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ETF 한달새 9조원 이탈…"스페이스X 상장과는 무관"
2026.06.12 08:25
"거래소 잔고 및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시장 유동성 비교적 안정적"
"스페이스X IPO 탓하지만, 코인시장 이탈해 증시 IPO로 간 건 아냐"
"비트코인 현-선물 베이시스 하락에 포지션 청산"…시장 재유입될 수도[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에 상장돼 있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약 57억5000만달러(원화 약 8조8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기관투자가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를 두고 기관투자가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기업공개(IPO)로 기록될 스페이스X 상장으로 자금이 몰린 탓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무관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리 CIO는 “흥미롭게도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출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지만, 주요 데이터들을 보면 비트코인이 스페이스X IPO 때문에 하락하고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IPO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다면 거래소 자금 흐름과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에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팔아 이를 법정화폐로 환전하고, 이 돈을 주식시장으로 올겨간다고 할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 잔고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도 줄고, 전체 가상자산시장 유동성도 줄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도리 CIO는 현재는 이러한 현상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래소 자금 흐름은 전반적으로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공급량도 의미 있는 감소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자산군에는 여전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고위험 가상자산 관련 투자상품들이 계속해서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 자체를 떠나고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파생상품 시장에서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ETF 자금 유출과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IPO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도한 것이 아니라, ‘캐시 앤 캐리(Cash-and-Carry)’ 차익거래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캐시 앤 캐리 전략은 기관투자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대표적인 차익거래 방식으로, 투자자들은 현물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동시에 비트코인 선물을 매도해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베이시스)에서 수익을 얻는다. 현물 비트코인은 ETF를 통해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투자자는 만기 시점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하지만 선물 프리미엄이 축소되거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 해당 전략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에 투자자들은 현물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 현물 ETF를 매도하고 선물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거래를 하게 된다.
그 결과 ETF 자금 유출이 발생하지만, 이는 비트코인시장 밖으로 자금을 빼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약세 전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차익거래 기회가 줄어들어 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리는 CME 시장 데이터를 근거로 “같은 기간 미결제약정과 펀딩비(Funding Rate)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면서 “이는 ETF 자금 흐름의 상당 부분이 펀딩비 기반 캐리 트레이드(Funding-Rate Carry Trade) 차익거래 청산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즉 최근 ETF 자금 유출은 스페이스X IPO를 앞둔 자금 이동보다는,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성이 낮아진 차익거래 전략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 해석이 맞다면 최근 비트코인 ETF 자금 유출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약세 전망 때문이라기보다 시장 구조와 파생상품 환경 변화에 따른 기술적 수급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장기 투자 수요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포지션 청산이 일단락되고 시장 전망이 호전되면 다시 시장에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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