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만들자”… 신의 건축가 가우디 예술혼, 144년만에 실현
2026.06.11 04:32
스페인 가우디 타계 100주기 맞아… 소실 안된 자료 토대로 설계 복원
AI-드론 활용해 ‘예수의 탑’ 마무리
교황 레오 14세, 직접 봉헌 미사 집전
2030년대 중반까지 추가 공사 계획
‘신의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 가우디(1852∼1926) 타계 100주기를 앞둔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에는 이 같은 문구를 담은 포스터가 곳곳에 붙었다. 1882년 착공해 144년 넘게 공사를 이어 가고 있는 가우디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성 가족)’ 성당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바르셀로나 곳곳이 붐볐다.
이 성당은 올 2월 첨탑 18기 중 가장 높고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의 탑’ 공사를 마무리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약 172.5m) 교회 건물로 등극했다. 지난해 5월 즉위한 교황 레오 14세는 10일 가우디 100주기를 맞아 이곳에서 직접 봉헌 미사를 집전했다.
가우디 100주기를 맞아 이 성당을 찾았다는 튀르키예 출신 가브리엘 씨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특정 종교만의 것이 아니다. 무슬림에게도 많은 감동과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다. 영국인 관광객 줄리아 씨도 “이렇게 환상적인 성당이 만들어진 게 놀랍다”고 했다.
가우디가 특히 공을 들인 첨탑 18기는 예수, 마리아(예수의 어머니), 네 명의 복음사가, 열두 사도 등을 상징한다. 벌집을 연상케 하는 첨탑, 나무 줄기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기둥, 조개 껍데기 등 자연의 형태를 반영한 독창적 형태로 가우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이 성당을 찾는 유료 관광객은 연간 약 490만 명. 성당 외관만 구경하는 무료 방문객은 연 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가우디는 이 성당 건립에 종교적 신념과 철학 예술혼을 투영했다. 성당 착공 다음 해인 1883년 설계 책임자가 된 뒤 1926년 타계할 때까지 43년간 오로지 공사에만 매달렸다. 일가친척의 연이은 죽음을 겪은 뒤인 1894년에는 극단적인 단식까지 감행하며 일에 몰두했다.
가우디는 생전에도 유명 인사였지만 허름한 차림으로 성당 내부에 기거한 탓에 상당수 사람들은 그를 노숙인으로 오해했다고 알려진다. 말년에 노환을 앓을 때도 좋은 병원에 가자는 주변 권유를 뿌리치고 빈민 병원에서 간신히 치료받았다. 결국 노면 전차에 치여 숨졌다.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36년 당시 화재로 가우디의 도면이 상당 부분 소실됐다. 이로 인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성당 건립은 후대 건축가들의 몫이 됐다. 후대 건축가들은 가우디의 삶을 건축 곳곳에 반영했다. 특히 ‘인간의 건축물이 창조주가 설계한 자연을 넘어선 안 된다’는 의미를 담아 성당의 중앙 탑은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약 173m)보다 낮게 설계됐다.
올 2월 완공된 ‘예수 그리스도의 탑’의 꼭대기 십자가 제작에는 인공지능(AI), 드론 등 현대의 첨단 기술이 대거 활용됐다. 십자가의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연 강판, 고강도 콘크리트층을 써 두께를 5cm로 압축했다.
이 탑의 건축을 총괄한 건축가 마우리시오 코르테스 씨는 “가우디는 이 성당에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이후 여러 세대의 건축가, 기부자,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다”며 “가우디가 이 순간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AI 기술을 접목한 것을 두고 “가우디는 늘 새로운 기술에 열려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우디가 살아 있었다면 “기계가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자신이 설계를 지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성당의 주요 외관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다만 ‘영광의 파사드’ 부분 공사, 성당 진입을 위한 대형 계단 설치 등을 위해 2030년대 중반까지 추가 공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성당 내부 관련 공사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가우디의 설계로 추정되는 성당 앞 대형 광장을 조성하려면 주변 건물의 철거가 불가피해 진통이 빚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시 당국과 성당 측과 철거에 반발하는 현지 주민 및 상인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성당 인근 주민 니켈 씨는 “가우디도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빼앗기길 원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광장 조성안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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