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노사 잠정합의안 부결…수도권 레미콘 멈춤 장기화 ‘비상’
2026.06.11 06:54
|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체결 등을 요구하며 휴업에 들어간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불공정거래 철폐 촉구 총력 투쟁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전운련 조합원 투표서 반대 68.3%로 부결
삼성 평택·SK 용인 등 대형 현장 공정 차질 우려
삼성 평택·SK 용인 등 대형 현장 공정 차질 우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비 인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레미콘 운송 중단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산업 현장의 공정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10일 수도권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운송비 인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2213명, 반대 4931명으로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표 비율은 68.3%였다. 재적 조합원 7517명 가운데 722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잠정합의안은 유류비를 제외한 운송단가를 현행 1회당 7만5800원에서 8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이었다. 인상 폭은 약 4200원, 인상률은 5.5% 수준이다. 당초 전운련은 1회당 약 8000원 인상을 요구했고, 레미콘 제조사 측은 15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파업 돌입 이틀째인 9일 협상에서 중간 수준인 4200원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조합원 투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운련은 합의안 부결에 따라 제조사 측과 후속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협상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현재의 쟁의행위는 이어가기로 했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 차질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번 휴업은 지난 8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됐다. 전운련에 따르면 수도권 조합원 약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약 1만1000대가 휴업에 참여하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 노조는 사측과 교섭을 진행 중이어서 이번 휴업에는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 업계는 휴업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레미콘은 생산 후 일정 시간 안에 현장에 타설해야 해 재고를 쌓아두기 어렵다. 운송이 막히면 생산과 타설이 동시에 멈추는 구조다.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수도권 대형 현장에는 즉각적인 공정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산업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콘크리트 타설 일정이 밀리면 철골, 설비, 전기 공정까지 순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은 하루 이틀만 멈춰도 현장 일정이 바로 흔들린다”며 “파업이 길어지면 일반 건설 현장뿐 아니라 반도체 등 산업시설 공사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운송 기사들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는 이번 운송비 협상 테이블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사업자 신분인 레미콘 운송종사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왔지만,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이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전운련은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전국 단위 노조 설립필증도 교부받았다.
전운련은 이를 근거로 사용자 측이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조사 측은 운송비 인상 폭과 교섭 방식 등을 두고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양측의 협상은 다시 원점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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