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법 위반' 권순일 전 대법관 공소 기각…법원 "위법 수사"
2026.06.11 11:42
▲ 권순일 전 대법관이 11일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11일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변호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권순일 전 대법관(67·사법연수원 14기) 사건의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있으며 법률문서 작성 등 변호 활동을 한 혐의로 2024년 8월 기소됐습니다.
이 기간 화천대유로부터 1억 5천만 원의 고문료를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는 검사의 수사개시권을 제한하고 사법경찰관에게 일차적 수사 종결권을 주는 법령을 위배했다"며 "공소 제기도 법률이 정한 바를 위반해 무효"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권 전 대법관에게 적용된 변호사법 위반죄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적법하게 수사 중인 다른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으면서 검사가 인지한 범죄여야만 수사개시권이 인정되지만 이번 사건은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사법 위반 사건은 검사가 인지한 게 아니라 2020년 9월쯤 제출된 고발장에 포함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피의자를 신문하는 등 수사를 개시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2022년 1월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한 후 이듬해 9월 다시 넘겨받았는데, 재판부는 재이송 조치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법경찰관에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불송치를 결정할 일차적 수사종결권이 있지만 당시 경찰이 이를 행사하지 않았는데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위법하게 수사를 개시한 후 사법경찰에 사건이 이송됐으나, 경찰은 검찰의 수사 개시를 전제로 몇 가지 조사했을 뿐 적법한 수사 개시 행위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찰의 일차적 수사종결권 행사가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사건을 재이송받아 수사한 것은 종전의 위법한 수사 상태가 계속된 것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선고 이후 취재진에 "법을 법대로 선언한 용기 있는 재판부에 감사하다"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을 왜곡하고 증거를 조작해 죄를 만들어내는 행태를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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