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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히 하락…'중동 리스크'에 투자심리 냉각

2026.06.11 08:31

◆…사진=조세일보 그래픽.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된 가운데 인공지능(AI)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금리 불안으로 번지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53.33포인트(1.87%) 하락한 4만9918.78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9.66포인트(1.62%) 내린 7266.9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09.32포인트(1.98%) 떨어진 2만5169.50에 마감했다.

이날 낙폭을 키운 것은 최근 상승장을 이끌어온 반도체와 AI 관련주였다. 엔비디아는 3%대 하락했고, AMD와 브로드컴은 각각 5% 안팎의 약세를 보였다.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4%대 후반 밀리며 최근 5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 약세를 기록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역시 3%대 중반 하락하며 조정 흐름을 이어갔다.

반도체 업종은 올해 들어 AI 투자 확대 기대를 바탕으로 급등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단기간 주가가 70~80% 이상 뛰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중동 정세 악화와 금리 부담이 겹치자 고평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도 지난주 급락 이후 이번 주 들어서도 약세를 이어가며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냉각을 보여줬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AI 서버 제조사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회사가 부품 구매 자금 확보를 위해 70억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 계획을 내놓자 기존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며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다.

지정학적 긴장도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을 향해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란이 협상에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다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날 밤 미군의 이란 공습 이후 나온 추가 발언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양국 충돌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했다.

이란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불안감은 커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강경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에 다시 주목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류의 핵심 통로인 만큼 군사적 충돌이 확대될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3달러 선까지 올랐고,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9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기대를 바탕으로 유가 안정과 증시 반등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위험 회피 심리가 다시 강해졌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전망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오전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9% 올라 시장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됐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을 다시 자극할 경우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전반의 조정 압력도 커지는 모습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장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됐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55% 수준으로 상승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12% 부근에서 움직였다. 주식시장에서는 고금리에 취약한 성장주와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았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077.91달러로 급락했다. 통상 지정학적 불안은 금 수요를 자극하지만, 이날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이 약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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