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공장 건설도 멈췄다… 레미콘 파업 장기화 우려 고조 [중기+]
2026.06.12 09:36
|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체결 등을 요구하며 휴업에 들어간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불공정거래 철폐 촉구 총력 투쟁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잠정합의안 부결에 제조사 “권역별 협상 전환” 공문
운반비 인상에 노조 지위 쟁점 겹쳐…평택·용인 현장 불똥
운반비 인상에 노조 지위 쟁점 겹쳐…평택·용인 현장 불똥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 파업이 장기화 조짐이다. 정상화의 분기점이었던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권역별 협상’을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 측에 전달했다. 전운련 측은 수도권 반도체 공장으로 납품되는 레미콘의 출하 저지에 들어갔다. 특히 수도권 레미콘 협상은 운반비 인상률에 더해 노조 지위 인정 여부까지 겹쳤다. 레미콘 제조사들과 운반사업자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수도권 레미콘 공급망 전반이 다시 흔들리는 양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 일동은 전날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에 보낸 공문에서 “양측 최종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 부결을 이유로 운송 거부를 철회하지 않고 재협상을 요구해 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운송 거부 철회 없이 귀 회(전운련)와 더 이상 협상을 지속할 수 없다. 향후 2026년 운반비 협상은 권역별 협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공문의 핵심 내용은 잠정합의안 부결의 책임을 전운련 측에 묻는 내용이다. 제조사 측은 국토교통부 중재로 지난 9일 양측 협상 대표단이 회전당 4200원 인상안에 합의했는데, 전운련 조합원 투표에서 이를 부결시킨 것은 교섭 신뢰를 훼손한 행위라는 입장이다. 양측은 유류비를 제외한 수도권 레미콘 운반비를 현행 회당 7만5800원에서 8만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전운련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68.3%)가 높아 합의안은 부결됐다.
|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전운련) 소속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승합차가 11일 오전 경기도 평택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이 믹서트럭에 실리는 지점을 막아섰다. 이날 출하 예정이었던 레미콘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으로 출하될 예정이었으나, 전운련 측의 물리력 행사로 삼성측은 레미콘 주문을 포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제공] |
문제는 파업 영향이 일반 건설 현장을 넘어 반도체 핵심 공사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잠정합의안 부결 직후인 11일 오전 경기 평택의 레미콘 공장 2곳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던 레미콘 출하가 전운련 측 저지로 막혔다. 직영차를 활용한 출하 시도까지 무산되면서 현장에서는 예정됐던 타설 작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은 생산 직후 일정 시간 안에 타설해야 하는 특성상 대체 물량 확보가 어렵다. 특정 공장에서 출하가 막히면 건설 현장에서는 당일 타설 일정을 접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처럼 공정별 일정이 촘촘하게 맞물린 대형 산업시설의 경우 하루 타설 차질도 후속 공정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출하 저지가 반복되면 단순한 운송비 분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공정 차질 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파는 평택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 파업으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에서도 레미콘 타설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는 국내 반도체 공급망 투자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두 현장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면 파업 장기화에 따른 산업계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운반비 교섭 지위 인정 문제도 결부돼 있다. 전운련은 수도권을 하나의 교섭 단위로 묶어 단체협상(통합교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제조사들은 서울·경기·인천 등 12개 권역으로 나눠 협상을 진행해 온 것을 이유로 권역별 교섭을 주장해왔다. 다만 지난 9일 합의안은은 ‘통합교섭’으로 진행됐다. 국토부의 중재 때문에 레미콘 제조사가 양보한 지점이다. 반면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직후 레미콘 제조사들은 ‘권역별 협상’을 다시 꺼내들었다. 합의안 부결 책임이 전운련측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조 지위 인정 여부도 쟁점이다. 전운련 측은 법원 판단과 노동당국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근거로 레미콘 운송 기사들이 노조법상 교섭 주체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조사 측은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 상당수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맺어왔고, 아직 항소가 진행 중인데다 업체별·권역별 거래 구조가 다른 만큼 일괄적인 임단협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운반비 협상이 노동관계 교섭으로 확장되면 합의 난도는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수도권 반도체 건설을 진행중인 건설사들은 레미콘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콘크리트 타설이 필요한 작업을 앞당겨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다른 공정을 진행하면서 공사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막고 있다. 다만 파업이 일주일 이상 길어질 경우 레미콘이 필수 자재인 만큼 공사 지연 가능성은 커진다. 사태가 확산하자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산업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의 집단 운송 거부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레미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주요 기간시설의 건설 중단은 물론이고 국민 경제 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쟁점이 운반비에서 교섭 방식과 노조 지위 문제로 확대됐다”며 “삼성 평택 현장처럼 실제 타설 포기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 만큼 파업이 길어질 경우 수도권 건설 현장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반도체 시설 산업이 국가 주요 사업인만큼 다시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전운련) 소속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승합차가 11일 오전 레미콘 상차를 위해 대기중인 레미콘 믹서트럭의 앞길을 막아섰다. 이날 출하 예정이었던 레미콘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으로 출하될 예정이었으나, 전운련 측의 물리력 행사로 레미콘 주문을 포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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