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울릉도-독도 탐방
‘역사적 증거’ 고분-각석 등 훼손 심각해
“독도 연구에 필수… 보존-정비 대책 필요” 5일 경북 울릉군 서면 남서리 남서 고분군의 한 무덤. 울릉도가 우리 역사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유적이지만 진입로가 정비되지 않았고, 무덤 아래 기단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돌들이 일부 무너져 있었다. 울릉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5일 오후 경북 울릉군 서면 남서리 남서 고분군. 들돌로 쓰일만한 크기의 돌을 켜켜이 쌓아 올린 거대한 옛 무덤이 땅 위로 네모난 입구를 드러내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울릉도만의 독특한 양식이다. 고분의 주인은 “신라로부터 통치권을 인정받은 현지의 유력자”(우산국박물관). 울릉도가 우리 역사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유적이지만 고분은 사실상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울릉도 특유의 급경사 탓인지, 기단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돌들은 속절없이 흘러내려 무너지고 있었다. 1950년대만 해도 30여 기의 고분이 확인됐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훼손돼 10여 기만 남은 상태.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실장은 “위쪽에도 무너진 고분이 수두룩하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5일 경북 울릉군 서면 남서리 남서 고분군의 한 무덤. 기단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돌들이 일부 무너진 모습이다. 울릉=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독도는 우리 땅’ 구호보다 유적 정비를”
4~7일 동북아역사재단이 진행한 울릉도·독도 탐방에선 영토 및 역사 교육을 위해 관련 유적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남서 고분군은 길도 정비되지 않은 탓에 평소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20년 달린, 하나뿐인 카카오맵 리뷰는 “관광객을 위한 곳이 아님…인디아나존스 놀이(를 해야 볼 수 있는 곳)…”라는 내용. 차량에서 내린 뒤에도 밭 사이로 좁은 비탈길을 꽤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기자는 끝내 발 아래 설치된 경작용 모노레일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5일 독도 동도를 오르는 동북아역사재단 탐방단. 독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세간엔 ‘독도 영토 주권과 울릉도 역사 연구가 무슨 상관이냐’는 오해가 적지 않다. 하지만 독도는 역사적으로 울릉도의 부속도서로 인식됐고, 일본 측은 ‘울릉도를 버린 조선은 독도를 인식조차 못 했다’고 왜곡한다. 그래서 “독도 연구는 울릉도에서 시작해서 울릉도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울릉도 연구가 중요하다. 울릉도엔 우산국박물관과 수토역사전시관, 안용복기념관,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독도박물관 등이 있어 박물관의 수는 적지 않았지만 정작 역사 유적은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은 채였다.
울릉도검찰사 이규원이 남긴 각석. 오른쪽 사진은 ‘蔚陵島(울릉도)’ 각석. 울릉=조종엽 기자 jjj@donga.com최근 재단의 종합학술조사에서 ‘沙工(사공) 朴明淂(박명득)’ 등 조선 수토관(搜討官·수색과 토벌 담당 관리) 일행의 이름이 새로 발견된 ‘울릉 태하리 각석’은 미발견 각석문이 있을지도 모르는 암벽 하단이 관람 데크용 콘크리트 구조물에 덮인 상태였다. 이와 별개로 각석의 특성상 비바람에 상시 노출된 탓에, 이번에 새로 제작된 탁본을 본 연구자들 사이에선 “전보다 각석문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연구와 보존 및 관람을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6일 석포전망대 근처 일제강점기 군 부대가 주둔했던 막사 터에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울릉=조종엽 기자 jjj@donga.com6일 ‘울릉 태하리 각석’이 있는 암벽 하단이 관람 데크용 콘크리트 구조물에 덮여 있다. 울릉=조종엽 기자 jjj@donga.com6일 방문한 울릉도 석포전망대 근처 북망루는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일제강점기 군 부대가 주둔했던 막사 터에 수풀만 무성해 전체 규모를 알기 어려웠다. 진입로는 도로 포장이 중간에 끊겨 있었고, 막사 유적으로 추정되는 일부 콘크리트 기초는 위에 휴식용 데크가 설치돼 있었다. 북망루는 일제가 러일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함대를 감시하기 위해 독도와 울릉도에 설치했던 여러 망루 중 하나다. 홍 실장은 “정비 상태가 과연 이곳이 러일전쟁 유적지인지조차도 알 수 없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 학생·교사들도 “독도 우리가 지켜요”
동북아역사재단 울릉도·독도 탐방에 참가한 ‘독도 지킴이 학교’ 교사들이 독도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이번 탐방엔 ‘독도 지킴이 학교’ 교사 32명이 참여했다. 2008년 시작돼 지금까지 1716개교가 참여한 독도 지킴이 학교는 동북아역사재단이 미래세대의 영토 주권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독도 관련 동아리 활동과 교과 연계수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120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5일 독도에서 서울 단국대학교부속소프트웨어고의 민세현 교사(46)가 “동아리 아이들이 제작 중인 독도 역사 게임에 넣을 독도를 상징하는 요소”를 묻자 김용헌 독도경비대장(49)은 “괭이갈매기와 ‘韓國領(한국령)’ 표석”이라고 답했다.
5일 독도에서 엄지를 들어 올린 김용헌 독도경비대장. 김 경비대장은 “독도를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열심히 근무 중”이라고 했다. 독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독도경비대원들의 사명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점심식사를 준비하던 경비대의 김병준 경장(32)은 “독도경비대는 근무 희망자가 많아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곳’”이라며 “원래 1년 의무 복무인데, 연장해서 1년 반째 근무 중”이라고 했다. 김 경비대장은 “독도를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열심히 근무 중”이라며 국민의 응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