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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친해집니다"... 개성공단 14년의 경험이 증명한 것

2026.06.11 11:01

민주평통, 평화통일 시민교실 개최... 김진향 한반도 평화경제회의 의장 강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천시협의회가 10일 오후 사천시청 대회의실에서 '2026 평화통일 시민교실'을 열었다. 이날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의장가 강사로 나서 개성공단 14년의 경험을 들려줬다.
ⓒ 뉴스사천

"수요일 오후 4시면 같이 축구했습니다. 공 차는 이유는 하나, 술 먹으려고요. 술을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취하죠. 취하면 어떻게 됩니까. 친해집니다."

6월 10일 오후 사천시청 대회의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천시협의회(회장 강춘석) 주최 '2026 평화통일 시민교실'에서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의장이 개성공단 근무 당시 축구 이야기를 꺼내자 청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북측과 약 1400회 협상을 진행한 그가 전한 건 이념도 정책도 아닌, 남과 북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김 의장은 북한학 전공 정치학자로, 참여정부 청와대 NSC 파견을 거쳐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남측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남측 자본·기술과 북측 토지·노동력을 결합하자는 구상이었다. 북측은 처음엔 "전쟁도 안 끝났는데 무슨 소리냐"며 거부했지만, 거듭된 설득 끝에 합의가 이뤄졌다.

개성공단이 들어선 2000만 평 부지는 보통 땅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직선거리 40km, 북측 서부전선 최정예 병력 6만 명과 기갑사단·포병대가 밀집해 있던 군사 요충지였다. 그 병력이 3년에 걸쳐 후방으로 이동한 뒤 그 자리에 공장이 들어섰다. 북측은 땅값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개성공업지구는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특별 조치'라는 이유에서였다. 김 의장은 이를 두고 "실질적으로 휴전선이 북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공단 가동 첫 해, 연장·야근·특근을 모두 합쳐 북측 노동자들이 받아 간 월 임금은 5만 원이었다. 2015년 최고 수준일 때도 노동자 5만 5천 명 전체 임금을 1인당으로 나누면 평균 13만 원에 불과했다. 당시 수도권에서 외국인 노동자 1명을 쓸 임금으로 개성에서는 13명을 고용할 수 있었다. 기업들이 필요 인원보다 수천 명씩 초과 채용한 이유였다.

그가 더 오래 이야기한 건 숫자 너머의 장면들이었다. 수요일이면 남북 직원이 함께 축구를 했고, 술자리에서는 정치도 사상도 나오지 않았다. 서로 아이들 공부와 부모 건강을 물었다. 김 의장은 "남과 북, 뭐가 다릅니까. 똑같습니다"라고 했다. 남측 기업 관계자들과 북측 노동자들은 봄·가을로 함께 체육대회를 열었고, 한 달에 한 번 회식 자리를 가졌다. 그는 회식 풍경을 이렇게 술회했다. "노래 한 곡 해봐라 하면 남측은 머뭇거리는데, 북측은 벌떡 일어납니다. 눈치를 안 봐요. 이해타산이 없어요. 그냥 사람이 좋은 겁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언어 차이도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김 의장은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낙지라고 부르는 걸 그쪽은 오징어라고 해요. 대화하다 보면 서로 상대방 말로 바꿔 이야기해줍니다. 상호 배려입니다."

이런 경험을 집에 돌아와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가족에게 털어놓으면 "가지 마라, 큰일 난다"는 소리가 돌아왔고, 친구에게 말했다가 "빨갱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주재원들에겐 큰 고통이었단다. 김 의장은 "그게 분단 체제의 공포"라고 했다. 주재원 대부분이 결국 침묵을 택했고, 트라우마가 남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천시협의회가 10일 오후 사천시청 대회의실에서 '2026 평화통일 시민교실'을 열었다. 이날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의장가 강사로 나서 개성공단 14년의 경험을 들려줬다.
ⓒ 뉴스사천

그럼에도 공단 폐쇄 10년이 지난 지금 "재개되면 다시 가겠냐"는 물음에는 주재원 99.9%가 "가겠다"고 답했단다. 김 의장은 그 이유를 "자기가 만났던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라고 전했다.

강연 막바지, 김 의장은 공단 안 탁아소 이야기를 꺼냈다. 탁아소에서는 북측 영아 600명을 돌봤고, 북측의 산전·산후 휴가는 8~9개월이었다. 그는 "그쪽에선 육아는 엄마의 권리 이전에 아이의 권리라고 봤다"고 전했다.

강연을 마치며 김 의장은 "매일매일 평화가, 매일매일 통일이 만들어지던 곳이 개성공단이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중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80년 분단의 역사를 이 짧은 시간에 다 설명 드리는 건 어렵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불편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단 한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평화에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모르면 바꿀 수 없습니다. 아는 순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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