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안전자산' 금값 연일 가격 떨어져... 6개월 만에 20만원선 아래로
2026.06.11 16:11
국내 금값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g당 20만원 아래로 내려섰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달러, 미 국채금리가 동반 상승했고, 이에 따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이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국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오전 9시45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54% 내린 1g당 19만8120원을 기록했다. 이날 금 시세는 1g당 19만8060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19만6780원까지 밀렸다.
KRX금시장에서 국내 금값이 1g당 20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1돈(3.75g)으로 단순 환산하면 장중 저가 기준 약 73만7925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거래소 현물 가격 기준으로, 부가가치세와 유통 마진 등이 붙는 소매 금값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금값 하락은 국제 귀금속 시장의 급격한 조정과 맞물려 있다. 간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코멕스(COMEX)에서 거래된 금 선물은 3.6% 안팎 급락해 트로이온스당 4133달러대까지 내려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11일 국제 금 현물도 장중 온스당 4022.09달러까지 떨어지며 2025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뒤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일부 반등했다.
통상 지정학적 충돌은 안전자산인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동 긴장이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번지면서 금값에 오히려 부담이 됐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자 원유 가격이 뛰고, 물가 압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기보다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로이터는 CME FedWatch 기준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12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은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대표적인 무수익 자산이다. 따라서 국채금리가 오르거나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번 금값 조정 역시 전쟁 위험 자체보다 전쟁이 불러온 고유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올해 초까지 과열 양상을 보였던 귀금속 시장이 한꺼번에 되돌림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내 금값은 올해 한때 1g당 26만981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국제시장에서도 금은 최근 나흘 연속 약세를 보였고, 은과 플래티넘 등 다른 귀금속도 동반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멕스 금 선물이 10일 기준 4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이 기간 낙폭이 8%를 넘었다고 전했다.
수요 측면의 우려도 가격 조정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의 금 매입 속도가 둔화하고, 인도의 금 관련 수입 규제가 실물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은 선물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CME의 증거금 인상 이후 귀금속 전반에서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 압력이 커졌다는 평가도 더해졌다.
한편,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값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물가 지표와 연준의 통화정책 신호, 중동 지역 군사 긴장 수위, 국제유가 흐름이 금값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커질 경우 금값의 추가 조정 압력이 이어질 수 있지만, 전쟁 위험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되거나 달러·금리 상승세가 진정될 경우 저가 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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