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표 수혜주인 팔란티어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월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사진 제공=팔란티어
25일(이하 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리서치업체 반다는 지난 8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이 연초부터 80억달러어치의 팔란티어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 대비 80% 이상, 2023년 대비로는 약 400% 늘어난 수준이다.
반다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올해 순매수 기준으로 5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다에 따르면 팔란티어에 대한 개인 투자자 매수는 연초부터 9월에 집중됐고 이후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열기가 다소 식었다. 팔란티어는 2020년 상장한 이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종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비라지 파텔 반다 리서치부문 부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의 팔란티어 매수세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며 "팔란티어는 일종의 AI 기술 대표주 그룹에 편입된 셈"이라고 말했다.
팔란티어 주가는 올해 들어 160% 가까이 급등해 3년 연속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팔란티어 주가는 거의 3000% 폭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의 약 80%와 120%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팔란티어는 AI 기술을 활용해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데이터 정리와 분석을 돕는다. AI 열풍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효율성 제고와 국방력 강화 기조 속에서 수혜를 입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 투자은행가 팩스턴 얼은 "한동안은 팔란티어가 대체 뭘 하는 회사냐는 농담이 있었다"며 회사를 이해하기 위해 공시 자료를 읽기 시작했고 이후 "이건 정말 엄청난 사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얼은 조사 과정에서 팔란티어의 매출원이 군수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예상보다 훨씬 다각화돼 있다는 점과 페라리, 웬디스와 같은 소비자 친화적 브랜드들과도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로 애널리스트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만 갖지만 팔란티어는 개인 투자자들의 질문도 받는다. 또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개인 투자자들에게 직접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팔란티어는 레딧의 유명 투자 커뮤니티인 월스트리트베츠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밈주식 분석 업체 브레이크아웃포인트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올해 이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종목 중 하나였다. 브레이크아웃포인트의 아이반 초소비치 매니징 디렉터는 "팔란티어는 월스트리트베츠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종목"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셜미디어(SNS)에서 일부 투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팔란티어가 전쟁 기술과 연관돼 있고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협력한다며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월가는 일반 투자자들과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은 '보유'이며 상당수는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기술 리서치 총괄은 팔란티어의 밸류에이션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검토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팔란티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450배로 S&P500 평균치인 약 28배를 크게 웃돈다.
반면 루리아는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국방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팔란티어의 "야심 찬" 계획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카프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처럼 사업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카프는 머스크만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루리아는 최근 몇 년간 팔란티어의 실적이 대체로 탄탄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8월 공개된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AI 호황에 힘입어 회사가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조정한 이후 높은 멀티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재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처럼 냉소적이고 보수적인 월가 애널리스트들조차 높은 수준의 성공에 놀랐다"며 "너무도 압도적인 성과여서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재고해 봐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이자 2008년 금융위기 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한 마이클 버리는 앞서 클라우드 인프라 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풋옵션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