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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안으로만 파고 드는 당신에게 맞춤 운동은?... 정신과 의사의 운동처방전

2026.06.12 14:01

MBTI 열풍이 잦아들 기미가 없다. 너무 궁금한 거다. 내가. 네가. 우리가. 재미삼아 보면 그만인데 현실의 스트레스가 커서 그럴까. 점차 선을 넘는다. 서로서로에게 꼬리표를 붙이기 시작한다.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 히스테리, 경계성 인격장애, ADHD, 강박증, 대인공포증, 어른아이 등. 좀 그럴싸한 인생 히스토리를 만들려면 트라우마 한두개쯤은 갖춰줘야 한다.

정신과의사 하주원이 책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를 쓴 이유다. 인간 심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예전과 달리 정신과 문턱이 낮아진 건 분명 좋은 일이다. 정신과 드나든다고 이제 이상하게 보고 그러진 않는다. 오히려 "한번쯤은 정신과에 가서 다 털어놓는 것도 좋은 일"이라며 권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그 때문에 우리는 간단한 문제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과거의 기억을 샅샅이 헤집어 그럴싸한 트라우마 하나 찾아내 피해자 되는 것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는 건 아닐까.

인간심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모든 걸 마음의 문제로 돌리는 게 과연 좋을 일일까.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정신과의사로서의 경험과도 관련 있다. 운동을 권하면 "겨우 운동하라는 소리 들으려고 여기 왔는 줄 아느냐"는 푸념, 항의를 적잖게 받는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반문은 이렇다. "자서전적 과거를 심하게 파헤치는 심리 과잉의 시대, 정말 괜찮은 걸까."

그렇다고 책의 저자 하주원 자신이 마라톤 풀코스 완주, 서브3(풀코스 3시간내 완주)에 도전하거나 트라이애슬론, 하이록스 같은 힙한 운동의 달인인 것도 아니다. 운동능력은 겸손하기 이를데 없고, 체력은 한없이 약하며, 공간지각능력 또한 바닥 수준이다. 애써 뭐라도 해보려 하는데 그래도 제법 한다는 소리 한번 듣는게 소원이다.

그가 이런저런 운동을 거쳐 요즘 그래도 정 붙이고 하는 주요 운동은 폴댄스다. 이 또한 멋지게 차려 입고 화려하게 빙글빙글 돌아서 착지하는, TV에서 보던 그런 폴댄스를 떠올리면 안된다. 폴댄스를 하는 이유는 폴은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폴 주변에 저마다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해 각자 할 수 있는 동작을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위험하지도 않고 폐를 끼칠 일도 없다.

운동능력 제로에 가까운 '몸치'인 정신과의사가, 정신과의사로서 마음챙김 열풍을 감사히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정신만 파고들지 말고 뭐라도 좋으니 운동을 하라고 권하는 책을 쓴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말해, 가만히 앉아 머리 싸매고 있어 봐야 바뀌는 건 없다는 거다. 왜 그런가.

뇌가 아니라 몸이 문제다


①뇌는 기억을 각색한다.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의 기억은 거의 없다. 우울할 땐 우울하게, 즐거울 땐 즐겁게 기억한다. 과거는 하난데, 그걸 우울하게 혹은 즐겁게 되새긴다. 지금이 괴롭다고 불행했던 과거를 파고들면 과거는 더더욱 심한 불행으로 채색된다.

②뇌는 두개골 밖에도 있다.

생각, 느낌, 감정 같은 건 뇌에서 나온다고 한다. 맞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데 뇌가 알아서 그런 걸 만들어내진 않는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자극이 있어야 생각, 느낌, 감정이 일어난다. 뇌가 만드는 것은 뇌에 들어오는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 뇌는 두개골 안에만 있는게 아니다.

정신과의사 하주원. 운동하는 의사, 라면 운동 깨나 잘 할 것 같지만 미안하게도 몸치에 가깝다.


③누워 있던 몸만 일으켜도 운동이다.

운동하랬다고 어느날 갑자기 고강도 슈퍼 트레이닝이라도 시작하라는 게 아니다. 아주 심할 땐 그저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기만 해도 운동이다. 온종일 방안에만 있다면 좀비처럼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좋으니 단 5분만이라도 밖에 나가면 그것도 운동이다.

④나를 바꾸는 건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상담받으러 오는 이들은 나를 바꾸고 싶어한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골똘히 고민하다 마침내 득도해서 바뀌는 사람은 없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고? 아니다. 행동이 쌓여서 뇌가 바뀐다. 몸을 일으키면 그 때부터 내가 바뀐다.

⑤몸은 기억력이 좋다.

몸치라 운동 배우는 것도 어렵고 배워도 금세 잊는다지만, 몸은 기억력이 의외로 좋다. 말이나 글에 의존하는 서술기억은 25세부터 퇴화한다. 몸이 수행하는 동작이나 기술에 대한 절차기억은 60~70세가 돼야 퇴화한다. 몸의 기억을 계속 적립해둬야 한다.




트라우마엔 K팝 댄스를 추자


이렇기에 정신과의사 하주원이 말하는 운동은, 어떻게 보면 참 하찮다. 엄청난 고강도 트레이닝보다는 그저 뇌를 한 눈 팔게 하면 된다. 골방에 앉아 과거를 곱씹고 미래를 걱정해봐야 뇌의 신경세포만 파괴된다. 뇌에다 다른 화제를 쥐어줘라, 그게 운동이다. 그 정도만 해도 약과 치료시간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그래도 정신과의사니까 각 증상에 좀 더 잘 어울리는 운동을 추천한다. 물론 구체적인 건 자세한 상담에 따라야겠지만 치료에 나름대로 도움을 받은 운동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감정기복이 심하다? 실내자전거를 타라

조울증은 하루에 몇번씩 기분이 널뛰는 게 아니다. 평균적으로 울증이 2주, 조증이 1주 정도 지속된다. 울증 때는 아무 것도 못할 거 같지만 조증 때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대응법은 감정의 진폭을 줄이는 거다. 생활 자체를 단조롭게 루틴화하는 게 핵심이다. 운동도 실내자전거처럼 울증 때도 조증 때도 할 수 있는, 단조롭고 루틴화된 게 좋다.

평소 화가 많다? 격투기에 도전해보라

화가 많다면 억누를 게 아니라 터뜨릴 수 있는, 터뜨리되 엄격한 관리자의 안전을 위해 통제를 강하게 하는 운동이 어울린다. 격투기 계열 운동이 대표적이다. 격한 호흡과 기합은 뇌의 원시적 감정 영역과 운동신경계를 폭발적으로 연결시킨다. 화가 많다는 건 감정이 예민하다는 뜻인데, 감정에 대한 과도한 몰입을 근육으로 분산시킨다.

사람 많은 곳이 힘들다? 초저속 달리기를 해보라

공황장애, 혹은 그 비슷하게 극도로 몸이 흥분된 상태를 자주 겪는다면 내 몸이 조절되는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 포인트는 내쉬는 숨. 내뱉으면 편안해진다는 경험이 좋다. 달리되 시속 4㎞ 수준의 초저속달리기를 하면서 스스로의 호흡에 집중해보는 게 좋은 경험이다.

강박이 심하다? '목표 미달'을 목표로 해보라

대개 양심적이고 성실하지만 자기 틀을 못 벗는 이들이 이런저런 강박에 시달린다. 이런 이들은 계획에 어긋났다고 괴로워하지 않아야 하는게 핵심이다. 목표를 세우되 일부러 미달하는 식의 방법이 좋다. 그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하니까.

사회적 불안장애?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타인의 표정을 읽느라 남들 앞에 잘 못 나서거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안함을 없애기보다 불안해도 한다, 가 목표여야 한다. 헬스장? 거기 가서 아무 운동도 못하고 단 5분이라도 앉아 있다 오기만 해도 충분하다. 배드민턴? 한 게임 했으면 됐지 뒷풀이까지 안가도 된다. 일단 뭐라도 했다, 해봤다, 그게 목표여야 한다.

트라우마가 있다? K팝 댄스를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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