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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무역통상업무, AI로 규제 대응 및 효율화해야 [안진 클로즈업]

2026.06.11 10:08

[한경 CFO Insight]

고종문 한국 딜로이트 그룹 리스크 자문 부문 수석위원
이 기사는 05월 04일 16: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종문 한국 딜로이트 그룹 리스크 자문 부문 수석위원
미국 행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완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관세전쟁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상호관세, 품목관세, 보복관세 등 관세 자체에 대한 분석과 대응도 복잡해지고 있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내 투자확대 및 공급망 재설계를 유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탄소배출과 관련한 비용부과를 포함해 EU의 거래표준으로 자리잡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그 외 원산지증명이나 수출통제 등 기존 무역통상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수십 년 경력을 가진 전문가조차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제도는 복잡·다양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위험도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수작업 중심 대응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 이제는 시스템 기반 자동화와 AI를 활용한 선제적 리스크 감지 체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무역통상 업무의 다양한 영역에서 AI 적용이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영역이 품목분류(HS Code)다. HS Code 분류는 일반적으로 품번분류표와 과거 해당 기업의 통관사례, 관세청 판례 및 해설서 등을 참고하여 관세법인 지원 등을 받아 처리하는데, 시스템화 및 문서화가 미비한 경우가 존재한다. 함량, 성분, 용도 등에 따라 품목번호가 달라지는 등 복잡한 분류기준으로 인한 오분류 가능성도 있어 관세조사 등의 사후대응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복잡한 분류 로직을 AI에 학습시켜 자동으로 분류를 추천하고 담당자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기존 시스템 기반 접근은 해석 변경이나 기준 업데이트가 누락될 위험이 있었지만, AI는 변경사항을 스스로 추적·반영할 수 있다.

제재(sanction) 업무에도 AI 적용이 가능하다. 기업마다 프로세스의 차이는 있지만 각 계약 단계별 정보의 미연계 및 변경사항 관리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는 Sanction360, World-Check one, RiskCenter와 같은 솔루션들이 활용되고 있으며, 그 기능도 글로벌 제재 리스트를 제공하는 Direct Sanctions에 국한하지 않고 부정적 뉴스(Adverse media)와 각종 제재대상 국가의 국영기업 정보 등을 포함하여 검토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상용 솔루션을 활용하되 AI를 결합하여 영업 담당자 또는 구매 담당자가 해당업체의 Sanction Check 여부를 누락하더라도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분석하여 alarm을 주는 방식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일부 기업은 비용최적화 관점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여 매일 수천에서 수만건의 ERP 거래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표자 성명, 주소, 기업명 등을 외부 연계하여 구현한 Sanction 리스트와 대조하여 이상거래에 대한 alarm을 제공하는데 현재 99% 수준의 탐지율을 보이고 있음이 확인된다. 다만 지분율까지 고려한 추적은 60~70% 정확도 수준으로, 추가적인 고도화가 필요한 단계다.

원산지 증명 역시 리스크가 높은 분야다. HS Code 오분류, 세번변경기준(CTC) 및 부가가치기준(RVC) 적용 오류, 협정별 원산지 규정 차이에 따른 오판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한 BOM 기반 원가 분석, 협력사 원산지 확인서 확보 및 관리, 사후 검증 대응 등 실무 부담이 상당하다.
이러한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ERP 시스템과 글로벌 무역관리 솔루션(GTM)에 AI분석엔진을 결합해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 솔루션에 AI가 결합되는 형태가 점점 일반화될 것이다. 원산지 증명과 관련된 업무 역시 CTC 계산 Agent, RVC계산 Agent 등 단위 업무별 에이전트(Agent)를 구축하고 다양한 Agent들을 관리하고 그 역할을 조정하는 Master Agent(또는 Super Agent)를 통해 관리함으로써 효율화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적 가능성이 아니라 ROI(투자자본수익률) 확보가 가능한지이다. 기존의 프로세스와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학습이 필요하며, 구축 후 운영시에도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과거 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 도입 과정에서도 자동화를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RPA Bot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인원만 늘어나고 기존인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경쟁 심리와 조급함 속에서 AI 과제 경진대회와 같은 방식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중복 투자와 부분 최적화, 구축 후 운영 복잡성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인 AI 도입을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함께 ‘To-Be’ 관점의 전체 운영 모델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이후 ROI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역통상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지금,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그 활용 방식에 따라 기업 경쟁력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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