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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참교육' 바라보는 심정 씁쓸하다" 교장 통신문 화제

2026.06.11 12:36

세종 공립 산울초중학교 교장 "응보적 방식의 결말은 교육 사법화... 회복적 정의 추구, 드라마 결말 되길"세종에 있는 한 공립학교 교장이 '학교 안 폭력을 폭력으로 응징하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참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내 눈길을 끈다.

"저는 '참교육' 전교조 조합원이었다" 털어놓은 교장

11일, <오마이뉴스>는 세종시 최초의 초중 통합운영학교인 공립 산울초중학교 최병호 교장이 이날 보낸 학교장 통신 '2026-8호_참교육 vs 참교육'을 살펴봤다.

최 교장은 이 통신문에서 "교사에서 교육청 전문직으로 전직하며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할 때까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예전 같지 않아도, 내 마음 같지 않아도' 저는 전교조 조합원의 자격을 내려놓지 않았다"면서 "요즘 세간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참교육'이라고 제목을 붙인 드라마를 바라보는 제 심정은 약간은 씁쓸하기도 하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최 교장은 "드라마 '참교육'에서 폭력 피해의 당사자들은 응보적 정의의 실현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고 아픔을 극복했을까?"라고 물으면서 "교권보호국 요원들의 압도적 폭력 앞에 쩔쩔매며 굴복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주는 카타르시스의 그림자 속에 정작 피해자들의 상처가 방치되고 있지는 않느냐?"라고 의구심을 내보였다. "자칫 폭력도 교육적 수단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지 못하고 다큐멘터리로 이해하는 인간의 한계일까?"라고도 했다.

이어 최 교장은 "지금까지 교육 당국은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와 같은 교육 현장의 갈등에 대해 가해자 처벌에 집중하는 응보적 방식으로 대처해왔다"라면서 "그래서 학교 내 폭력이 정말로 사라졌을까? 폭력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회복적으로 해결하는 교육적 접근은 사라지고 학교에서조차 사법의 영역이 확대되는 '교육의 사법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최 교장은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는 회복적 대화 모임에서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며 다시는 그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한다"라면서 "피해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폭력의 아픔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온을 회복함으로써 진정한 용서에 이르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제안했다.

"저는 이런 훈훈하고 교육적인 장면이 드라마 '참교육'의 마지막 결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교사 누군가는 참!교육적이고 참!교육적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최 교장이 보낸 통신문 전문이다.

 드라마 <참교육> 스틸컷
ⓒ 넷플릭스

학교장통신_2026-8호_참교육 vs 참교육

저는 소위 '전교조 세대'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되고 5000여명의 선생님들이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직되던 1989년, 저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분노하고 미래에 좌절하는 열혈 사범대 예비 교사였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자신의 어린 몸을 허공에 내던지는 아이들을 보듬고 그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되찾아 주자며 '참교육'의 기치를 내건 전교조 그리고 해직의 고통을 감수하며 우리 교육의 희망을 노래하는 전교조 선생님들은 저와 같은 열혈 예비 교사들의 사표(師表)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전교조와 참교육이 있었기에 분노와 좌절이 아닌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가지고 교직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입직 후 처음으로 찾아뵌 전교조 해직교사 신분의 중학교 은사님께서는 '교사는 물처럼 흘러야 한다. 고이지 말고 흘러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의 지난 교직 생활 30여 년은 인문계고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대안학교 교사로, 지역과 학교의 협력을 지원하는 중간 조직 활동가로, 교육청 전문직으로, 그리고 교감·교장으로 그 위치와 역할은 달랐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가슴에 품고 '참교육'의 가치를 향해 물처럼 흘러온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청 전문직으로 전직하며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할 때까지 전교조가 '예전 같지 않아도, 내 마음 같지 않아도' 저는 전교조 조합원의 자격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제게 전교조는 여전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지켜주는 '참교육'의 희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리 애정하는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근래에는 '공동체의 지탄을 받는 특정 행동이나 사람을 속 시원하게 응징하는 행위'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언어는 생성, 진화, 변천, 소멸하는 유기체와 같다고 합니다. 2026년의 '참교육'이 제가 애정하는 '참교육'이 아니라 하더라고 언어 유기체의 진화와 변천은 저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그저 재미있는 언어적 현상의 일부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간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참교육'이라고 제목을 붙인 드라마를 바라보는 제 심정은 조금은 복잡하고 약간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웹툰이 원작이라는 이 드라마는 작금의 교권 침해에 대한 공동체의 우려를 드라마 흥행의 주요 소재로 삼아 폭력적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자들을 그 보다 더 큰 폭력으로 말 그대로 '참교육'하는 내용입니다.

학교와 교사, 교육에 대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언론에 대서특필된 몇몇 교권 침해 사례를 떠올리며 그 비상식과 반공동체성을 응징하는 드라마적 카타르시스 덕분에 세간에 회자되는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교권 침해에 대한 공동체의 감수성이 높아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 산울교육공동체께 '가르치는 자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위험성'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학교 폭력, 교권 침해, 학습권 침해는 우리 학교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참교육'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카타르시스보다는 복잡하고 씁쓸한 감정을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의(正義)는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응보적 정의는 말 그대로 가해자를 응징(참교육)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반면 회복적 정의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피해자가 폭력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것에 중점을 둔 정의입니다.

사적 보복을 금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법치국가에서 응보적 정의의 주체는 공권력입니다. 검·경찰, 법원과 같은 사법기관, 드라마 '참교육'에서는 '교권보호국'과 같은 공권력이 압도적 힘으로 가해자를 응징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피해자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 영화 '밀양'에서 유괴 살인범은 수감된 교도소에서 '자기는 법적 처벌도 받고 하나님의 용서도 받았으니 피해자 당신도 이제 그만 평온해지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먼저 용서를 해야지.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를 하냐?'는 피해자 여주인공의 절규에서 우리는 응보적 정의의 한계를 직면합니다.

드라마 '참교육'에서 폭력 피해의 당사자들은 응보적 정의의 실현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받고 아픔을 극복했을까요? 교권보호국과 그 요원들의 압도적 폭력 앞에 쩔쩔매며 굴복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주는 카타르시스의 그림자 속에 정작 피해자들의 상처가 방치되고 있지는 않나요?

더욱이 드라마 '참교육'은 학교라는 무대에서 교육적 현안을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자칫 폭력도 교육적 수단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지 못하고 다큐멘터리로 이해하는 MBTI 중 'T'유형 인간인 저의 한계일까요?

저는 드라마의 무대가 학교이기 때문에 더더욱 정의 실현의 방식도 교육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교육 당국은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와 같은 교육 현장의 갈등에 대해 가해자 처벌에 집중하는 응보적 방식으로 대처해왔습니다. 처벌의 수위를 높이고 그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해 평생의 낙인으로 만들겠다는 응보적 대응으로 학교 내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습니다.

그래서 학교 내 폭력이 정말로 사라졌을까요? 폭력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회복적으로 해결하는 교육적 접근은 사라지고 학교에서조차 사법의 영역이 확대되는 '교육의 사법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법에 의해 교육이 밀려난 자리, 그 교육적 빈 공간과 오버랩되는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 요원들의 활약... 드라마를 바라보는 저의 마음 복잡함과 씁쓸함은 나날이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그 교육적 빈 공간을 채우고 계신 모든 선생님들의 헌신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는 회복적 대화 모임에서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며 다시는 그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합니다. 피해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폭력의 아픔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온을 회복함으로써 진정한 용서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이런 훈훈하고 교육적인 장면이 드라마 '참교육'의 마지막 결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대중 드라마의 문법도 모르는 천상 교사의 멘탈리티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는 참!교육적이고 참!교육적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6월 11일
산울학교장 최병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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