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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방부 장관
미국의 국방부 장관
안보 위태롭게 할 ‘전작권’ 조급증[시평]

2026.06.11 11:36

권태오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 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내일 전작권 전환도 문제없다”
실상과 거리 먼 不知彼 不知己
비밀무기 있느냐는 말 나올 판

군사위성 5기 전술정찰 10여機
평시 대북 감시 능력에도 한계
군사력 5위 운운도 위험한 착각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국방부 장관이 미국 측 의원들에게 한·미 양국은 이미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의 94%가 충족됐다고 합의했으며, 내일 당장 전작권 전환이 이행되더라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국가안보 책임자의 말로는 실상과 너무 동떨어졌을 뿐 아니라 앞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이 도대체 무엇을 믿고 미군도 없이 핵을 가진 북한군을 상대할 수 있다고 말하는지 의아해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다 보니 어딘가 몰래 감춰둔 비밀 무기라도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한 모양이다. 당장이라도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발언은 국군의 독자적 전쟁 수행 능력이 완비됐음을 뜻하는 말일 텐데 과연 그러한가. 실제로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과연 미국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감시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수많은 사람이 북한을 안다면서 이런저런 말을 하지만, 실상은 장님 코끼리 만지고 평가하는 수준이어서 듣는 사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단편적이고 정확하지 않은 첩보는 평상시 대화로는 오갈 수 있겠으나, 전쟁을 전제로 해야 하는 군이 필요로 하는 정보로서는 전혀 가치가 없다.

미국이 글로벌 정보망 유지와 첩보 활동에 투입하는 예산은 연간 154조 원 규모로, 우리나라 국방예산 전체 액수보다 2.3배나 많다. 이 엄청난 예산을 가지고 미국은 전 세계 유무선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하고 지상과 해상의 표적, 심지어 수중의 잠수함까지 추적한다. 250개가 넘는 군사위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1만 개가 넘는 스페이스X까지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고고도 정찰기인 U-2나 글로벌호크를 배치해 위성이 보지 못하는 이면까지 속속들이 정찰한다. 가히 전 세계를 손금 보듯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완벽한 감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란 기습에서 이를 백분 활용했음에도 이란의 기지 상당수는 온전히 작동하고 있었고, 계속 미사일로 반격해 왔다. 이야말로 적(敵)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는 5개의 군사위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백두’ ‘금강’으로 불리는 10여 대의 전술정찰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위성을 통해 북한을 2시간 간격으로 정찰할 수 있지만, 전시에 필수적인 24시간 감시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미국이 한미연합사를 통해 공유하는 정보를 보며 실시간대 대북 감시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의 제3의 핵시설 위치를 공개했을 때 미국이 상당 기간 정보 공유를 제한한 적이 있다. 이 기간에 우리의 대북 감시 능력은 상당한 영향을 받았었다. 이는 우리나라 단독으로는 평시에 필요한 정보 수집에도 한계가 있다는 증거이다.

최근 유럽과 중동의 전쟁에서 우리나라 방산 장비가 호평을 받자 마치 국군의 전투력도 엄청 강한 것처럼 착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때마침 공신력이 없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라는 기관이 세계 군사력 순위를 발표했는데, 이를 보고 한국이 5위이고 북한은 31위이니 한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도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전쟁지역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고 현대식 무기와 핵탄두를 지속 생산하며 이제는 중국과 군사 교류도 모색하는 북한이 들으면 콧방귀 뀔 소리이다.

전투력은 무기의 수와 가격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국군의 병력 부족, 간부 이탈 사태가 해소되지 않았고, 한국형 방공망 구축이나 킬체인 등의 대책도 완비되기 전인데 전혀 새로운 무기들이 나타나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갖추겠다는 반가운 발표도 있었지만, 여전히 북핵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태에서 단독으로 전쟁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언어도단이다.

전작권 전환은 언젠가는 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부지피 부지기’(不知彼不知己)의 소산이며 국가안보를 매우 위태롭게 하는 실책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태오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 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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