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기조 포기' 목전에 황당한 "인플레 사랑" [트럼프 스톡커]
2026.06.1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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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이 협상 중심에서 군사 충돌 병행 분위기로 흐르자 각국의 물가 관리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여전히 요원한 상태에서 국제 유가가 계속 들썩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경기 부양을 포기하고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 ‘통화완화’ 기조를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준의 통화완화 기조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등 3명이 이미 4월 28~29일 FOMC 회의에서 반대한 사안이다. 변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FOMC 회의를 이달 처음 주재하는 케빈 워시 의장 입장에서는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목소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5월 CPI 4.2%로 3년 만에 최대치...골드만, 첫 금리인하 시기 내년으로 6개월 또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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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지난달 자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5월보다 4.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4월 4.9% 이후 3년 만에 기록한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해 4월의 2.8%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전품목 CPI는 전월보다는 0.5% 상승해, 4월의 3월 대비 상승률 0.6%에 비해서는 완만한 오름폭을 보였다.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2% 상승해 4월의 0.4%보다는 둔화한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들 지표는 월가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했으나, 오름세가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세부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3.9% 올라 월간 지수 상승분의 60%를 차지했다. 휘발유 가격은 4월보다 7.0%나 올랐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중동 전쟁 이전인 2월에는 2.4%에 머물렀다가 3월(3.3%), 4월(3.8%), 5월(4.2%)로 꾸준히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설상가상 도매 물가 격으로 CPI의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의 4월 상승률도 지난달 13일 6.0%로 보고됐다. CPI 상승률이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5월 CPI가 예상대로 높은 수준으로 확인되자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한층 더 무게를 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전날 68.3%에서 69.0%로 높여 잡았다. 금리 동결 확률은 31.4%에서 30.6%로 낮췄고, 인하 확률에는 0.5%만 베팅했다. 연준이 이달 16~17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8.2%, 내릴 확률은 1.8%다.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한번 소멸하자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8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62%), 나스닥종합지수(-1.98%)도 일제히 크게 하락했다.
월가의 대형 은행들도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여기에는 5월 비농업 고용보고서 결과가 매우 견조했던 점도 영향을 줬다. 지난 5일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4월보다 17만 2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8만 명을 두 배 이상 웃돈 수치였다.
이와 함께 연준이 통화정책 준거로 삼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4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3.8% 올라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지난달 28일 집계됐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가격지수의 상승률도 3.3%로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연준이 정책 목표로 삼는 물가 상승률은 2.0%다.
경제전문가들 “연준, 6월 통화완화 기조 포기할 듯”...위원들은 인상 가능성 잇따라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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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실제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5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기존 올 12월, 내년 3월에서 내년 6월과 12월로 미뤘다. 지난달 8일 올 첫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올 9월에서 12월로 미룬 데 이어 한 달 만에 또 수정한 것이다. 메리클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두 차례 단행될 것으로 보면서도 그 가능성조차 기존 40%에서 30%로 낮췄다. 이와 관련해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지난달 8일 연준이 올해 내내 현 3.50∼3.75%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내년 7월과 9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내릴 것으로 기존 전망을 고쳤다. 당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워시 의장이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겠지만 지금 당장은 지표의 흐름이 인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나아가 연준이 당장 이달 FOMC 회의 때부터 통화완화 기조를 암시하는 성명 내용을 제외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4~9일 경제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통화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2명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 비율은 4월 조사에서는 30%대 초반, 5월 조사에서는 50% 미만에 그친 바 있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가 전문가들의 전망도 크게 바꾼 셈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월가 대형 은행들처럼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거나 아예 철회했다.
워시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몇몇은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FOMC 정책 성명에서 통화완화 기조도 암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서는 4월 28~29일 FOMC 회의에서도 로건 총재와 해맥 총재, 카시카리 총재가 금리 동결에는 찬성하면서도 “추가 조정” 문구 등 금리 인하 기조를 시사하는 연준 성명에는 반대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의 범위와 시기를 고려할 때 위원회는 들어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위험 균형을 신중히 평가할 것”이라고 표시한 부분이 통화완화에 편향된 내용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친(親)백악관 인사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한 스티븐 마이런 전 이사를 포함해 연준에서 4명의 위원이 FOMC 회의 결과에 반대 의견을 낸 일은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에 더해 리사 쿡 연준 이사도 지난달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이 적시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로 분류됐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워시 의장이 취임식을 가진 지난달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진정되지 않으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와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역시 같은 달 13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내놓았다.
美국채와 주담대 금리는 이미 상승...캐나다·일본·유럽도 경기침체 속 동결·인상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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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압력에 시중 금리는 이미 출렁이고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우량 회사채의 준거 지표가 되는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심리적 저항선인 5.0%를 꾸준히 넘나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30년물 금리가 5.2%에 도달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추종 지표(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심리적 저항선인 4.5%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국책 주택담보대출 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주담대 평균 금리는 이달 4일 6.48%로 상승했다. 이는 전쟁 직전인 2월 말 5.98%보다 0.50%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전쟁 속에서도 경기 방어에 어느 정도 선방한 미국과 달리 다른 나라들은 물가 상승으로 더 큰 충격에 허덕이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10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익일물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2.25%로 동결했다. 캐나다는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 1%(전기 대비 연율 기준) 감소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0.1% 줄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나라다.
캐나다은행은 금리 결정 뒤 내놓은 성명에서 “4개월째 지속되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세계 경제 성장을 압박하고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 행정부까지 새로운 관세를 계속 예고하고 있어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도 “경기 부진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통화정책의 딜레마”라며 “현재로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게 이러한 두 가지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오는 15∼16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정책 금리를 현행 ‘0.75% 정도’에서 ‘1.0%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 가능성보다 중동 정세 혼란에 따른 물가 상승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 3일 열린 한 강연에서 “중동 정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의 적절성에 대해 확실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을 논의할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일본의 정책금리가 1.0% 정도로 인상되면, 이는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가 된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기준금리를 ‘0∼0.1%’에서 0.75% 정도로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2.15%인 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연말까지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인플레 사랑한다” 발언 뒤 수습 ‘진땀’...중동 불확실성 확대에 당분간 인하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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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금리 동결과 인상 쪽으로 선회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통화를 완화하라는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쟁으로 더 불어난 막대한 국가부채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결합된 요구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켜 왔고 나는 성공을 망치고 싶지 않다”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원하는 대로 하길 바란다고 그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내 생각에는 경제가 잘 돌아가는 나라에 금리를 즉시 인상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않고 오히려 인하해서 경제 성장을 장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10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는 말까지 꺼냈다. ‘5월 CPI가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데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수치가 훌륭했다”며 내놓은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자 같은 날 자신에게 우호적인 매체인 뉴욕포스트와 전화 통화를 갖고 급하게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좋아질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해서 얘기한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수치는 종전 즉시 아주 낮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중동 정세 불확실성은 점점 더 커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어제(9일) 이란을 강하게 때렸고 오늘(10일) 더욱 강하게 또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처음에는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인정했다”며 “우리가 (헬기 동체에 날아와 박힌) 불발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발전소·교량에 대한 공습이 임박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소식에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80% 오른 배럴당 93.10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07% 상승한 배럴당 90.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8일 밤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순찰하던 최첨단 아파치 헬기 1대가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는 보고를 방금 받았다”며 “미국은 불가피하게 이 공격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군은 이란 내 군사시설을 공습했고, 이란은 이에 따른 재보복으로 바레인 주둔 미 해군 5함대를 겨냥해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에 관해서는 “우리는 정말 합의에 가까워졌고 이란이 해야 할 일은 단지 문서에 서명하는 것뿐”이라면서도 “문서가 매우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이 완전히 끝났는데도 시간을 자꾸 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매일 밤 수백만 배럴의 석유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끌어냈다”며 “(그 결과)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가 아니라 85∼90달러 수준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 물가 불안으로 당분간 각국은 물론 미국도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시 의장으로서는 첫 FOMC 회의 때부터 한쪽으로 치우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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