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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정보 진위 찾는 '생각의 근육'…방치하면 공교육 붕괴" [헤경이 만난 사람-차우규 한국교원대 총장]

2026.06.12 10:59

차우규 한국교원대 총장이 최근 충북 청주시 교원대 대학본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학생의 문해력 문제를 방치하면 향후 공교육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며 교원대가 문해력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청주=임세준 기자




2022년 8월 한 카페가 사과문에 올린 ‘심심한 사과’라는 말은 전 국민에게 문해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한자어 ‘심심(甚深)한’을 ‘지루한’으로 오해한 댓글이 달리면서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 논란’까지 이어졌다.

이후 ‘사흘’ ‘금일(今日)’ ‘무운(武運)’ 등의 단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젊은층의 ‘문해력 문제’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국내 유일의 국립 교원양성종합대학인 한국교원대는 이 점에 주목했다. 교원대 기초학력연구소는 지난달 20일에는 ‘2026 KNUE 기초학력연구소 학술세미나’를 개최, 학교 현장에서의 기초학력 문제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문해력 부족이 기초학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일선 학교와 교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였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는 4일 충북 청주 교원대 대학본부에서 차우규 교원대 총장을 만났다. 약 70분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교육과정, 디지털 교육 등의 전문가인 차 총장은 문해력에 대한 우려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문해력이 결여되면 교과서 지문, 교과의 주요 개념 등을 이해할 수 없어 수업 시간의 많은 부분을 어휘 설명에 할애해야 한다”면서 “학생의 문해력 문제를 방치하면 향후 공교육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책임감이 크게 작용했다”며 문해력 문제에 교원대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70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차 총장은 교육다음은 차 총장과 일문일답.

-최근 스마트폰 사용, 숏폼 등의 인기로 MZ세대는 물론 어린이·청소년까지 문해력이 부족해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문해력이란 어떤 능력을 말하는가.

▶최근 숏폼 콘텐츠의 유행과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인해 청소년의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글자를 아는 것이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정보의 진위를 찾아내고, 글의 맥락과 숨은 의도를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비판적 사고력과 소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드는 생각의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해력이 왜 필요한가.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시험에서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문해력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학생이 수학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수학 문제 자체가 무슨 의미인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데, 수학 문제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문해력은 단순히 국어 실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과 일상생활의 바탕이 되는 공부의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신간 ‘세종의 나라’를 펴낸 김진명 작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문해력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건강한 토론과 합리적 비판을 통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디지털 문해력의 위기는 생각하는 힘의 도구를 근본적으로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고, 국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면 독재자의 지시대로 따라가기 쉽게 된다. 결국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는 문해력이 마비되면, 우리 사회 내에서 이성적 토론은 사라지고 감정적 대립과 가짜 뉴스 등이 지배하는 기형적 구조로 변질돼 민주주의가 붕괴될 것이다.

-문해력이 결여되면 학업성취도·기초학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야기가 많다.

▶문해력이 결여되면 수업 시간의 많은 부분을 어휘 설명에 할애해야 한다.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진도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수업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학습 무력감’에 빠져 학습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문해력 결핍에 의한 학생 간 학습 격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벌어져, ‘학습 격차의 고착화’ 내지는 ’매튜 효과(부익부 빈익빈 현상)‘가 발생시킬 수 있다.

-교원대는 어떻게 문해력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학생과 젊은층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벌이고 있는 활동에는 무엇이 있나.

▶교원대는 유치원부터 초·중등(초·중·고) 교사와 특수교육 교사까지 모두 한 캠퍼스에서 길러내는 국내 유일의 교원양성종합대학이다. 국립대로서 국가 교육정책을 선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학생의 문해력 문제를 방치하면 향후 공교육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책임감이 크게 작용했다. 문해력은 초등학교 때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유아기의 음운 인식부터 시작해, 초등 저학년의 한글 해득, 중·고교 시기의 종합적 사고로 이어지는 ‘연속적 흐름’을 가진다. 교내 기초학력연구소에서는 난독증 경계선 아동이나 느린 학습자를 위한 공교육 차원의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고,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수학, 과학, 사회 등 각 교과서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교과 문해력’ 연구로 범위를 넓혀 왔다. 임용 전부터 초·중등을 막론하고 모든 학과 예비 교사들에게 문해력 지도 역량을 갖추도록 커리큘럼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의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문해력 전문 과정 연수, 기초학력 전담교사 연수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교원대 학생들이 지역 사회의 초·중·고생들과 연계, 방학이나 방과 후에 읽기 부진 학생들을 1대1로 지도하는 멘토링 사업이나 예비 교사 대상 문해력 지도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총장님께서도 중학교 교사를 역임하셨다고 들었다. 그 당시 지금의 교육환경은 얼마나 달라졌다고 보시나. 특히 문해력 부분은 어떠한가.

▶과거 제가 교사 생활을 할 때 문해력 부족은 주로 글자 자체를 읽지 못하는 ‘비문해(문맹)’나 글을 읽는 속도가 느린 한글 해득의 문제인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 학생들은 글자는 대체로 유창하게 잘 읽지만, 문장 안의 어휘 뜻을 모르거나 문맥을 파악하지 못해 교과서나 지문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주로 종이책, 신문, 잡지 등 ‘인쇄 매체’를 사용하다보니 글의 구조가 직선적이고 논리적이어서 긴 호흡의 글을 참고 견디며 읽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졌다. 하지만 현재 학생들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영상과 숏폼’ 중심으로 정보를 소비하다보니 긴 글을 읽는 것을 매우 지루해하고, 화면을 위아래로 빠르게 훑어 내리는 ‘스캐닝식 읽기’ 에만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글의 핵심 논리를 진득하게 추론하는 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여진다.

차 총장은 30~40년 전 자신의 교사 생활과 현재를 비교하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면 대다수 학생의 문해력이 평이한 수준으로 비슷하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문해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상위권 학생은 고도의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는 반면, 하위권 학생은 중·고생이 돼도 초등 수준의 독해력에 머무는 등 학생 간 격차가 과거보다 훨씬 더 극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주로 검증된 글을 읽었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을 크게 의심할 필요가 적어 텍스트를 그대로 수용해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에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짜 뉴스, 짜깁기 정보, AI가 생성한 왜곡된 정보 등이 넘쳐납니다. 현재의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을 넘어 ‘이 정보가 진짜인가? 어떤 의도로 쓰였는가’를 의심하고 걸러내는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본지도 ‘한글런’ 행사 등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문해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원대와도 힘을 합쳐왔다. 교원대의 관련 계획은 무엇인가.

▶헤럴드미디어그룹과 세종시의 ‘한글런’ 활동은 K-컬처의 성장과 맞물려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국민의 문해력을 높이려는 매우 상징적인 움직임이라고 본다. 세종시가 ‘한글문화도시’를 표방하고 헤럴드가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한다면, 교원대는 이를 학술적·교육적 제도로 뒷받침하는 ‘공교육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한글런과 같은 대중적 행사 시, 교원대 학생들이 교육 체험 부스를 운영하거나, 외국인을 위한 한글 학습 앱·콘텐츠 개발에 교원대 연구팀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서 글을 읽는 패턴(시선 추적, 읽기 속도 등)을 AI로 분석하여 문해력 수준을 정밀 진단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문해력 인문학 강좌를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개설·확대하여 지역사회의 문해력(리터러시)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획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려고 한다.

-향후 총장님과 교원대의 향후 계획이 있다면.

▶모든 예비 교사들이 졸업 전 AI 코스웨어(디지털 교과서에 AI 기술을 접목, 개별 학생을 위한 맞춤형 학습까지 구현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디지털 공간 속에서 정보의 신뢰성을 판별하는 ‘디지털 미디어리터러시’를 학생들에게 직접 지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고자 한다. 우수한 미래 교육 콘텐츠와 문해력 지도 인프라를 전국의 예비 교사들과 공유하며 공교육 양성 기관의 맏형 역할을 강화하겠다. 종합교육연수원을 통해 단기성 연수가 아닌, 난독증이 있거나 경계선 지능(느린 학습자)안 학생을 학교에서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자격 과정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대담  :  신상윤 전국부장

정리=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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