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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폭등에 암 환자들 발 동동…“약국에 전화 불티난다” 인도 항암제 대란, 이유는

2026.06.11 10:04

인도 뉴델리 약국에 환자들이 줄을 선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간암을 앓고 있는 70세 어머니를 돌보는 인도 동부 비하르주의 은행원 쿠마르 아지트(52)는 최근 일주일 동안 수십 곳의 약국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치료에 필요한 항암제 시스플라틴(Cisplatin)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는 수도 뉴델리의 한 약국에서 약을 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필요한 양을 모두 확보하지는 못했다. 아지트는 지난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이번 투약분은 겨우 구했지만 다음 복용량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의 의약품 유통업체 대표 바반 쿠마르는 “시스플라틴을 구해달라는 암 환자들의 전화를 매일 10통가량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인도약사협회(AIOCD)의 라지브 싱할 사무총장도 “지난 두 달 동안 공급 부족이 이어졌지만 최근 2주 사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전국 유통업체들이 약을 구할 수 없다며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 치료의 핵심 약물, 왜 사라졌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문제가 된 약은 시스플라틴과 카보플라틴(Carboplatin) 같은 백금(Platinum) 기반 항암제다. 이들 약물은 폐암, 간암, 난소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화학항암제다.

의료계는 인도 암 환자 가운데 최소 25%가 백금 기반 항암제를 처방받는 것으로 추산한다.

민투 매튜 아브라함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종양내과 전문의는 로이터통신에 “백금 기반 항암제는 암 치료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며 “이 약이 없으면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료인 백금 공급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항암제 생산에 필요한 백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주요 공급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광산 생산국들이다.

그러나 최근 광산 생산량 감소와 글로벌 공급 부족, 투자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백금 가격이 급등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 분쟁 장기화로 국제 물류망까지 흔들리면서 원료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실제로 인도 제약업계에 따르면 백금 가격은 지난해 1그램당 약 2000루피(약 3만2000원) 수준에서 최근 5000루피(약 8만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만에 2.5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백금은 공기나 물에 노출돼도 부식되지 않고 녹는점이 높아 산업적 가치가 큰 금속이다. 하지만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이 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해 가격 변동성이 크다.

약값은 못 올리고, 생산은 줄고

공급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인도 정부의 약가 규제다. 제약사들은 원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정부가 정한 약가 상한선 때문에 생산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

업계는 정부에 약가 상한선을 약 50%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일부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항암제 전문업체 나프로드 라이프사이언스는 원료 수급 문제로 시스플라틴과 카보플라틴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모한 자인 나프로드 라이프사이언스 이사는 “공급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백금 가격 급등”이라며 “현재 수준의 원가 구조로는 생산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병원에 약품을 공급하는 비너스 레메디스(Venus Remedies) 역시 손실을 감수하며 공급을 이어왔지만 신규 계약 체결에는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의약품 품귀 현상을 넘어선 문제라고 본다.

사란시 차우다리 비너스 레메디스 전무는 “가격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며 “기업들이 모든 비용 상승분을 감당할 수는 없고, 결국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금 기반 항암제는 대체재가 많지 않다. 다른 약물로 대체할 수는 있지만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더 심할 수 있다.

벤카테슈와르 라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오메가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는 “대체 약물이 존재하더라도 효과가 낮거나 독성이 더 강한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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