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단독] 중학 역사수업까지… 교육부 “근현대사 30%로 확대”
2026.06.11 05:01
교육부가 현재 20%인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개항~현대) 분량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 과목 내 근현대사 비중이 부족해 고등학교 이전에 근현대사 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5000년 한국사 가운데, 아직 역사적 가치 판단이 끝나지 않았고 150년에 불과한 근현대사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교위는 11일 회의를 열고 교육부가 제출한 ‘중·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 개정 요청서’를 심의할 예정이다. ‘교육과정’은 초중고 교육 목표와 과목별 학습 내용 등을 담은 것으로, 이에 따라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수업 시간도 정해진다. 교육과정 개정은 국교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내놓은 ‘학교 역사 교육 활성화 방안’을 통해 중학교 역사 수업에서 근현대사 분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구체적으로 현행 20%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해 달라고 국교위에 요청한 것이다.
교육부가 중학교의 근현대사 교육을 확대하려는 건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역사 교육 강화’의 일환이다. 교육부는 국교위에 보낸 요청 설명 자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 가운데 ‘국민이 희망하는 미래의 우리나라’ 항목을 인용했다. 교육부는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를 미래 사회상 1순위로 희망하나, 사회 갈등 체감은 여전히 높고 민주화 과정에 대한 인식과 이해는 부족하다”면서 “오늘과 맞닿아 있는 근현대사 교육은 현대사회를 성찰할 수 있는 핵심 요소지만, 고등학교 이전 근현대사 교육은 형식적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역사 교육 전문가들은 중학교 역사 교육의 시대 비중을 정할 땐 고등학교 한국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중학교 역사의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중은 ‘80대20’이지만, 고등학교 한국사는 ‘35대65′다. 중학교 때는 고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전근대사를 많이 배우고, 고등학교 때는 개항 이후부터 현대까지를 많이 배우는 구조로 짜여 있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부는 65%에 달하는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육 분량은 그대로 두고, 중학교의 근현대사 비중만 늘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 역사적 해석이 끝나지 않은 근현대사 내용을 학생들에게 기정 사실처럼 가르치는 게 위험하다는 우려도 많다. 이해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거나, 지금도 정치적 공방 소재가 되는 수십·수년 전 사건을 교과서에서 다루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진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이 종전 선언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공동 번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등 남북 관계가 개선됐다고 서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악수하는 사진을 크게 싣기도 했다. 이후 북한이 ‘핵공격’으로 협박하는 일이 발생하자, “학생들이 가짜 역사를 배웠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근현대사 비중이 확대되면 남북 관계처럼 변하기 쉬운 내용들을 학생들이 배울 가능성이 커진다.
주로 진보 정권은 근현대사 교과서를 별도로 만들거나, 한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분량을 확대해왔다. 문재인 정부도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분량을 기존 55%에서 77%까지 늘렸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문제라고 보고 65%로 줄였다. 이번에 이재명 정부는 고교 한국사는 그대로 두고 중학교의 근현대사 분량을 확대하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선 “근현대사 교육을 통해 진보 정권은 ‘민주화’ ‘남북 관계 개선’ 등으로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보수 정권은 ‘독재’ 등으로 부정적으로 다루며 편향된 정치 이념을 심어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중학교 근현대사 분량 확대와 함께 중학교 사회 교과군(역사·사회·도덕) 수업 시수를 줄이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교육과정은 과목별로 수업 시수의 20%까지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중학교 330여곳을 살펴보니 사회 교과군 시간을 줄인 곳이 46%였다. 이에 교육부는 사회 교과군의 수업 시수(3년간 510시간)를 감축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금은 체육, 음악, 미술 수업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들이 입시에 도움되는 국·영·수 수업을 늘린 반면 예체능 수업을 줄이자 제동을 건 것인데, 역사 등 사회 교과도 감축을 금지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교육부는 사회 교과군 중에서도 역사 수업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교육과정에 ‘역사는 204시간 이상 편성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역사가 204시간이 되면 주당 수업 시간이 2시간에서 3시간이 된다. 교육부는 “역사 시간을 확대해 중학생들이 3학년 2학기 말에 급하게 배우던 근현대사를 충분히 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다른 교과목 관계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수업 시수는 바뀌지 않는데 역사가 늘어나면 다른 과목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 요청대로 역사 시수를 늘리면 교수들이 자기 전공 수업 시수를 지키려고 전쟁 수준으로 싸울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고등학교에 ‘역사 콘텐츠 비평·분석’이라는 선택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한 심의도 요청했다. 학생들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역사 왜곡 콘텐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 상당수가 근현대사를 다루기 때문에 결국 근현대사 교육을 확대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국교위는 11일 회의를 열고 교육부의 요청 사항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국교위는 20명 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진보 성향이어서 교육부 요청안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2030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50년에 불과한 근현대사는 자꾸 늘리려고 하고, 고조선부터 삼국시대, 조선시대 등 시간적으로 훨씬 긴 전근대사는 줄이려고 하는 건 민족사 말살 정책과 다를 바 없다”며 “역사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고, 전근대사를 충분히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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