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시대 연 글로벌 제약시장...신약 경쟁 넘어 '플랫폼 경쟁'으로
2026.06.11 15:12
[파이낸셜뉴스] #.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만든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단숨에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마운자로를 출시한 미국 일라이 릴리 역시 비만치료제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빅파마 경쟁의 중심에 섰다. 하나의 혁신 신약이 기업 가치와 산업 규모를 동시에 키우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로벌 제약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2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는 이를 단순한 시장 확대 이상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처럼 '잘 팔리는 신약 한 개'를 둘러싼 경쟁이 아니라 AI와 데이터, 생산 역량, 글로벌 판매망까지 결합된 플랫폼 경쟁 시대로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첨단 바이오의약품이 성장 견인하는 시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시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시장 규모는 5000억달러 수준에 머물렀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의료 접근성 향상, 혁신 신약 등장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여기에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의료보험 확대가 더해지면서 의약품 수요는 선진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됐다. 최근 시장 성장을 이끄는 동력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치료제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현재는 비만치료제와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ADC 분야에서는 글로벌 빅파마 간 수조원 규모 기술거래가 이어지며 차세대 항암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약 개발 방식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많은 후보물질을 발굴해 동물실험과 임상을 거치며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흐름이 뚜렷하다.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디지털 바이오마커, 실사용데이터(RWD) 등도 신약개발의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고 AI·오가노이드 기반 대체시험법(NAM) 도입 확대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기술수출 넘어 글로벌 사업화 경쟁 구도로
시장 확대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들의 사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체 연구개발 중심 전략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유망 바이오텍 투자와 기술 도입, 공동개발 등을 결합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보편화되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이 수십억달러 규모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 계약에 적극 나서는 것도 외부 혁신 기술 확보가 기업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기술수출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입증하는 데 집중해왔다. 실제로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단순 기술수출을 넘어 글로벌 판매망과 사업화 역량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셀트리온이 미국 직접판매 체계를 구축하고, SK바이오팜이 미국 현지 사업 확대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리가켐바이오 등도 ADC와 차세대 항암 플랫폼 분야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신약개발 기업들과 바이오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경쟁이 '누가 더 좋은 신약을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느냐'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반 신약개발과 ADC, 세포·유전자치료제,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 융합되면서 단일 기술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시장의 2조달러 돌파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이제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생산과 데이터, 판매 네트워크까지 연결한 글로벌 사업화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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