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없고, IT 회사도 아니면···‘복합 양극화’로 사다리 끊긴 청년층
2026.06.11 16:31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에 치우친 성장으로 소득 격차도 벌어지면서 순자산과 소득이 적은 하위 20% 청년 비중이 5년 새 두배로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1일 내놓은 ‘우리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순자산과 소득 모두 1분위(하위 20%)인 가구 중 20~30대 청년의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5년 15.2%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청년층은 소득이 높아도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해 자산 형성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는 일이 많아 미국에서 ‘헨리’(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로 불리는 계층이 국내에서 생겼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지난해 0.625로 상승했다. 2012년 0.617에서 2017년까지 하락하다 2018년부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다시 올라간 것이다. 지니계수는 0이 ‘완전 평등’이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특히 고령층이 주로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세대별 자산 불평등이 심해졌다. 한은은 일본처럼 고령층에 돈이 고여 돌지 않는 ‘자산 잠김’ 현상이 심해지고, 무주택 청년층의 주택 진입 장벽이 높아져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한은이 120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의 자산점유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2년 뒤 총요소생산성이 0.16%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 상위 10% 순자산 점유율이 2022년 43.0%에서 2025년 46.1%로 상승했으니, 그 여파로 총요소생산성이 0.5% 가량 떨어질 수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을 빼고, 기술력이나 교육 수준, 사회 제도 등 ‘눈에 안 보이는’ 요소들이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소득은 업종 간 불평등이 심화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IT 부문에서는 임금이 크게 오른 반면 다른 부문은 별다른 임금 상승이 없었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차장은 “과거에는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 따라 임금 격차가 컸는데, 이제는 산업 간 차이가 부각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도 청년층의 고용을 빠르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러한 복합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부동산의 기대수익을 낮추고 주식, 채권 등 생산적인 부분으로 가계 자금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IT 외에 조선·방산·원전 등으로 성장 동력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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