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졌다고? 그럼 우리가 열지"···서울국제도서전에 '맞짱' 뜬 출판사들
2026.06.11 06:01
출판사 대신 대기업들에 부스
서울국제도서전 선정 두고 논란
탈락 출판사들 ‘독립’ 도서전
“내년엔 다 같이 함께했으면”
서울국제도서전의 인기가 급등하면서 참여하려는 출판사도 늘어났다. 전시 공간이 한정적이라 참가 신청했다가 떨어진 출판사도 다수다. 물리적인 공간 부족은 어쩔 수 없지만 투명하지 않은 선정 기준이 문제였다. 출판과 무관한 대기업이 대형 부스를 가져갔다. 서울국제도서전이 2024년부터 몇몇 개인이 주주인 주식회사로 전환됐다는 사실은 도서전의 공공성에 대한 의구심에 불을 붙였다.
성명을 내고 연대 서명을 받던 작은 출판사들은 이제 가장 출판사다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과 비슷한 시기 또다른 도서전을 열기로 한 것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비해 규모는 턱없이 작지만, 독자를 만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작지 않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은 25~28일 서울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 열린다.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에서 주최하며 계수나무, 느린서재, 봄날의곰 등 50여개 출판사가 참여한다. 출판사들의 참가 신청에는 조건이 없었다. 모든 출판사가 동등한 면적의 부스를 사용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예매할 필요도 없다. 다만 현장 혼잡도에 따라 입장 대기 줄이 생길 수는 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에 참여하는 어흥대작전의 조수진 대표는 “왜 서울국제도서전에 선정되지 않았는지 주최 측에 문의했지만 ‘내부 규정상 알려드릴 수 없다’는 답만 받았고, 이에 실망하고 분노한 출판사가 모여 회의를 하다가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열게 됐다”며 “많은 출판사가 참여할 수 있는 장소를 몇 달 안에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목소리가 흐지부지될 것 같아서 행사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단독으로 도서전을 여는 경우도 있다. 터틀넥프레스는 출판사 이름을 딴 ‘거북목도서전’을 19~21일 서울 마포구 사이시옷에서 연다. 터틀넥프레스는 김보희 대표를 포함해 직원이 2명이며, 출간 종수도 10종에 불과한 소규모 출판사다. 터틀넥프레스는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처음으로 나가 독자를 만났고, “내년에 또 만나자”고 약속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되자 단독 도서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마침 비어 있는 신축 건물의 한 층을 사용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큰 공간에서 도서전을 열게 됐다. 터틀넥프레스는 팟캐스트, 뉴스레터 등으로 독자와의 만남을 중시해 온 출판사다. 일정 수준의 팬덤이 있는 만큼 전시 공간은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 독자와의 추억 등을 큐레이션해 선보일 예정이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미리 신청한 독자들이 참여하는 오디오북도 제작한다.
지역, 여성, 청년을 주제로 한 책을 만들어온 부산의 독립출판사 발코니도 단독 도서전을 연다. 서울 강남구 카페 포코너스의 한쪽 구석에서 24~28일 열리는 ‘서울한평도서전’이다. 발코니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으나 올해 선정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기간, 같은 공간인 강남에서 단독 도서전을 열고자 카페 공간을 빌렸다. 희석 대표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소속 출판사는 도서전 선정에 가점이 있다고 해서 지난해부터 월 회비를 내고 가입했는데도 탈락했다”며 “정작 출협 소속도 아닌 대기업(아모레퍼시픽 등)이나, 종잇값 담합으로 공분을 일으킨 제지회사(한솔제지)도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한평도서전에서는 발코니가 만들어온 책 11종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없다. 방문하는 독자에겐 기념이 될 수 있는 종이티켓을 선물한다.
이들은 하나 같이 ‘독자와의 만남’이 도서전 참여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김보희 대표는 “책은 서평이 아니면 독자 반응을 알기 어려운데 도서전에서는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어 좋다”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터틀넥프레스를 모르는 독자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느낌으로 접할 수 있었는데, 단독 도서전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아쉽다”고 말했다. 희석 대표는 “출판사가 부산에 있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새로운 독자를 만날 수 있었다”며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신간을 내고 기운을 받아 한 해 살림을 이어나가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서울국제도서전의 ‘안티’를 자처하는 건 아니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회복해 더 좋은 도서전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국제도서전도 내년에는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 참여 출판사를 늘릴 예정이다. 조수진 대표는 “책에는 공공재의 성격이 있다. 도서전이 독자가 몰랐던 작은 출판사의 책을 발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내년엔 서울국제도서전이 공공성을 되찾아,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올해로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경향신문 주요뉴스
· 이번엔 교육감 선거 득표수 누락···끝없이 드러나는 선관위 전방위적 업무 부실
· ‘정청래 패싱, 명심은 김민석’ 말 나오자···청와대 “순방 환송, 정치적 해석 적절치 않아”
· “이 대통령, 윤석열처럼 하시나” 발언 논란···이지은 민주당 대변인 사퇴
· 이 대통령, 지지율 급락에 “국민 여러분 죄송…냉정한 평가 겸허히 받아들여”
· ‘참정권 훼손’에 들고 일어난 전국 18개 대학···“진보와 보수 떠나 민주공화국 존립 문제”
· 최태원 “반도체 차기 공장입지, 한국이 아닐 수도···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
· “이재명 소년원 출신” 주장 모스 탄, 출금 유지한 판사 고발…재판부 기피 신청도
· 제자 상대로 성범죄·성착취물 제작한 30대 교사···항소심도 징역 5년
· 출생 24시간 지나도록 어미 초유 못먹어···거제씨월드 새끼 벨루가 사흘 만에 죽었다
· “홍명보호, 1차전 체코 잡을 확률 42.9%”···슈퍼컴퓨터도 한국 우세 점쳤다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국제도서전 선정 두고 논란
탈락 출판사들 ‘독립’ 도서전
“내년엔 다 같이 함께했으면”
지난해 6월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 ’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성명을 내고 연대 서명을 받던 작은 출판사들은 이제 가장 출판사다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과 비슷한 시기 또다른 도서전을 열기로 한 것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비해 규모는 턱없이 작지만, 독자를 만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작지 않다.
서울제대로도서전에 참여하는 어흥대작전의 조수진 대표는 “왜 서울국제도서전에 선정되지 않았는지 주최 측에 문의했지만 ‘내부 규정상 알려드릴 수 없다’는 답만 받았고, 이에 실망하고 분노한 출판사가 모여 회의를 하다가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열게 됐다”며 “많은 출판사가 참여할 수 있는 장소를 몇 달 안에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목소리가 흐지부지될 것 같아서 행사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여성, 청년을 주제로 한 책을 만들어온 부산의 독립출판사 발코니도 단독 도서전을 연다. 서울 강남구 카페 포코너스의 한쪽 구석에서 24~28일 열리는 ‘서울한평도서전’이다. 발코니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으나 올해 선정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기간, 같은 공간인 강남에서 단독 도서전을 열고자 카페 공간을 빌렸다. 희석 대표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소속 출판사는 도서전 선정에 가점이 있다고 해서 지난해부터 월 회비를 내고 가입했는데도 탈락했다”며 “정작 출협 소속도 아닌 대기업(아모레퍼시픽 등)이나, 종잇값 담합으로 공분을 일으킨 제지회사(한솔제지)도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한평도서전에서는 발코니가 만들어온 책 11종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없다. 방문하는 독자에겐 기념이 될 수 있는 종이티켓을 선물한다.
이들이 서울국제도서전의 ‘안티’를 자처하는 건 아니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회복해 더 좋은 도서전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국제도서전도 내년에는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 참여 출판사를 늘릴 예정이다. 조수진 대표는 “책에는 공공재의 성격이 있다. 도서전이 독자가 몰랐던 작은 출판사의 책을 발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내년엔 서울국제도서전이 공공성을 되찾아,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올해로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경향신문 주요뉴스
· 이번엔 교육감 선거 득표수 누락···끝없이 드러나는 선관위 전방위적 업무 부실
· ‘정청래 패싱, 명심은 김민석’ 말 나오자···청와대 “순방 환송, 정치적 해석 적절치 않아”
· “이 대통령, 윤석열처럼 하시나” 발언 논란···이지은 민주당 대변인 사퇴
· 이 대통령, 지지율 급락에 “국민 여러분 죄송…냉정한 평가 겸허히 받아들여”
· ‘참정권 훼손’에 들고 일어난 전국 18개 대학···“진보와 보수 떠나 민주공화국 존립 문제”
· 최태원 “반도체 차기 공장입지, 한국이 아닐 수도···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
· “이재명 소년원 출신” 주장 모스 탄, 출금 유지한 판사 고발…재판부 기피 신청도
· 제자 상대로 성범죄·성착취물 제작한 30대 교사···항소심도 징역 5년
· 출생 24시간 지나도록 어미 초유 못먹어···거제씨월드 새끼 벨루가 사흘 만에 죽었다
· “홍명보호, 1차전 체코 잡을 확률 42.9%”···슈퍼컴퓨터도 한국 우세 점쳤다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서울국제도서전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