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유미 검사장 강등인사 취소…“정당한 소명절차 안 거쳐”
2026.06.11 16:02
항소포기·검찰개혁 비판에
검사장→차·부장검사 강등
검사장→차·부장검사 강등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정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인사명령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검사장이 자발적으로 사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법무부가 강등 인사를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원고(정 검사장)에게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면 징계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아무런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하위 보직으로 전보한 것은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던 지난해 12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정 검사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노만석 검찰총장은 책임지고 그 자리를 사퇴하라”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나 검찰청 폐지 등 정부의 검찰개혁 현안에 대해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이 때문에 정 검사장의 강등 인사를 두고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인사발표와 함께 “(정 검사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며 “검찰 조직의 기강 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 두 가지로만 구분된다. 법무부는 이를 들어 대검검사급(검사장)을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으로 발령하는 인사는 법적으로 동일한 직급 내 이동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가 아니므로 징계절차 없이도 인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법무부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정 검사장의 사직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로 불이익을 가하는 인사인 만큼 충분한 소명 절차를 보장했어야 했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는 정 검사장이 창원지검장 재직 당시 ‘명태균 게이트’ 수사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였으며 이를 근거로 인사를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돼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것만으로 정 검사장이 부실 수사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볼 수 없다며 “단지 어떠한 의혹, 범죄의 혐의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인사상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정 검사장의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검사장은 이프로스에 게시한 글이 검찰개혁의 부작용과 국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으므로 헌법상 보장되는 범위라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 조직의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검찰권 행사의 적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무조건 제한할 것은 아니고 오히려 장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정 검사장의 주장을 일부 수긍했다. 다만 “게시글에서 국가기관과 상급자, 특정인을 모욕하거나 검찰이 정치적 이유에서 검찰권 행사를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는 취지의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들을 다수 사용했다”며 “이러한 표현들은 국민으로 하여금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이 크고, 오히려 검찰개혁에 관한 정치적 논란의 합리적 해결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1심 법원이 정 검사장의 강등 인사를 취소하도록 했지만, 법무부가 항소에 나서면 강등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 검사장은 인사명령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정 검사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지는 않았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핵심 쟁점이었던 강등 부분은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고 나머지 절차적 부분은 항소해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법무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의 재직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직위를 강등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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