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74만원’ 동충주산단, 규제 완화·고용 지원으로 기업 잡는다
2026.06.11 10:40
대한민국 물류의 중심이자 국토의 심장부로 불리는 충청북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충북개발공사가 추진 중인 주요 산단들은 당초 계획했던 분양률을 밑돌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충주시와 충북개발공사가 50대50으로 공동 투자해 조성한 ‘동충주산업단지’는 준공 2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분양률이 43%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영개발을 통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지를 공급했음에도 기업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충북 지역 산단의 미분양 원인을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짚어봤다.
산업시설 용지 분양이 저조한 표면적인 이유는 경기 침체지만,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벽은 ‘예측 불가능한 비용의 가파른 상승’이다.
실제로 불과 2~3년 전만 해도 평당 200만원 안팎이던 공장 건축비는 철근, 시멘트 등 자재 값과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현재 평당 400만원 이상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토지 분양가 자체도 상승했고, 토목 및 기계설비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기업이 신규 공장을 증설하거나 이전할 때 부담해야 할 총비용이 크게 늘었다.
확장 계획을 세웠던 기업들이 막상 견적서를 받아보면 의사결정을 보수적으로 선회하거나 기존 공장 유지로 발을 빼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청주 쏠림 현상'과 소외되는 외곽 지역
충북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도 문제다. 인프라와 접근성이 뛰어난 청주권은 대기업(SK하이닉스 등) 중심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충주와 제천 등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도권 접근성 면에서 진천이나 음성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충주는 근로자 확보(정주 여건) 측면에서도 불리함을 안고 있다. 동충주산단의 경우 대기업인 현대모비스를 유치하며 배터리 협력사들의 연쇄 입주라는 부푼 꿈을 꿨으나,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인해 후속 투자가 지연되는 타격을 입었다.
▲ 완판까지 10년, 개발공사와 지자체의 재무 부담 가중
산업단지가 조성된 후 최종 완판까지 통상 10년 안팎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분양이 지연될수록 개발공사와 지자체가 떠안아야 할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자금이 묶이면 재고자산만 늘어나 자금 회전이 막히고, 이는 결국 다른 신규 개발 사업에 투자할 여력을 갉아먹어 지자체 전체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동충주산단의 경우, 미분양으로 인한 금융 비용을 준공 후 3년이 지난 시점(내년 말)부터 충주시가 일정 부분 보전해 주기로 협약되어 있어 충주시청의 재정적 부담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충주시청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악재와 전기차 ‘캐즘’ 등으로 투자 문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동충주산업단지만이 가진 가성비와 파격적 인센티브로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충주시가 내세우는 동충주산단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신규 조성되는 인근의 한 산업단지의 분양가는 평당 13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반면 동충주산단은 평당 74만 2000원에 불과하다.
충주시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충주산단은 공영개발 산단인 만큼 시의 이윤을 최소화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 이전에 공사를 시작, 최근 폭등한 자재값이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다. 수도권 평택의 산단 부지가 평당 800만~1000만 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74만원대 분양가는 미래 가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충주시는 단순히 땅을 저렴하게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설비투자 보조금뿐 아니라 기업이 정착할 때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인 '인력 확보' 문제에도 시 재정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타 지역에 거주하던 근로자가 동충주산단 입주 기업으로 취업해 충주시로 전입할 경우 1인당 50만원(셋째 자녀부터는 100만원)의 정착 지원금을 직접 지급한다”며 “마찬가지로 충주 시민을 10명 이상 고용한 기업이 추가로 인력을 채용할 경우, 증원 인력 1인당 월 50만원씩 6개월간 고용지원금(최대 2억원)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주 여건과 산단 간의 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청북도와 충주시가 5:5로 재원을 분담, 서충주와 동충주산단을 잇는 통근 셔틀버스를 운행하여 중소기업들의 출퇴근 부담도 지워주고 있다.
이어 "다만 동충주산업단지는 평당 74만원 수준의 경쟁력 있는 분양가와 우수한 광역교통망, 충주시의 다양한 지원제도를 갖추고 있어 시장 여건이 회복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충주시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고속도로 이용 시 1시간 10분~30분대, 2시간 안쪽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도권 외곽의 허브'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평택제천고속도로가 만나는 북충주 IC가 인접해 있어 물류 이동이 매우 유리하다. 여기에 철도망인 'KTX-이음'을 통해 향후 서울 수서까지 직통 연결이 예정되어 있어 교통 접근성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기업의 유치 인력을 소화할 배후 도시 역시 탄탄하다. 기업도시, 첨단산업도시, 메가폴리스를 하나로 묶은 서충주 신도시는 현재 만 세대(약 3만 6000명 거주 가능) 규모로 순차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산단 입주 기업들이 우려하는 근로자 정주 여건 결핍 문제를 완벽히 상쇄하고 있다.
현재 동충주산단에는 현대모비스의 자회사인 에이치 그린파워가 둥지를 틀고 공장을 가동 중이며, 구 대림혼다 오토바이로 유명한 DNA 모터스 및 2차 전지 관련 업체 등 굵직한 기업들이 입주해 중심축을 잡고 있다.
최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들이 평택·용인 클러스터의 잔여 부지를 구하지 못해 차선책으로 충주를 타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충주시는 환경오염 유발 등 법적 제한 업종이 아니라면 인허가 과정에서 문턱을 대폭 낮추고 적극적으로 기업을 수용하겠다는 기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브랜드 가치를 믿고 투자를 고민하는 제조업체들이 많다. 자재값 폭등 전의 착한 분양가와 파격적인 고용 인센티브, 그리고 지자체의 전향적인 규제 완화 노력이 맞물린 동충주산업단지는 수도권 이전을 꿈꾸는 기업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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