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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잊게 한 역전골”…사원증 걸고 광화문 월드컵 거리응원 달려간 직장인들

2026.06.12 16:22

점심시간 맞은 직장인들 광장으로 쏟아져
학생·외국인 관광객까지 응원 열기 동참
“골 넣자 소름” 광장 뒤덮은 뜨거운 함성
치킨집 만석·편의점 북적 ‘월드컵 특수’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12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정장 차림에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하나둘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가방 속에 넣어둔 붉은색 국가대표 유니폼을 꺼내 입고 전광판 앞으로 뛰어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광화문광장과 세종문화회관, KT광화문빌딩 앞은 순식간에 거대한 야외 응원장으로 변했다.

광화문 일대의 한 회사에서 근무 중인 정지은(28) 씨는 “날씨만큼 응원 열기가 뜨거워 놀랐다”며 “KT광화문 웨스트 빌딩 스크린으로 시민들과 광장에서 월드컵을 즐겨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경복궁 인근 회사에 다니는 박희선(32) 씨도 동료들과 광장을 찾았다. 박 씨는 “광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놀랐다”며 “분위기에 덩달아 신이 난다. 햄버거를 포장해 응원에 합류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경기 시작 전부터 광화문광장에는 붉은색 유니폼과 태극기를 두른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붉은악마 관계자는 무대에서 보행로 확보와 안전 수칙을 반복해 안내했고,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가 등장하자 팬들은 전광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광장 곳곳에는 온열질환 예방 쉼터와 경찰·소방·응급의료 부스도 마련됐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광장을 찾았다. 일주일 전 한국에 도착했다는 프랑스 국적의 팡탱 씨와 스페인 국적의 다니엘 씨는 “손흥민 선수를 좋아해 응원하러 왔다”며 “한국의 월드컵 거리응원을 직접 경험하게 돼 기대된다”고 전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기 전 무대에 오른 아이돌 코르티스에 환호하는 모습. 남소정 기자
광장을 찾은 학생들도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고등학생 박종근(17) 군은 친구와 함께 응원전에 나섰다. 박 군은 “2018년 월드컵 때 처음 거리응원을 해본 뒤 축구선수의 꿈을 갖게 돼 실제 선수 생활도 했다”며 “십자인대 부상으로 그만뒀지만 손흥민 선수를 비롯해 축구는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광화문광장뿐 아니라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KT광화문빌딩 앞에도 시민들이 몰렸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는 시민들이 자리를 잡기도 했다.

전반 중반 이후 이강인과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함성이 터져 나왔고, 결정적인 기회가 무산될 때마다 탄식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현장 안전요원들마저 잠시 일을 멈추고 전광판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폭염 속 응원전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양산을 쓰고 경기를 관람하거나 분수대 주변에서 더위를 식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폭염대피시설 ‘해피소’도 시민들로 붐볐다. 운영사 직원 김하연(29) 씨는 “오전 10시 개장 후 한 시간 반 만에 90명이 찾았다”며 “오늘처럼 이용객이 몰리는 날은 드물다”고 말했다.

하프타임에는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수칙 안내가 이어졌다. 세종문화회관 일대에서는 더 좋은 자리를 찾으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경찰이 한때 진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드론 비행이 포착돼 “드론을 내려달라”는 안내 방송도 나왔다.

후반 35분 오현규(베식타시JK)의 역전골이 터지자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고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송찬의(25) 씨는 “오늘 날씨가 정말 더웠는데 골이 들어가는 순간 소름이 돋아 오히려 추울 정도였다”며 “10년 지기 친구와 함께한 거리응원이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승리의 순간까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인근 치킨집에서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광화문 일대 상권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CU 광화문광장점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평소보다 많이 찾고 있고 줄을 서는 손님도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 치킨집 직원 이 모(45) 씨는 “원래 오후 5시에 문을 여는데 오늘은 월드컵 응원 손님을 맞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며 “직원 5명이 모두 출근했지만 경기 시작 직후 60여 석이 금세 만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린 손님만 100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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