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콘텐츠 인사이트] SGF 간 K게임, 검증된 IP로 서구권 두드린다
2026.06.11 10:29
OTT·웹툰·게임 등 콘텐츠 산업의 흐름과 전략을 살펴보고, 변화의 의미를 짚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서머 게임 페스트(SGF) 2026'을 통해 서구권 이용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SGF는 E3 폐지 이후 여름 글로벌 게임 발표 시즌의 중심 무대로 자리잡은 행사다. 올해는 6월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시어터에서 메인 쇼케이스가 열렸고 6일부터 8일까지 미디어·크리에이터 대상 'SGF 플레이 데이즈'가 이어졌다. 일반 소비자 전시회라기보다 신작을 전 세계에 공개하고 출시 전 서구권 반응을 확인하는 글로벌 발표 플랫폼에 가깝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SGF를 활용해 서구권을 겨냥한 신작 노출을 시도해 왔다. 올해 달라진 점은 주요 게임사들이 완전히 낯선 신규 지식재산권(IP)보다 검증된 IP 기반 신작을 전면에 세웠다는 데 있다. 엔씨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IP의 글로벌 확장성을, 스마일게이트는 1인칭슈팅(FPS) IP의 장르 전환 가능성을, 시프트업은 콘솔 흥행 IP의 독자 퍼블리싱 역량을 각각 시험대에 올렸다.
엔씨, 아이온2와 길드워3로 MMORPG 문법 넓힌다
엔씨는 SGF 2026에서 '아이온2'와 '길드워3'를 함께 내세웠다. 두 작품 모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지만 겨냥하는 시장과 문법은 다르다. 같은 장르 안에서 서로 다른 글로벌 해법을 시험하는 구조다.'아이온2'는 오랫동안 보유해 온 핵심 IP를 글로벌 PC 시장으로 확장하는 카드다. 원작의 상징이던 비행과 공중 전투를 계승하면서 차별화된 클래스 시스템, 정교한 커스터마이징, 오픈월드 이용자 간 대결(PvP) 콘텐츠를 앞세운다. 올해 9월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에 출시된다.
아이온2는 국내와 대만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해 엔씨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았다. 남은 과제는 국내와 대만에서 통했던 성장·경쟁·협동 문법이 서구권 PC 이용자에게도 같은 흡인력을 갖느냐다. 엔씨가 6일부터 8일까지 비공개 행사 'SGF 플레이 데이즈'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크리에이터 대상 시연을 진행한 것도 출시 전 게임성을 먼저 검증받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길드워3'는 결이 다르다. 엔씨의 북미 개발 스튜디오 아레나넷이 만드는 길드워 시리즈는 애초에 서구권 시장에서 브랜드를 쌓아온 IP다. 길드워3는 2012년 '길드워2' 이후 14년 만에 선보이는 첫 공식 넘버링 후속작으로, PC온라인과 스팀은 물론 시리즈 최초로 PS5 출시를 예고했다. 콘솔 컨트롤러 환경에 맞춘 전투 시스템을 강조한 점도 아이온2와 다른 방향이다. 베타 테스트는 2027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으며 서비스 언어에 한국어도 포함된다.
아이온2가 내수 성과를 검증한 IP의 글로벌 PC 확장이라면 길드워3는 북미 개발 DNA와 콘솔 플랫폼을 앞세운 서구권 재공략이다. 두 작품 모두 엔씨가 리니지 중심 수익 구조 바깥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 수 있는지와 직결된다.
크로스파이어, FPS 이름으로 액션 어드벤처 도전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신작은 이번 SGF에서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보여준 사례다. 크로스파이어는 20여 년간 글로벌 누적 이용자 11억명을 확보한 1인칭슈팅(FPS) IP다. 그러나 신작은 원작의 대전 슈팅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북미 개발사 댓츠노문이 개발하는 AAA급 3인칭 전략 액션 어드벤처 콘솔 게임이다.원작의 핵심 경험이 빠른 교전과 온라인 PvP였다면, 신작은 영화적 연출과 캐릭터 서사, 잠입 전투, 적응형 엄폐 시스템을 앞세운 싱글플레이 작품이다. 공개 트레일러는 적대 관계였던 두 전투 요원 '레일라'와 '크로스'가 알 수 없는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안한 동맹을 맺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크로스파이어 IP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주겠다는 방침이다.
배경에는 IP 수명 연장 과제가 있다. 장기 흥행 FPS IP라도 기존 문법만으로는 서구권 콘솔·패키지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 크로스파이어라는 이름의 인지도를 활용하되, 글로벌 AAA 시장에서 통하는 내러티브 액션으로 다시 설계한 이유다. 댓츠노문과의 협업도 이 맥락에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2021년 너티독, 인피니티 워드 등 출신 개발진이 세운 댓츠노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신작은 그 투자가 장르 확장이라는 결과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사례다.
원작 팬덤은 익숙한 FPS 경험을 기대할 수 있고, 콘솔 액션 어드벤처 이용자는 IP 인지도보다 완성도와 서사를 먼저 본다. 브랜드 자산과 새로운 장르 경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스텔라 블레이드, 후속작 과제는 IP 주도권
시프트업은 SGF 2026에서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 레인'을 공개했다. 전작 '스텔라 블레이드'의 흥행을 잇는 공식 후속작이다. 3분 30초 분량의 인게임 트레일러를 통해 전작 사건 이후를 배경으로 한 새 주인공 '이비'를 처음 선보이며 세계관 확장을 예고했다.특히 이번 작품은 시프트업이 글로벌 퍼블리싱을 직접 맡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5(PS5) 독점작으로 출시돼 글로벌 누적 판매 600만장을 넘겼다. SIE의 마케팅과 콘솔 유통망에 힘입어 신생 IP의 상품성을 입증한 단계였다면, 후속작은 다른 시험대다. 직접 퍼블리싱은 플랫폼 전략, 출시 시점, 마케팅, 수익 구조를 회사가 더 넓게 통제한다는 뜻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도 직접 떠안아야 한다. '블러드 레인'은 시프트업이 검증된 IP를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확인받는 작품인 셈이다.
이 선택은 흥행작을 일회성 성공에 머물게 하지 않고 장기 IP로 키우려는 업계 흐름과 맞닿아 있다. SGF 공개가 단순한 트레일러 공개를 넘어 시프트업이 개발사에서 글로벌 IP 사업자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장면에 가까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된 IP를 활용하되 접근 방식은 더 세분화하고 있다"며 "서구권 이용자 선호가 높은 콘솔·PC 플랫폼과 AAA급 문법에 맞춰 IP의 수명과 시장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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