 같았다. 

그 보수 우위 구도가 깨져버린 지형이 우리가 마주한 지난 10년이다. 이제 진보진영은 선거연대나 단일화를 좀체 논하지 않는다. 우선순위로 삼지도 않는다. 반면 보수는 선거 때마다 단일화가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다. 구조적 소수파가 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보수 지지층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수십 년 갖고 있던 헤게모니인데 갑자기 상실된 상황이 수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꺼내든 게 부정선거 음모론이다. 좌파가, 중국이, 북한이 수작을 부리고 부정선거로 반칙을 써서 나라를 훔쳐갔다는 식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극우 포퓰리즘적으로 봤을 때, 일자리나 권리 문제로 고리를 거는 서구와 달리 확장성은 없었다. 대체로 보수진영 내부 이슈에 머물렀고, 윤석열이 계엄의 명분으로 꺼내들었을 때 조금 확장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미했다. 시민들이 개표보조원이나 선거참관인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실제 투·개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각 정당에서도 개표 참관을 다 하고 있다. 부정선거를 하려면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른 너무 많은 사람이 '악행 동맹'을 맺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당권 유지 위해 '재선거' 판 키우는 장동혁

그랬는데 이번에 선관위 사태가 터졌다. 실제 일부 시민이 참정권을 침해받은 일이 발생했다. 하루하루 선관위의 너무 많은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세상의 크고 작은 많은 사고는 악인의 거대한 음모가 아니라 무능한 자들의 안일함이 누적된 결과로 발생한다. 이번 선관위 사태도 후자라고 단언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자도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자신의 출세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어제의 동지를 버리고, 양심도 버리고, 금도를 넘을 수 있는 악인도 세상에 존재한다.

선관위 무능과 안일함으로 발생한 대형 사고를 장동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참지 않았다. 그것이 공화정을 내부에서부터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일임에도. 판사 출신 장동혁이 지금 외치고 있는 '전면 재선거'라는 그 구호가 현실에서 법률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님을 모를 리 없다. 선관위 사태가 '부정선거'가 아니라 '부실선거'임을, 악인의 거대한 음모가 아니라 무능한 자들의 안일함이 누적된 결과로 벌어진 사고임을 판단할 지성이 없을 리도 없다. 그 지성을 공동체의 안녕과 문제 해결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쪽으로 사용할 뿐이다.

통상적인 정치 문법이었으면 장동혁은 선거 다음 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그 후 국민의힘에선 새 권력투쟁, 노선투쟁이 벌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무능한 자들의 안일함이 둑을 터뜨리는 사고를 냈고, 결국 윤석열이란 악인이 풀어놓은 독이 더 넓게 퍼지게 됐다. 장동혁은 그 독을 극우 포퓰리즘의 기제로 활용해 생존을 모색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치솟았다. 새 원내대표에는 친윤·당권파로 분류되는 정점식이 당선됐다. 즉, 쇄신 의지가 없다. 이 상태로 덩치를 키우려 할 수 있다. 그것은 12·3 내란만큼 위험한 일이다. 내란은 눈에 보이는 헌정 파괴지만, 선거의 신뢰 훼손을 동력 삼는 일은 내부에서부터 공화정의 근간을 흔든다. 그러니 쇄신은 도리어 형식적으로나마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해야 한다. 더 많은 국민 지지를 받으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 민주당이 선관위 사태를 앞장서서 극복해야 한다. 결코 국민의힘이 극우화된 상태로 덩치를 키우게 둬선 안 된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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