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AI가 상위 1% 부자들의 투자법 알려줘" AI 퀀트투자 앱 만든 이지혜 에임 대표
2026.06.11 05:00
금융기술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 에임은 '미국 상위 1% 부자들의 투자 방법'을 표방해 눈길을 끄는 투자자문사다. 미국 투자은행들에서 10년 이상 일한 이지혜(46)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이 업체는 인공지능(AI)이 각종 자료를 분석해 투자 방법에 도움을 주는 퀀트투자 앱 '에임'을 만들었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이 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을 들어봤다.
AI가 돕는 퀀트투자
에임은 AI와 투자 전문가가 투자 방법을 조언하는 퀀트투자 앱이다. 퀀트투자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각종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기존 주식투자가 기업의 매출, 수익 등 제한된 지표를 토대로 한다면, 퀀트투자는 기업을 둘러싼 모든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 시장 환경과 정세, 환율과 채권의 움직임, 유가, 대중의 심리동향 등 모든 자료를 다룬다. 이 대표는 퀀트투자를 "과학적 증명을 사회구조에 적용해 풀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수치 자료 외 사회현상, 사람들의 정서 등을 투자에 반영해요." 이를 위해 각종 지표와 언론 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가리지 않고 정보를 수집한다. 따라서 사람이 다루기 힘든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기 때문에 AI가 필수다.
퀀트투자 때문에 유명한 곳은 미국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시타델, 그리고 중국의 딥시크가 있다. 미 국방연구원(IDA)에서 암호 분석가로 일한 수학자 짐 사이먼스가 1982년에 세운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수학자, 물리학자 등을 기용해 만든 퀀트 기법으로 연 평균 66%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려 이름을 알렸다. 유명 투자가 켄 그리핀이 설립한 헤지펀드 시타델도 퀀트투자 등으로 연 평균 20% 이상 수익률을 자랑한다.
기대 이상의 AI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딥시크도 퀀트투자와 관련 있다. 2023년 딥시크를 창업한 량원펑은 원래 퀀투투자사 환팡량화(幻方量化)의 설립자다. 10조 원 이상의 운용자금을 굴리는 환팡량화는 방대한 퀀트투자용 자료 분석을 위해 자체 AI를 개발했고, 이를 범용 AI 개발로 전환해 독립시킨 자회사가 딥시크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환팡량화는 AI를 이용한 퀀트투자로 지난해 수익률 56.6%를 기록했다.
발명왕 에디슨 꿈꾼 공학도, 파산을 경험하다
이 대표는 만 18세였던 대학 1학년 때 투자자문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어린 나이에 투자에 관심을 가진 것은 미국 유학 시절인 2000년에 집이 파산하며 하루 아침에 나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원래 집이 유복했어요. 물림 재산이 많았고 부모님이 의사와 약사여서 돈을 잘 벌었어요. 제가 미국 유학을 갔을 때 부모님이 동업 제안을 받고 뉴욕에서 식당을 크게 열었어요. 식당은 잘 됐지만 지출도 그만큼 커서 파산했죠."
원래 그의 꿈은 에디슨 같은 발명가였다. 그래서 유학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과 인연이 있는 뉴욕의 쿠퍼유니언 대학 공학부로 갔다. 에디슨은 학교 설립자 피터 쿠퍼를 존경해 이 대학에서 야간 과정을 청강했다. 쿠퍼유니언대는 공학부, 건축학부, 미술학부 등 3개 학과만 운영하며 소수의 뛰어난 인재를 뽑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무상 교육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멋진 발명품을 만들어 인류에 기여하고 싶어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집안이 파산하면서 대학을 휴학했고, 꿈도 바뀌었다. "생활비가 비싼 뉴욕에서 유치원 교사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과 함께 100달러로 한 달을 살았어요. 방부제가 많이 들어가 한 달이 지나도 썩지 않는 99센트짜리 식빵을 사서 잼을 발라 먹으며 버텼죠."
결국 견디다 못해 귀국한 그는 2001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새로 들어갔다. "집이 망한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재무제표를 이해하는게 중요하다고 보고 경영 과목을 배우며 흥미를 갖고 있던 공대 수업을 같이 들었어요."
서울살이도 힘들었다. 숙박시설을 전전하며 살다가 직장인 대상의 영어과외 등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월세를 얻었다. 그렇게 돈을 모아 그는 다시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동안 힘든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막연한 희망 덕분이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죠. 세상의 선의를 믿었어요. 무식하고 용감해서 포기하지 않았죠. 2년간 서울대를 다니며 돈을 벌어 다시 쿠퍼유니언대로 돌아가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어요."
이후 씨티그룹, 아카디안,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미국의 여러 투자업체에서 일했다. "뉴욕의 헤지펀드 투자사인 씨티그룹과 아카디안에서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을 하면서 퀀트투자 기법을 알게 됐어요. 그때 알게 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법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창업했죠."
미국 ETF를 활용
이 대표는 에임을 "AI가 자산증식을 도와주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시장 상황과 이용자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 각자에게 맞는 투자 계획을 만들어줘요. 여러가지 상황이 바뀔 때마다 투자계획을 바꿔주죠. 이 과정에 AI를 활용해요." 이를 위해 에임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문 인력과 자본금을 갖춘 적격 투자자문사로 금융기관 인가를 받았다.
주로 에임은 미국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다. 주식부터 부동산, 원유, 금,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별 ETF에 투자한다. "ETF는 투명하고 유동성이 풍부하며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워요. 그래서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은 EFT를 활용하라고 조언했어요."
국내 ETF는 다루지 않는다. "국내 증시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기 때문에 굳이 투자자문사의 도움이 필요 없어요. 모르는 분야를 돕는 것이 투자자문사의 역할인 만큼 국내 증시보다 익숙하지 않은 미국 증시 투자를 돕죠."
에임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 설치 후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연동하면 된다. 이후 투자 금액을 설정하고 한투증권 계좌에 입금하면 여기 맞춰 에임이 투자 계획을 만들어 준다. 이때 투자에 적합한 종목들과 얼마씩 투자할 지 비중을 보여준다. 이를 보고 이용자가 투자 계획을 승인하면 실제 투자가 이뤄진다. "최소 투자 금액은 300만 원이며 상한은 없어요."
에임은 수수료로 돈을 번다. 1년 단위로 받는 연간 수수료는 투자 원금의 1%다. 여기에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 발생분의 20%를 성공 보수로 받는다.
퀀트투자용 AI를 직접 개발
투자 분석을 위한 '에스더'라는 AI는 직접 개발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이 대표도 개발에 참여했다. "네 살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어요. 부품을 사서 직접 컴퓨터를 조립하고 학원을 다니며 프로그래밍을 배울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어요."
그가 뉴욕의 투자사들에서 배운 퀀트기법이 에스더 AI에 녹아 있다. 그렇지만 AI에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다. "AI가 투자상품을 분석하면 최종적으로 제가 검토해요. 또 AI가 시장 상황에 대한 실시간 알림 정보를 보내면 그것도 살펴보죠. AI가 분석하더라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분석 내용 등을 다시 직접 살펴요."
현재 에임 앱의 유료 이용자는 5,000명이며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2,000억 원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 9년간 에임의 연 평균 수익률은 10~15%다. "지난해 에임의 연간 수익률은 22.26%를 기록했어요.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S&P500 지수는 연간 상승률이 16.39%였죠."
덕분에 지난해 매출은 100억 원, 영업이익률 60%를 기록했다. 투자는 36억 원을 받았으나 투자사들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현재 외부 투자사들의 지분이 없는 상태다.
AI 거품 우려
하지만 퀀트투자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다. 아무리 AI가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 때문에 손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대표도 이를 경계했다. "미국과 이란전쟁처럼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손실 위험이 있어요. 지금은 AI 거품이 걱정이에요. 지나치게 상황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면 위기가 일어날 수 있는데 지금은 과대평가됐다고 봐요."
다만 퀀트투자가 일반 투자보다 위험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주식 시장에 위기는 반드시 와요. 퀀트투자도 이를 막을 수 없어요. 다만 위험에 대비하기 때문에 손실률을 낮출 수는 있죠." 그래서 이 대표는 에임 이용자들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투자 성향이 맞지 않으면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한다. 이 경우 안정성 높은 투자상품 위주로 자문해 준다.
앞으로 이 대표는 자산 평가와 마이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산을 평가해 대출을 해주는 사업에 관심이 있어서 주요 은행과 논의 중이에요. 이때 에임은 금융자산에 대한 평가를 하죠. 또 마이데이터 정보를 가져와 이용자가 다른 증권사를 통해 투자한 종목을 분석해 주는 사업도 검토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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